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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순(공예65) 동문보자기에 한 폭의 한국 현대 섬유공예사를 담아내는 섬유예술가

당신은 보자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과거부터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그 쓰임을 다하고 있는 보자기를 이용해 보자기의 미학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의 지평을 연 그녀는 40여 년간 “끝없이 이어지는 손길”로 우리 선조들이 생활 속에서 사용했던 수공예의 미학을 보여주고 있다. 이후 섬유미술 전공자와 수공예 작업을 하는 장인으로 구성된 대전 섬유조형회를 창립해 섬유작가들의 발굴을 도모하여 섬유미술공예의 위상을 높이며 국내외를 막론하고 예술 교류의장을 형성하는 데 앞장섰다. 지난 2012년 32년간의 목원대학교 재직생활을 마치고 은퇴 후 명예교수로 활동하면서 2016년에 제27회 목양공예상을 수상하며 그 위상을 보여주었다. 조각보 공예를 통해 공예와 회화의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한국 현대 섬유공예사를 한 뜸 한 뜸 바느질과 천연염색 작업을 해 온 섬유예술가 김영순 동문을 만나 보자기의 미학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Q. 섬유공예 분야에 있어 한국에서 가장 조예 깊은 대가로 손꼽힌다. 섬유공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A.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는 늘 모시옷을 곱게 입고 계셨다.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모시옷을 손수 치자나 쪽으로 엷은 미색과 옥색으로 모시에 곱게 물들여 입으신 한복은 동경의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지금 모시나 삼베에 남다른 애착을 느끼게 된 것도 어머니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또한 어렸을 적부터 예술적 감성이 풍부하셨던 어머니의 감성과 열정을 닮아 그림 그리기와 만들기를 좋아했다. 형제들의 옷이나 보자기 등 생활용품을 만드시던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하게 아련한 추억과 향수로 남아있다. 그리고 부모님께서는 내가 하고자 하는 모든 일에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고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나의 후원자셨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한국전통의 이미지를 현대화시켜 염색작업을 하셨던 본교 고(故) 유강열 교수님과 목원대학교 미술대학에서 후학을 지도하며 집념을 가지고 작품 작업에도 최선을 다하셨던 고(故) 윤영자 교수님, 그리고 보자기 수집과 보자기 문화를 세계적으로 알리고 계시는 허동화 관장님의 영향과 가족들의 배려와 사랑으로 인해 지금까지도 섬유공예에 많은 애정을 갖게 된 것 같다.

 

Q. 2000년에 열린 <문화상품전>, <패션섬유소재전> 등을 의상과 생활 속의 맵시와 멋을 접목하고 새로운 장르를 통해 보자기 조각보에 그치지 않고 일상생활의 실용품과 의상 소재를 재조명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한국의 보자기는 ‘조화’를 나타낸다. 단순히 짐을 싸는 도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순수미술의 경지에 올라 우리 생활에 있는 것이다. 또한 보자기의 미학은 기하학적 조형을 표현하고 있으며 ‘쓰다 남은 자투리’라는 폐물의 미학을 담고 있다. 선조들이 쓰고 남은 천 조각을 모아 두었다가 만든 보자기는 선조들의 알뜰한 생활 정신과 미적 감각을 현대인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매개체가 되어준다. 이렇게 생활 속 용구인 전통 보자기에서 발현되는 자연스러운 색과 선의 조화, 한국적 미감에 매료되어 보자기의 미의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전통을 계승하고 새로운 실험을 통해 회화와 공예의 영역을 재창조하는 것에 매진했다. 이후 2000년도에 열린 <문화·상품전>, <패션섬유·소재전>을 통해 스카프, 넥타이, 인테리어용품, 액세서리, 의상소재 계발로 브랜드 패션쇼 등 생활 속 맵시와 멋을 보여주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개최된 단체전과 개인전에서도 우리 민족이 갖고 있는 예술적 감각과 선인들의 미감을 전승하기 위해 현대적인 조형세계의 작업으로 보자기를 재해석한 작품을 출품했다. 21세기는 작가의 작품을 브랜드로 이끌어 가는 감성문화 시대이다. 작가의 작품이 문화·상품화됨으로써 소비자들의 문화적 가치관이 새롭게 형성되고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여 국가 이미지 상승과 고부가가치 산업이 창출된다. 따라서 우리 한국 문화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세계인은 우리 문화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할 수 있는 적극적인 홍보로서 고부가가치적인 새로운 시도로 국가 문화 이미지를 증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자기를 재해석한 나의 작품들이 한국 문화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세계 시장에 도약하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Q. 수많은 전시를 통해 생활 속 실용품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해 수준 높은 미학을 선보였다. 생활 속 실용품을 재해석한 작품이 어떤 과정을 통해 탄생하였는지 궁금하다. 


