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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야구계 논란, 당신이 국가대표 감독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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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대회를 앞두고 훈련 중인 국가대표 선수들의 모습/ 출처: SBS뉴스
▲WBC 대회를 앞두고 훈련 중인 국가대표 선수들의 모습/ 출처: SBS뉴스

지난 1월 4일(수) 한국야구위원회(KBO)가 WBC 국가대표팀 최종 명단을 발표했다. 발표 당시 출전 선수 명단은 △투수 15명 △포수 2명 △내야수 8명 △외야수 5명으로 구성됐다. 명단 공개 이후 MLB 피츠버그 파이리츠(Pittsburgh Pirates)의 최지만,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St. Louis Cardinals)의 토미 에드먼(Tommy Edman) 등 국외파 선수들의 이름 덕에 화제를 모았지만, 논란 역시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지난 시즌 리그 최정상급 기량을 보인 키움 히어로즈의 안우진이 명단에서 빠지면서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조범현 KBO 기술 위원장과 이강철 국가대표팀 감독은 “기량과 함께 국가대표의 상징적 의미, 자긍심, 책임감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최종으로 30명을 뽑았다”라고 설명하며 “논란을 안고 출발할 수 없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는 안우진의 과거 학교폭력 논란을 두고 한 말로 해석된다.

 

【끝없는 논란, 야구계의 도덕적 해이?】   

야구계의 논란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프로 리그가 출범한 이래로 야구를 비롯한 스포츠 스타들의 얼굴은 경기 다음 날의 스포츠 신문이 아닌 각종 신문의 사회면을 장식해왔기 때문이다. 국내 야구계가 오랜 기간 골머리를 앓아왔던 문제에는 선수들의 승부조작, 음주운전 등의 문제가 있다.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승부조작 사건은 2012년에 벌어졌다. 프로축구, 프로배구에서 승부조작 사건이 발생한 뒤 조사 과정에서 승부조작 브로커가 야구계에서의 승부조작 사건에 대해 증언했고, 박현준과 김성현의 혐의가 인정돼 KBO에서 영구 제명됐다. 이후 2016년 또다시 승부조작 사건이 터졌다. NC 다이노스 투수 이태양의 혐의가 인정돼 마찬가지로 영구 제명되었으며 당시 KBO 측의 은폐 시도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야구계를 뒤흔든 사건은 경기장 안이 아닌 밖에서도 일어나기 일쑤이다. 그중 하나가 ‘음주운전’이다. 2019년 음주운전을 하다 분리대를 들이받아 임의탈퇴라는 중징계를 받은 SSG 랜더스(당시 SK 와이번스)의 강승호, 2021년 음주운전 자진 신고 이후 구단에서 방출당한 키움 히어로즈의 송우현 선수 등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랜 기간 스포츠 신문을 장식한 사건은 키움 히어로즈(당시 넥센 히어로즈) 출신 야구선수 강정호의 음주운전 사건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2016년 12월 음주운전이 적발됐고, 재판 과정에서 두 차례 구단 미보고된 음주운전 적발이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 총 세 차례의 음주운전 전력이 알려졌다. 야구계의 논란은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에서도 계속되었다. 2021년 7월 NC 다이노스 소속 선수 4명이 서울 원정 숙소에서 외부인 여성 2명과 술자리를 가지면서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위반했고, 심지어 역학 조사 과정에서 이를 제대로 알리지도 않아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다. 또 한화 이글스, 키움 히어로즈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적발되었다. 2021년 야구계를 뒤흔든 방역 수칙 위반 사건 이전에도 논란은 있었다. 2020년 코로나 사태로 인해 무관중 경기인 상황에 두산 베어스의 선수들이 원정 경기 후 유흥주점을 찾았다가 구단 자체 징계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최근 야구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선수들의 과거 학교폭력 이력이다. 프로 스포츠계에서의 학교폭력 이슈는 빈번하게 일어난다. 특히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분위기의 중학·고교 야구부에서의 폭력은 비일비재하다. 선수 간의 폭력은 물론이거니와 지도자의 폭력 또한 존재하는 아마추어 야구에서의 대표적인 학교폭력 사건으로는 2013년 안산 야탑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야구부원 투신자살 사건이 있다. 앞서 언급된 안우진의 경우, 고교 3학년 때 야구부 후배를 폭행한 혐의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SBA)로부터 자격정지 3년의 징계를 받은 전적이 있다. 안우진은 학폭 전력으로 인하여 대한체육회 규정에 따라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아마추어 대회에 영구적으로 출전할 수 없게 되었다. 또 두산 베어스의 이영하와 LG 트윈스의 김대현의 경우 고교 재학 시절 학교폭력 의혹으로 2022년 불구속기소 되었으며 같은 해 피해자가 스포츠윤리센터에 이를 신고했다. 현역 스포츠 선수가 시즌 중 재판에 넘겨졌다는 점에서 크게 논란이 됐고, 야구계의 학교폭력 이슈가 리그 내부의 윤리적 처분을 넘어서 법적 처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게 되었다. 이외에도 2021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NC 다이노스로부터 1차 지명을 받은 김유성의 학교폭력 징계가 확인되면서 지명이 철회된 사례가 있다. 논란 이후 야구팬들 사이에서 ‘이제는 루키들의 생활기록부까지 검사해야 한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미미한 징계 수위, 커지는 불신】

