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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이야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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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렘

뉴욕의 할렘가는 흑인들만이 살고 범죄율이 높은 곳으로 우리는 알고 있다. 전에 아는 여동생이 지하철에서 잠깐 졸다가 실수로 할렘에서 내렸는데, 자기 빼고는 주변에 모두 흑인들만 있어서 기절할 뻔 했다고 한다. 그런데 놀라서 주변에 가게로 들어갔더니 그 가게 주인이 동양인 여자를 보고 더 놀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정도로 사회와 격리된 곳이고, 치안유지가 안 되는 아주 고립된 지역이다. 하지만 예전에 할렘은 이렇게 살벌한 슬럼가는 아니었다. 불과 20세기 초반만 하더라도 돈 많은 유태인들이 사는 좋은 동네였다면 믿어지는가? 그러나 주변에 흑인들이 이주해오기 시작하고 당시 강 건너 뉴저지에 마당이 있는 교외지역(Sub-urban)에서 사는 것이 대세가 되면서 이 지역의 탈 유태인은 가속화 되었다. 심리학에는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스탠포드 대학의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Philip George Zimbardo) 교수가 주창한 것이다. 실험에서 두 대의 자동차를 한 대는 깨끗한 상태로 다른 한 대는 유리창을 약간 깨 놓은 상태로 자동차 보닛을 둘 다 열어놓고 주차를 시켜놓았다. 재미난 결과가 나왔는데, 유리창이 깨진 상태의 차는 10분 만에 배터리가 도난당하고, 이후 타이어도 도난당하고, 1주일 후에는 완전 폐차상태까지 갔다는 것이다. 반면 옆의 깨끗한 상태로 보닛이 열려있던 차는 깨끗하게 유지되었다고 한다. 이 실험에서처럼 약간의 비호감적인 컨디션이 연출이 되면 부정적인 변화는 가속도가 붙어서 더욱 급속하게 나빠지게 된다. 할렘에서 유태인이 이탈한 경우가 이런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할렘에 가보면 아름다운 브라운 스톤의 아파트건물임에도 불구하고 한 블록 전체가 모두 버려져서 유리창이 하나도 없는 흉물스러운 건물이 되어버린 것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장황한 서론을 쓴 것은 이 상황을 어떻게 뉴욕이 개선해 나가기 시작했는지를 설명하기 위함이다. 뉴욕은 이 건물들을 한 채당 1불에 100년을 임대해주는 조건으로 개발업자들에게 장기임대를 주었다. 물론 시로서는 슬럼가가 개발이 되면 세금이 들어오고 치안이 좋아지기 때문에 거저 주어도 남는 장사가 된다. 거의 공짜에 임대를 하게 된 회사는 먼저 한 거리 전체를 한 번에 개발을 하게 된다. 거리가 전체적으로 개발이 되지 않고 한두 채만 될 경우에는 사람들이 ‘깨진 유리창의 법칙’ 때문에 이사를 오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집값 떨어진다고 바깥에 빨래도 못 널게 하는 법이 있을 정도인데 자기 집 옆에 창문에 합판이 못질해서 붙어있는 집들이 있으면 누가 이사를 오겠는가? 어쨌든 다시 건축으로 돌아가서, 뉴욕의 거리 사진을 보면 건물의 입면에 철제계단들이 걸려있는 것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름대로 뉴욕의 상징이고 낮에 그림자가 드리워지면 아름답게 보이기도 하지만, 실상은 치안 적으로도 문제가 있고 아파트 안에서 보면 경관을 가리는 장애물이기도 하다. 필자는 보스턴에서 살던 아파트에서 이 비상계단을 통해서 들어온 도둑에게 집안을 털린 경험이 있다. 이런 계단은 원래 초기에는 없었으나, 소방법에 불이 났을 경우에는 반드시 두 개의 탈출구가 있어야한다는 법이 생겨나면서부터 부득이하게 건물주가 설치를 했어야만 하는 추가설치물이었던 것이다. 이를 없애기 위해서도 개발업자들은 거리 전체의 건물을 한꺼번에 개발하면서 옆의 건물과 복도를 연결하고 건물 입면에 붙어있던 비상계단을 뜯어내고 다섯 채 정도에 한 개씩의 내부 비상계단만 설치해서 아름다운 브라운스톤 건물의 원래 모습을 회복해 낸다. 그리고 이렇게 개선된 집들은 흑인출신 변호사들이나 의사 같은 전문 직종 사람들에게 특혜분양을 해준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할렘을 개선해 나가게 되는 것이다. 이 방법 외에도 개발업자들이 환경개선을 위해서 잘 쓰는 두 가지 비밀무기가 있다. 하나는 스타벅스 커피숍이고 다른 하나는 반스엔노블(Barnes & Noble) 책방이다. 이 둘이 합쳐져서 반스엔노블 책방에 스타벅스가 들어간 경우도 있지만, 하여간 이 둘이 들어가면 주변동네가 좋아지고 개선이 되는 사례가 많았다. 