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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시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짧은 필름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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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란드 영화감독 크시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Krzysztof Kielowski, 1941-1996)는 러시아의 거장 타르콥스키(Андрей Тарковский, 1932-1986) 감독을 잇는 영화예술가로 그의 데뷔작인 <전차(Tramwaj)>(1969) 이후 70년대 중반 이미 유명 감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인간사를 세밀히 해부하는 ‘도덕적 불안의 영화’로이름을 알린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1988)과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1988)은 철학적이면서도 거대한 울림을 전해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정수를 담아낸 작품이라고 평가 받는다.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1988)의 주인공인 토메크는 매일 밤 맞은편 아파트에 사는 여인 마그다를 망원경으로 훔쳐본다. 그는 마그다의 생활을 지켜보며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고 그녀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싶어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마그다가 누명을 쓰게 되자 토메크는 그녀를 변론하며 오랫동안 그녀를 훔쳐봤다고 털어 놓는다. 마그다를 향한 토메크의 사랑은 처음에는 비록 비윤리적인 엽기적 상황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누구보다도 순수하고 헌신적인 것이다. 토메크의 순수하고도 기이한 사랑의 모습을 통해 감독은 사랑의 본질은 무엇이며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1988)은 살인을 저지른 떠돌이 청년 야체크와 그의 변론을 맡게 된 변호사 피토르를 중심으로 살인, 사법제도, 사형 등에 관한 윤리적인 고찰을 전한다.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이 그려낸 살인자의 모습은 매우 고독하다. 야체크는 어릴적 사고로 하나뿐인 여동생을 죽이고 고향을 떠나야 했다. 그는 이 후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독한 생활을 이어가다 결국 아무 이유 없이 택시운전사를 살인하고 만다. 그의 변호사 피토르는 야체크의 고독과 그가 사회에 가지는 감정을 유일하게 이해하였고 야체크의 사형선고를 막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는 야체크의 사형 선고를 막아내지 못하고 야체크는 교수형에 처해진다.

  알베르 카뮈(albert kamy, 1913-1960)의 소설 『이방인(L'Etranger)』(1913)은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작품과 비슷한 작품세계를 가지고 있다. 소설은 젊은 사무원 ‘뫼르소’가 어머니의 죽음을 겪게 되고, 순간의 선택으로 아랍인을 총살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진다. 그는 살인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는데 예심과 본심에서 뫼르소에게 쏟아진 질문은 아랍인 살해의 경위가 아니라 어머니 장례 태도에 관한 것이었다. 종교적·도덕적 관례를 따르지 않은 뫼르소의 행동들은 결국 그를 사형대에 오르게 만든다. 고독한 이방인 뫼르소의 모습은 다른 이들에겐 일상적인 사랑과 우정, 슬픔과 공감 등이 전부 소멸된 것처럼 보였고 사람들은 그를 이방인으로 낙인찍었다. 결국 이방인은 ‘사회가 낯설게 느끼는 자, 사회에서 이상하게 치부하는 자’인 것이다.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은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와 사회적이면서도 윤리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만들었다. 그의 작품에는 늘 결함이 있는 이들이 등장한다. 엽기적 사랑을 하는 남자와 사회부적응자로 살인자가 된 남자. 한 마디로 이방인이라 불리는 이들이다. 그들을 통해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은 인간 존재의 철학적 성찰과 당대의 역사적 전망까지 아우르는 영화 세계를 펼쳤다.

참고문헌:
『이방인』, 민음사, 2011 (280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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