KBO 내에도, 구단 자체에도 이러한 논란들에 관한 징계 규정이 엄연히 존재한다. 그런데도 야구계에 끊임없이 사건·사고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군가는 그 물음에 KBO의 징계 수위가 미미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실제로 2021년 7월 발생한 키움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방역 수칙 위반 사건 당시 KBO 측에서 내린 징계가 문제 된 적이 있다. 키움 히어로즈 소속 두 선수의 경우 수원 숙소와 강남 호텔을 오가며 장시간 음주 후 새벽에 수원 숙소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방역 수칙 위반에 대한 징계로 36경기 출전 정지와 500만 원의 제재금을 부과받았다. 그러나 징계가 내려지는 과정에서 호텔에서 숙소로의 이동과정에 대해서는 따로 KBO 측에서 문제 삼지 않았단 점에서 논란이 일었다. 또한 2020년 코로나 사태로 인해 무관중 경기인 상황에서 두산 베어스의 선수들이 원정 경기 후 유흥주점을 찾아 구단 자체 징계를 받은 당시에도 해당 사실을 인지한 KBO 측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구단에서의 대처 또한 팬들은 달갑지 않다. 2016년 음주운전이 적발된 강정호의 경우 2022년 키움 히어로즈 측에서 복귀시키려는 움직임을 드러내면서 다시 한번 논란이 된 적 있다. 큰 반발로 인해 KBO는 “강정호의 임의 해지 복귀는 허가하지만 2022시즌 선수 계약을 불허한다”라고 밝혔고, 결국 강정호 선수가 키움 히어로즈 측에 연락해 “KBO 리그에 복귀하지 않겠다”라고 전하면서 사건이 일단락되었다. 또 2021 KBO 신인 드래프트 당시 학교폭력 논란으로 인해 지명이 철회된 김유성을 2023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두산 베어스가 재차 지명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김유성 지명 이후 두산 베어스 11대 감독으로 취임한 이승엽 감독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피해자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가 먼저이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자신도 함께 가서 사과하겠다”라고 밝혔다. 두산 베어스 측은 학교폭력 논란이 불거진 이영하와 김유성을 기용하겠다는 의중을 전한 적 있다. 이를 두고 팬들 사이에서는 학교폭력 이슈에 대한 구단과 감독, KBO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프로야구가 이전보다 인기가 감소한 요즘, 야구계 안팎으로 터지는 논란들에 KBO 역시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 미미한 징계 수위로 인해 헤드라인에는 ‘엄중 경고 처분’이라는 문구가 자주 등장했고, 야구팬들은 그를 불 보듯 뻔한 보여주기식 결론이라며 ‘갓중경고’, ‘킹중경고’라는 말을 붙여 조롱하기도 한다. 

이처럼 야구팬들의 반응은 대부분 싸늘하다. KBO 측에서의 징계 수위를 높이거나 구단 측의 징계 수위를 강화하라는 요구 또한 빗발친다. 이러한 징계 논란에 대해 KBO 역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리그 차원에서의 징계 외에도 구단 내부적으로 내리는 징계 탓에 이중 징계 논란 혹은 선수마다 다른 징계 수위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으며, 무턱대고 규약보다 강한 징계를 내렸다가는 법적인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최근 빈번히 벌어진 야구선수 음주운전 논란에 대해 KBO 측에서 2022년 5월 관련 규정을 강화했다. 음주운전에 관한 수위 및 횟수별 징계를 구체화했으며, 별도의 상벌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규약 조항에 따라 바로 제재를 부과하고 구단의 자체 징계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는 음주운전 문제에 대해서는 이중 징계 논란 같은 문제가 제기되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이처럼 다른 야구계 이슈에 관해서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엇갈리는 반응】

그렇다면 야구계 이슈에 대한 여론은 어떠할까. 승부조작의 경우 혐의가 인정된 선수에 대한 제명이 이루어지고, 도박과 음주운전, 그리고 약물 투여와 같은 범죄행위에 대해서도 사회적 비난이 거센 편이나 유난히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서만은 여론이 극단적으로 나뉘는 편이다. 대체로 ‘개인의 인성보다 실력이 중시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두고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먼저 개인의 인성보다 실력이 중요하다는 반응이다. 일부 야구팬들도 그러하지만 대체로 같은 야구인들이 이와 같은 태도를 보인다. 실제로 안우진의 WBC 국가대표 승선 문제를 놓고 야구계 전반적으로는 ‘뽑아야 한다’라는 여론이 더 많았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수의 야구계 인사들은 “아직 논란이 있지만 실력만 놓고 보면 안우진을 발탁해야 한다. 선수 본인이 반성한다면 문제 될 것 없다”라고 주장한다. 

반대로 논란 선수를 기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 또한 존재한다. 야구팬 대부분이 이러한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특히 ‘국가대표’ 승선 문제에 유독 예민하다. 한 야구팬은 “논란 선수의 지속적인 기용은 리그 명예를 실추시킬 뿐이다. 나쁜 선례를 지우고, ‘야구만 잘하면 된다’라는 인식이 만연해지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논란 선수들은 프로 선수로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을 제대로 인식해야만 한다”라고 밝혔다.

음주운전, 학교폭력, 승부조작 등 스포츠에서의 논란은 비단 야구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리그의 인기를 견인하는 것은 실력이 출중한 스타플레이어 한 명이 아닌 수많은 팬이다. 한국 프로야구가 예전의 인기를 되찾고, 돌아선 팬들을 다시 붙잡으려면 논란 이후 대처 또한 완벽히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을 통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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