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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울에 산다』 속 서울특별시

우리의 도시에 찾아온 또 다른 ‘우리’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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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하늘의 도시, 만원(滿員)의 도시, 군중 속 고독의 도시. 문학 작품에서 서울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글쓴이에게도 서울은 문학 작품 속 서울의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늘 똑같은 일상이 펼쳐지는 시계 속 톱니바퀴 같은 도시라고만 여겼기 때문이다. 이렇듯 서울 토박이인 글쓴이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해서 특별한 것 없어 보이는 이 도시가 누군가에게는 가장 특별한 장소라고 한다. 바로 새로운 삶을 찾아 이 거대한 도시의 문을 두드린 이들은 북한에서 찾아온 탈북 청소년들이다. TV 속 그들의 이야기는 끔찍한 북한에서의 삶과 험난한 탈북 이야기로만 채워지고는 한다. 혹시 그들이 여기에 온 이후의 이야기는 궁금하지 않은가. 우리는 도대체 왜 특별한지 모르겠다는 서울특별시가 그 어느 도시보다 특별하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 서울을 여행해보자.

 

“서울은 또 다른 고향이다.”

 

『우리는 서울에 산다』는 신림동에 위치한 대안학교 ‘우리들학교’에서 지난 2012년에 진행된 서울 워크숍을 바탕으로 구성된 책이다. 서울에 살고 있지만, 고향은 서울이 아닌 학생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삶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책은 서울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듣는 데서 출발한다. ‘항상 바쁘게 살아가는 곳’부터 ‘꿈을 가질 수 있고 이룰 수 있는 곳’, ‘새로운 삶의 시작점’까지 학생들이 생각하는 서울의 모습을 떠올리며 하루 동안의 서울 여행을 시작하였다. 어디를 방문해야 좋을지 고민하던 차에 학생들이 말한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 몇 군데를 골라 돌아다니기로 했다.

 

 

가장 먼저 발걸음을 옮긴 곳은 홍대 앞이었다. 날씨는 화창했고, 사람들도 북적거렸다. 슬슬 추워지는 날씨를 예상하여 외투를 걸쳤지만 이내 다시 팔에 걸쳐 두고 길을 나섰다. 쏟아지는 햇볕을 받으며 반짝이는 홍문관에서 출발하여 홍익로를 따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을 걷고 싶은 거리까지 내려왔다. 와글와글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객지에서 올라와 이런 풍경을 처음 본다면 어떤 기분일까.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걸어가는 연인부터,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가게를 찾는 아저씨, 삼삼오오 모여서 뭐가 그리 즐거운지 까르륵 웃음을 터트리는 학생들까지 자세히 보니 이 도시에 활기가 넘쳐 보였다. 매번 집에 가기 바빠 외투 속에 숨어서 발걸음을 재촉했던 때와는 다른 기분이 든 것이다.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강남이요. 잘 사는 동네이기 때문에.

 

정신없이 걷다 보니 옆 동네 신촌까지 도착하였다. 연세로를 가득 메운 장터의 행렬엔 역시나 홍대거리와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여기에는 어린아이들도 부모님의 손을 잡고 나와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활기찬 거리를 바라보며 벤치에 앉아 간단히 샌드위치를 먹으며 점심을 해결한 뒤, 다음 목적지는 어떻게 가야 할까 고민하던 글쓴이에게 지하철역이 보였다. 이윽고 전철을 타고 다음 갈 곳을 향해 강을 건너기로 결심했다. 책에는 학생들이 각자 촬영한 서울을 상징할 만한 사진도 실려 있었다. 그중에는 에스컬레이터 사진을 찍은 학생이 있었다. 우리는 매일 등교하거나 출근하며 흔하게 타고 다니는 이 승강기를 보고는 고향에서는 본 적이 없어서 사진을 찍어봤다는 학생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동안 익숙해서 무심해졌던 일상이 새롭게 느껴지던 찰나, 덜컹거리는 열차는 빠르게 강 건너편의 ‘잘 사는 동네’ 강남에 데려다주었다.

학생들의 인터뷰 중에서 서울 중 가장 좋아하는 장소로 제일 많이 나온 곳은 바로 강남이었다. 빌딩만 가득한 이곳을 왜 좋다고 말했을지 고민해보고자 가만히 서서 주변 풍경을 바라보았다. 높은 빌딩으로 가득 찬 이곳은 그야말로 ‘빌딩 정글’이었다. 넓게 뻗어있는 도로에는 수많은 차들이 한가득 고여 있었다. 그저 정 없는 삭막한 도시의 풍경이라고만 여길 때 즈음, 고개를 돌리자 수많은 사람들도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누군가가 꿈을 위해 일하는 곳일 텐데 너무 제멋대로 도시의 의미를 재단한 것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파란불로 바뀌자 고여 있던 차들이 각자 제 갈 길을 찾아 떠났다.

 

잘 살아라! 서울아. 잘 살아라!

내가 사니까.

사람들이 사니까.

잘 살아라!

잘 살아라!

 

버스를 타고 잠실을 지나 강변으로 향했다. 잠실철교 옆 작은 인도에 서서 해가 지는 한강을 바라보았다. 서서히 석양이 지며 하늘이 주황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동안 햇볕에 가려 빛을 내지 못했던 도시에 하나 둘씩 별이 뜨기 시작했다. 밝게 빛나는 별 하나하나가 이 도시에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이라고 생각하니 그 광경이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철교에 부는 바람이 거세지자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발걸음을 옮겨 마지막 목적지인 동대문으로 향했다. 북적이는 밤거리가 아지랑이처럼 펼쳐졌다. 동대문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완전히 져 각가지 색깔의 네온사인이 거리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바쁘게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부터 퇴근 후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까지. 평소에는 시끄럽다고만 여겼던 도시 풍경이었지만,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이 보이자 오늘은 서울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학생들의 인터뷰가 실려 있었다. 다른 질문도 많았지만 유독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한 질문이 많이 적혀 있었다. 세계여행을 가고 싶다는 소망부터 자신의 미래의 직업에 대한 계획도 적혀있었다. 책을 덮고 거리를 바라보았다.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도 모두 가슴 속에 작은 소망 하나는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보던 중 기자의 꿈은 무엇이었는지 당최 제대로 생각나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당장 오늘을 헤쳐 나가는 것에만 집중해 소중한 꿈을 서랍 속에 처박아 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이 도시가 삭막해 보인 것은 아닐까, 무언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탄 뒤 카메라를 끄고 수첩을 덮으며 눈을 감고 잠시 이루고 싶은 것을 생각해보았다. 누군가 이 도시를 특별하게 여길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의 소망이 이 도시에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마다 가진 그 꿈이 이 도시에 모여 있다고 생각하니 어느 때 보다 서울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지금 이 도시에 살아가는 우리는 물론, 이 도시를 찾아온 새로운 우리까지, 우리들의 꿈이 이 특별한 도시, 서울에서 반드시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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