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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오늘 정말로 의도치 않은 산행을 하게 되었다. 집에서 도보 20분 정도 떨어진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좀 색다른 나만의 길을 찾아보겠다며 아파트단지와 공원을 가로질러 다다른 곳은 어느 산길의 입구였다. 이 산을 가로지르는 터널을 통해 오고가며 이 너머가 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거니와, 집 근처에서 그리 높은 산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발을 디뎠다. 가파르지 않은 길일 것이라 생각했던 예상과 달리 눈앞에는 오르막길이 계속해서 펼쳐졌고, 이게 아니다 싶을 때는 너무 멀리 와버렸으며 집은 산 아래로 보이는데 도저히 이 산에서 내려갈 길을 찾을 수 없었다.


몇 번째 기사냐 묻거든 마지막에서 세어 대답하는 것이 편한 이 시점에서 지난 3년을 돌아보면 이러한 산행이 아니었을까. 대학생이 된 후, 색다른 활동을 하고 싶어 처음 모든 것에 발을 디뎠던 그 시점에서, 기자는 지난 3년이 이렇게 고된 산행이 될지 몰랐다. 서울, 심지어 경기도에도 머물 곳이 없으면서도 금, 토 이틀 동안 늦게까지 마감이 진행되는 이 신문사에서 기자 활동을 시작했다. 신문사에 가는 날이면 해가 뜨기 전에 집을 나서 해가 지다 못해 날이 넘어가기 직전 집에 들어오는 날이 허다했다. 평일에는 멀고도 먼 조치원으로 등교하고, 주말에는 서울로(신문사로) 출근하며 하루에 보통 5시간 정도는 어디를 향하는 길거리에서 생활했다. 그리고 20살부터 경제적인 독립을 하겠다고 외치며 학교에서는 장학금을 받아야 했고, 빈 시간에는 과외를 하며 용돈을 벌었다. 오늘 해내야 할 많은 일은 아침에 울리는 알람 소리와 동시에 기자를 깨워 자리에서 일어서게 했다. 이렇게 기자의 생활은 어느 순간 평지를 찾을 수 없는 힘겹게 올라가는 오르막뿐이었다. 그러했던 지난 학기들을 돌아보며 이번 학기만은 여유로운 학기를 보내보고자 마음먹고 강의를 적게 신청하여 한가한 한 학기를 보내고 있다. 그렇게 해야 할 일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은 지금은 그것들이 그려지지 않은 것 자체가 불안하다. 오르막길을 오르기만 했던 것이 익숙해 져서인지 평탄한 길을 옆에 두고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가야만 할 것 같다. 정신없이 바쁜 생활을 할 때이면 항상 여유로운 생활, 하루도 할 일이 없는 날이 왔으면 하고 바랐다. 그런 생활에 와 있는 지금은 오히려 이러한 생활로 인해 불안해지며 우울감에 빠지기도 한다. 


산 아래 집,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보이는 데에도 이상한 길을 갈까 봐 무서워 집과 멀어지면서도 계속해서 앞에 펼쳐진 산길을 따라 계속해서 올라갔다. 숨을 허덕이며 산을 오르다 보니 왜 이렇게 빨리 가야 하나 생각이 들더라. 잠깐 멈춰서 다시 집으로 향하는 방향을 바라보고 서두르지 않고, 조금 천천히 길을 가보기도 했다. 그와 동시에 밑으로 향하는 계단이 보였고, 그 계단을 내려오니 평소 기자가 집으로 향하던 터널이 있었다. 터널 위로는 마지막 억지로 참아가며 올랐던 오르막 능선이 있었고 그 오르막 이전에도 계단이 있는 것을 보았다. 분명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주위를 돌아보며 걸어왔더라면 저 계단을 보아 더 빨리 내려올 수 있었을 것이다. 남은 이번 학기는 이렇게 보내보기로 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주위를 돌아보며 말이다.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가파른 오르막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 오르막을 천천히 차분하게 올라보고자 한다. 그리고 누구보다 빨리 내려와 나의 집으로 향할 것이다. 
오늘 일기 끝!

 

조은빈 기자  eunbin7072@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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