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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에 그린 15세기의 파리, 다시 21세기의 파리

파리(Paris)를 담은, 『파리의 노트르담(Notre-Dame de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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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의 노트르담』(1831), 기자 역시 그랬고, 아마 많은 사람이 ‘노트르담의 꼽추’로 이 소설을 더 많이 접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기에 기자는 이 소설의 주인공을 꼽추로 알았으며 그 꼽추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만 알고 책을 가볍게 들었다. 파리(Paris)로 향하는 비행기 안, 생각과 달리 길고 무거웠던 『파리의 노트르담』의 마지막 장을 넘겼다. 책을 덮으니 기자가 만나러 가는 것은 꼽추, 카지모도가 아닌 ‘파리’ 그 자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마디 말해 두거니와, 이 포석 깔린 마당 한복판에 나란히 세워져 있던 상설 교수대와 죄인 공시대, 당시 사람들의 말을 빌리면, 사법과 사다리는, 건강과 생명으로 넘쳐흐르는 수많은 인간들이 죽어간 이 숙명적인 광장에서 눈을 돌리게 하는데 적잖이 이바지하고 있었다.

  파리에 도착한 지 5일째,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으로 향했다. 루브르박물관역에서 내려 15분 정도 걸었을까. 공사 중인 광장과 마주했다. 어떤 곳인가 하고 주변 표지판을 보니 ‘-hotel-’이라는 글자만 읽을 수 있었다. 노트르담 성당을 향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파리 시청의 광장, 그레브 광장(place de Greve)이었다. 이곳은 아스메랄다가 처형을 당한 곳이며, 당시 파리에서 수많은 교수형이 집행된 장소이다. 그러나 광장과 마주하는 순간 약간의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앞서 말한 듯이 광장 전체를 아우르는 큰 공사를 진행 중이었고, 한편에는 회전목마가 비집고 자리를 잡고 있었다. 소설 속에는 ‘음침한 시청’의 광장으로 묘사되었기에 기자는 차분한 분위기를 상상하고 있었다. 일단 광장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회전목마를 지나 시청으로 다가서니 시청의 외관을 장식하고 있는 조각상이 보인다. 기자의 눈에 파리라는 도시는 도시 예술 그 자체였다. 파리는 건축가의 정성이 깃들어진 건축물과, 그 건축물로 이루어진 거리, 그런 거리로 만들어진 도시이다. 21세기 파리는 그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18세기에는 그렇지 않았다고 이 책은 설명한다. 당시 건축가들은 예술이라는 이름하에 건축물을 부수고, 새로 덧붙이며 예술을 무너뜨렸던 것이다. 어느새 광장 한 바퀴를 돌았고, 이곳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작은 동양인 여자아이가 카메라를 들고 공사장을 들여다보니 안에 있던 사람들이 인사를 건넨다. 기자가 그곳을 방문했을 때에는 2월 10일(금)이었으니 아마 곧 있을 밸런타인데이 행사를 준비하는 공사인 것 같다. 21세기의 시청 광장은 ‘음침한 광장’이 아닌 곧 웃음이 가득할 ‘활기찬 광장’으로 묘사하고 싶다.


‘댕-’


  저 어딘가에서 종소리가 들렸다. 12시 정각이 되었나보다. 그 종소리를 따라 시선을 옮기니 네모난 건물이 보였다. 노트르담 성당이다.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은 센 강 위의 시테 섬(IledelaCite)에 있어 다리를 건너야 했다. 노트르담 성당 앞에 다다르자 많은 관광객들이 보였다. 지금의 파리는 지난 테러의 아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유명 관광지에는 늘 경찰과 헌병들이 배치되어있고, 건물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소지품 검사를 한다. 기자 역시 긴 줄을 지나 소지품 검사를 마친 후 노트르담 성당 내부로 들어갔다. 미사가 진행 중이었다. 아름다운 내부와 경건한 마음을 뒤로하고 내부에서 나와 탑 위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마치 부서진 거인을 서투르게 다시 맞추어놓은 것 같았다. ···(중략)···

  “종지기 카지모도다! 노트르담의 꼽추 카지모도다! 애꾸눈이 카지모도다! 앙가발이 카지모도다! 얼씨구절씨구!”


  탑에 올라갈 순서를 기다리며 내부에 진열되어 있던 기념품들을 구경하였다. 잠시 잊고 있었던 노트르담의 꼽추, 카지모도와 집시 에스메랄다의 작은 모형도 있어 새삼 이 소설의 영향력을 느꼈다. 순서가 되어 탑 위로 올라갔다. 끝이 보이지 않는 나선형 계단을 몸을 숙여 계속해서 올라갔다. 같이 올라가던 사람들의 숨소리가 점점 거세졌고, 한계다 싶은 순간 탑 위에 도착했다. 걸어 다니며 보았던 파리 시내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동시에 난관에 있는 조금은 괴상한 모습을 한 조각상들과 눈이 마주쳤다. 쓸쓸히 사라진 카지모도가 어디선가 기자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댕-’


  그 순간 다시 정각이 되어 종이 쳤다. 혼자 이 곳 어딘가에 숨어 움직이는 파리를 바라보고 있었을 카지모도가 기자에게 인사하는 것 같다. 어느새 내려가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고, 다시 길고 어두운 나선형 계단을 통해 바깥세상으로 내려갔다.

  가엾은 시인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는 사실 그 무서운 기적궁에 와 있었던 것이다. ···(중략)··· 감히 거기에 들어온 샤틀레의 관리들이나 법원 관할의 헌병들은 산산조각이 나서 사라져버리던 마법의 지대. 도둑놈들의 도시, 파리의 얼굴에 붙어 있는 흉한 무사마귀.

  탑에서 내려와 파리의 중심부로 향하기로 했다. 파리는 매우 아름다운 도시이지만 동시에 많은 가시를 가진 도시이다. 세계적인 도시이다 보니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그중 일부는 파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옳지 않은 길을 선택한다. 15세기의 파리도 마찬가지다. 그 당시에도 시내 곳곳에는 에스메랄다와 같은 많은 집시들과 야바위꾼, 거지들이 있었고 그들은 밤이 되면 파리 중심부에 위치한 기적궁(奇蹟宮)으로 모여들었다. 파리의 서열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모여 새로이 질서를 만든 곳, 경찰과 헌병들이 감히 접근할 수 없었던 부랑자들의 왕국인 기적궁은 1656년이 되어 폐쇄되었다. 현재 그 장소에는 파리 중앙시장이 형성되어 과거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기적궁은 사라졌지만 아직 파리에는 많은 부랑자가 있다. 파리에서 보낸 6일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여러 소매치기범을 만났고, 절름발이로돈을 구걸하는 사람도 보았다. 여행을 준비하며 읽었던 여러 경험담과 과거 파리의 모습을 상세히 묘사한 『파리의 노트르담』을 읽으며 기자는 무의식적으로 파리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긴장해 있었다. 그러나 그 긴장 끝에 남은 것은 어두운 기억이 아니다. 가시와 같던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현재 가진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키워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고, 각자의 방법으로 그것을 드러내고 있었다. 기자가 책을 통해 느꼈던 15세기의 파리는 어두웠다면, 21세기 파리는 아름답다. 그런 그들에게 밥 한 끼를 포기하며 아꼈던 돈과 그들의 노력을 교환했고, 그들은 밝은 웃음으로 기자에게 인사해주었다. 다시 기자는 그들에게 인사했다. “Merci.”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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