A. 우리의 독창적인 보자기 문화가 사라져가고 있음을 아쉽게 생각하여 보자기 문화를 알리는 역할로 새로운 전통 보자기의 미의식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창조하여 면과 선, 색 구성에 있어 새로운 조형세계를 개척하기 위해 힘썼다. 작품의 디자인 배경은 우리 전통 건축 구조의 창(문)에 나타난 면 구성으로 추상화시켰고, 모시에 오방색을 위주로 한 천연 염색의 재료와 기법에 다양한 변화를 주었다. 이를 통해 조선 시대의 미학과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지향하는 아름다운 조형미를 표현하고자 한다. 이러한 전통 보자기의 현대화된 조형작업으로 문화상품이 탄생되어 1999년 일본의 <NICAF TOKYO 국제아트페어>에 초대되어 평면작품과 입체 됫박 작품, 문화상품으로 개발된 스카프와 넥타이 작품을 함께 전시하게 되었다. 

Q. 현재까지 40여 년 동안 42회 개인전을 열었으며 한국 전통 보자기의 미를 다양한 기법과 천연 염색을 통해 보여주었다. 작가로서 작품을 관통하는 미학이 있다면 무엇인가?


A. 40여 년 동안 42회 개인전의 작품 세계를 통해 보여준 전통성 다시 읽기와 그 일탈의 의미는 직조와 수직류 작업, 평면의 보자기 조형작업, 입체설치 됫박 시리즈 작업. 문화상품전, 패션 소재전, 대형의 평면 설치전, 캔버스에 아크릴물감과 천 작업, 등으로 표현해왔다. 지금까지 제작한 모든 작업은 섬유예술에서 출발하였으나 창작의 과정을 통해 공예, 디자인, 순수예술 등 어느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회화는 물론 캔버스에 아크릴물감, 조소의 석조, 종이에 석채, 세라믹 액세서리, 문화상품, 패션 소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조형 작업을 통해 탄생했다. 40여 년에 이르는 세월 속에 오롯이 보자기를 모티브로 한 작업을 해왔기에 ‘보자기 작가’라는 애칭의 이미지가 강하다. 작업은 모시, 삼베 등의 자연 소재를 손수 정련, 천연 염색 후의 후처리, 수세, 건조 등 한 올의 흐트러짐 없이 성긴 모시 올의 형태를 재단하여야 하는 과정을 거치며, 전부 손에서 시작하여 손으로 끝나는 손바느질 작업이다. 이는 ‘수공적 미학’으로, ‘관조의 미학’ 과 ‘폐물의 미학’을 전승한다. 오랜 시간 천연 염색으로 물들이는 과정을 통해 오방색이 탄생하고 붓을 대신하여 바늘을, 또는 물감을 대신하여 색실을 도구로 삼아, <끝없이 이어지는 손길>(1988), <손길>(2006) 작업이 완성되어 한국의 미학과 우리 민족의 전통성을 현대적으로 표현하여 네모꼴의 어우러짐에서 우주를 상징하는 의미를 찾고, 지혜와 복, 아름다운 감성을 접목하여 공유하는 작업에 임한다. 

 

Q. 목원대학교에서 1980년도에 부임하여 미술대학장으로 역임한 뒤 명예교수직에 있다. 지난 32년간 후학들을 지도하며 초점을 둔 교육 철학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A. 32년 간 가족 같은 사랑과 관심, 배려의 교육으로 후학을 지도하였다. 내가 지향하는 교육은 성장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단순한 역할이 아닌 인간다운 삶을 위해 건강한 정신과 감성을 갖고 자율성과 가치관을 형성하여 도덕성을 가르치는 교육이다. 대학생으로서 공부와 졸업 후 취업에 대한 어려움도 있겠지만 자부심을 갖고 다양한 것, 새로운 것, 적극적으로 배우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에 자신을 위해 도전을 해보았으면 좋겠다. 미술을 전공하는 후학들에게 항상 새로움의 기대와 창의력을 동반하여 도전하고 개성과 소질이 계발되고 실현되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내 나름대로의 삶의 방향이며 동시에 교육철학이다. 

Q. 본인이 생각하는 ‘한국 공예의 멋스러움’은 무엇인가?


A. 한국 공예의 멋스러움은 생활 용구가 일상생활에서 쓰이며 고유의 아름다움이 접목되었을 때 조형예술로 재탄생한다고 생각한다. 상상을 뛰어넘는 조형적 일탈을 거친 생활의 미학이 손에서 손으로 끝나는 형식의 수없이 많은 손길을 거친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 작업이 계속되어 탄생한 공예품은 그것만의 고유한 ‘수공예의 미학’을 품고 있어 항상 내 가슴을 설레게 한다. 또한 우리 선조들의 보자기를 대하거나 분청자기, 질그릇, 백자, 청자 등의 고가구, 목기 등에서 만나게 되는 선인들의 숨결에 넋을 잃고 만다. 이렇게 우리나라 전통을 바탕으로 구상된 섬세함, 차분함, 인내심에서는 동적이고 외향적인 것과는 대조적인 관조의 미학과, 정적인 미학이 표출된다. 세계 어느 민족도 흉내 낼 수 없는 장인 정신이 담긴 한국의 공예는 한민족으로서 느끼는 따뜻한 감성과 생활 속 수공예의 미학을 계승하며 현대적인 작업으로 표현된 공예품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도 지향하고 있어 우리 고유의 조형미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최유빈 기자  neyobin@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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