그래서 할렘을 개발할 때도 역시 이 두 가게를 조심스럽게 북쪽으로 배치시켜나가면서 빈민가를 없애나갔다. 물론 이러한 개발의 방식에 문제도 많다. 대표적인 것은 뉴욕시의 치안과 환경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현재 뉴욕의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올라서 살고 있던 저소득층의 사람들은 점점 먼 곳으로 쫓겨나고 뉴욕은 부자들만 사는 도시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연구하고 고민해 봐야할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주민들이 그 지역에 계속 살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안을 고안해 놓고는 있지만, 이러한 방식은 개발업자가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와 항상 협상을 원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실질적으로 이런 원주민의 권한마저 다른 사람들에게 헐값에 넘기고 가는 원주민들이 많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새롭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직사각형 vs 정사각형

뉴욕의 경우에는 다들 알다시피 그리드형태의 단순한 격자형 구조를 띠고 있는 도시이다. 어찌 보면 아주 실패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하고 지루한 도시공간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한 뉴욕이 어떻게 지금처럼 성공적인 도시를 만들 수 있었느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여기서는 그리드의 프로포션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한다. 일단 뉴욕은 엄밀히 말하면 단순한 그리드는 아니다. 그리드이되 가로는 길고 세로는 짧은 형태의 그리드이다. 가로는 스트리트이고 세로는 에버뉴로 명명되어있다. 만약에 이 블록의 형태가 정사각형으로 되어있었다면 상당히 심심한 도시가 되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어느 방향으로 걸어가든지 모두 똑 같은 경험을 하게 되니까. 하지만 뉴욕은 에버뉴를 따라서 걸을 때의 느낌과 스트리트를 따라서 걸을 때의 경험이 크게 다르다. 뉴욕의 보편적인 블록크기를 보면 가로는 250미터 세로는 60미터의 블록사이즈를 가지고 있다. 시속 4km/h의 속도로 걸을 경우에 1개의 블록을 스트리트를 따라서 걷는데 약3분 45초가 소요되는 반면, 에버뉴를 따라서 걸을 때는 약 1분의 시간이 걸린다. 소요되는 시간이 약 4배가 길다는 이야기는 4배가 더 지루하다는 이야기로 풀이될 수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주로 에버뉴를 따라서 걷는다. 게다가 에버뉴는 남북방향으로 나있어서 동서방향으로 난 스트리트보다 햇볕도 더 잘 든다. 햇볕이 잘 들고 걸을 때 1분마다 새로운 거리를 마주친다는 것은 좋은 느낌일 것이다. 이 같은 체험은 다른 도시들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다이내믹한 체험이다. 이러한 물리적인 조건 때문에 우리는 Fifth Avenue나 Park Avenue같은 유명한 에버뉴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보행자에게 인기가 있는 스트리트는 없다. 대신 좀 더 프라이빗한 거리는 가능하다. 동서방향으로 나있는 뉴욕의 스트리트는 대부분 좁고 어두운 느낌의 서비스통로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몇몇 장소성을 가지는 거리로 성공한 예를 찾을 수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코리아타운이라고 알려져 있는 32번가 같은 경우일 것이다. 붐비는 Fifth Avenue에서 90도로 꺾어진 32번가라는 거리에 도심 속에서의 사각지대이자 외부세계와는 격리된 장소성을 가질 수 있는데, 따라서 소수민족인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마을 같은 거리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도 신도시를 만들 때, 지금의 정사각형 방식의 도로망이 아니라 뉴욕 같은 직사각형의 도로망을 만든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걷고 싶은 도시가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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