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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1968-)의 작품세계 

김영하 작가는 『거울에 대한 명상』(1995)을 시작으로 『오직 두 사람』(2017)까지 수많은 장‧단편소설을 집필했으며 소설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제44회 현대문학상, 제35회 동인문학상, 제22회 만해문학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몇몇의 작품은 영화화되어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김영하 작가는 살인, 사랑, 죽음, 예술, 음악, 관계, 우정, 영화, 섹스, 직장 등 다양한 주제들로 한국 현대 사회의 모습을 폭넓게 그려낸다. 또한 그는 우리 삶에 밀접하게 연결되어있는 것을 그만의 문체로 색다르게 접근한다. 그만의 차별화된 시각으로 이끌어낸 우리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도록 하자.

그의 초기소설에서는 자살, 죽음, 살인에 대한 탐미주의적 접근이 두드러진다. 제1회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수상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1996)가 이를 잘 보여준다. 소설의 주인공은 내면에 고통을 가지고 있는 사람, 즉 자살을 원하는 사람을 찾아 그들의 자살을 도와주는 ‘자살 안내인’로 활동한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고객이 된 세연과 미미의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들어주며 그들의 자살을 설계하고 아름답게 죽을 수 있도록 준비한다. 그들은 죽음이 인간이 자기를 증명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길이라 믿으며 죽음의 미학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김영하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죽음을 정교하면서도 구체적으로 묘사하여 보여준다. 또한 제목에서 나타나듯이 자살은 온전한 자신의 결정임을 알려줌으로써 작가의 사회 반항적인 시선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죽음이란 소재는 최근 작품 『살인자의 기억법』(2013)에서도 나타난다. 과거 연쇄살인범이었던 김병수는 70세가 되자 알츠하이머라는 병에 걸린다. 이때 그의 딸 은희 곁에 자신과 같은 연쇄살인범 박주태가 등장하였고, 김병수는 그에게서 딸을 지키기 위해 기억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 모든 일을 기록하며 고군분투한다. 마침내 박주태를 살인함으로써 그의 마지막 임무를 다하는 듯 하였으나 알고 보니 모든 것은 왜곡된 기억이었다. 소설 속에서 전개되었던 사건들은 모두 김병수가 기억하는 것과는 모두 달랐고, 결국 김병수는 혼란에 빠진 채로 경찰에 체포되며 소설은 끝이 난다. 작품에서는 죽음에 대한 시각을 두 가지로 나누어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와는 또 다른 시각에서 죽음을 그려낸다. 첫 번째 나타나는 죽음은 희열을 느끼기 위한 도구였으나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딸에 대한 애정으로 인해 반드시 막아야 할 존재로 그 의미가 바뀐다. 또한 인간의 자아와 정신 세계의 균열과 붕괴를 밀도 있게 잘 묘사하면서 죽음에 가까워지는 시간의 단면을 보여준다. 김병수는 마지막에 “무서운 것은 악이 아니오. 시간이지. 아무도 그걸 이길 수가 없거든”라고 말한다. 무서울 게 없었던 연쇄살인범도 시간 앞에서는 나약하게 무너져 버린 것이다.

한편 앞서 제시된 작품들처럼 죽음, 자살, 살인과 같은 어두운 단어가 아닌 ‘가족’이라는 보통은 따뜻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소재로 인간의 삶을 드러낸 작품이 있다. 바로 제16회 이산문학상을 받은 『오빠가 돌아왔다』(2004)이다. 아빠에게 맞으면서 자란 오빠는 16살이 되던 해, 아빠를 때려눕히고 가출을 한다. 오빠는 4년 만에 18살의 여자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와 아무도 그를 건들지 못하도록 집을 장악한다. 또한 집으로 들어온 후에도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와의 끊임없는 갈등을 보여준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14살의 여동생의 시각으로 유대감을 상실하고 가족이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무너져 가족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리는 현실을 보여주면서도 우리의 현실적인 가족들의 모습을 냉철하게 들여다보도록 해준다. 그의 문체 속에서는 ‘가족’이라는 따뜻함이 담긴 단어가 우리가 직면해야 할 가정폭력과 같은 이면을 드러낸다.

이렇듯 김영하 작가는 간결하고 명료한 문체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충분히 느껴보았을 일을 낯설면서도 기괴한 시각으로 풀어낸다. 또한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반항적, 폭력적, 암흑적인 분위기를 작품에 투영시키면서 인간과 사회의 암울한 면모를 보여준다. 이를 통하여 작가는 우리와 실질적으로 직면해있는 일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것을 제시하며, 한번쯤 우리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건넨다.

 

 

참고문헌

전앤, 「김영하의 장편소설에 나타나는 탈경계적 상상력 연구」, 명지대학교 대학원, 2016

김소선, 「김영하 장편소설에 나타난 카니발적 세계관」, 원광대학교 교육대학원, 2009

 

권미양 기자  aldid5@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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