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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어라, 순간이여!

《앙드레 브라질리에 특별전》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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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브라질리에 특별전 전시 포스터/출처: 예술의 전당
▲앙드레 브라질리에 특별전 전시 포스터/출처: 예술의 전당

 

앙드레 브라질리에(Andre Brasilier, 1929~)는 최근까지도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는 프랑스의 화가이다. 1940년 2차 세계대전 중 불길에 휩싸인 덩케르크에서 아버지의 얼굴을 그린 것이 그의 첫 작품이다. 브라질리에는 1949년부터 프랑스 최고 예술 학교인 파리 국립 미술학교에서 뛰어난 성적으로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했고 23세에는 루이 14세가 제정한 400년 역사의 ‘프리 드 롬 예술상(Prix de Rome de Peinture)’을 수상했다. 또한 유명 화가인 드랭, 블라맹크, 샤갈 등과 예술적인 교류를 한 화가이다. 살아있는 전설, 앙드레 브라질리에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았다.

브라질리에는 자신의 작품에 무언가 깊은 의미를 숨겨두지 않고, 자신의 인생에 행복을 주는 요소를 그림으로 남겼다. 본 전시는 브라질리에가 사랑한 것을 크게 3가지로 분류하여 공간을 구성했다. 첫 번째 주제는 음악이다. 브라질리에는 프랑스의 유명한 피아니스트인 삼촌, 고모의 영향을 받아 어릴 적부터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그는 음악 공연을 보며 청각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즐거움을 느꼈고 이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또, 음악 공연뿐만 아니라 탱고와 서커스 등의 공연을 보며 느낀 감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보다 자신의 감정을 담아 표현했다.

한편 전시를 감상하다 보면 화풍이 다른 작품이 연이어 걸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초창기 브라질리에는 다른 화가들처럼 색채가 화려하고 다양한 기법을 활용한 전통적인 유화 그림을 그렸으나, 중년 이후 본인만의 개성을 찾으며 수채화같이 맑고 투명한 화풍으로 그림을 그렸다. 시간순이 아닌 주제별로 작품을 모아 공간을 구성한 본 전시에서는 브라질리에의 화풍 변화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두 번째 주제는 자연과 말이다. 브라질리에는 프랑스의 작은 마을 소뮈르(Saumur)에서 자랐다. 그는 그곳에서 넓은 들판과 다양한 말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말이 넓은 들판을 거닐거나 달리는 장면, 기수가 말을 타고 달리는 장면을 그림으로 그렸다. 브라질리에는 말을 많이 관찰하고 좋아했으나, 그가 그린 대부분 그림에서 말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그의 인생철학이기도 한 ‘모든 것이 조화로워야 한다’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아름다운 자연과 생명력이 함께할 때 조화가 중요하며 이것이 진짜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늘이나 말 등 자신이 사랑한 것들을 크게 그리기보다 이것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했다. 브라질리에는 특히 노을이 지는 풍경을 사랑했는데, 그의 노을에는 특이한 점이 있다. 노을 지는 풍경은 주로 빨간색이나 주황색, 노란색을 사용하여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브라질리에의 노을은 진한 분홍색으로 표현된다.

▲〈검은색의 샹탈〉(1964)
▲〈검은색의 샹탈〉(1964)

 

마지막으로, 세 번째 주제는 여인이다. 브라질리에는 수많은 여인 그림을 그렸는데, 그림의 모델은 오직 한 사람이다. 그 여인은 브라질리에의 아내인 샹탈(Chantal)이다. 샹탈은 브라질리에의 뮤즈이자 30세부터 지금까지 거의 평생을 함께한 동반자이다. 브라질리에가 그린 여인 그림 중 단 한 작품만이 샹탈이 아닌데, 그 작품은 샹탈을 만나기 전 자신이 꿈꾸는 여인을 그린 것이다. 그런데 그 여인과 작품 속 샹탈의 차이가 거의 없을 정도로 닮아있다. 브라질리에는 ‘그녀를 만나기 전에 그녀를 그렸다’, ‘나는 나의 뮤즈와 결혼했다’라며 아내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특히 샹탈이 어딘가 내려보는 듯한 순간을 가장 좋아했고, 전시에서는 그 순간을 그린 그림을 많이 볼 수 있다.

▲전시장 내부 모습
▲전시장 내부 모습

 

세 가지 큰 주제가 끝나면 ‘삶의 참가’라는 주제 아래 브라질리에가 인생을 얼마나 아름답게 찬양하고 있는지에 관한 그림이 모여 있다. 사진 촬영이 금지된 본 전시에서 유일하게 촬영이 가능한 공간이기도 하다. 브라질리에는 저녁 식사, 나들이, 여행, 전시회 등 소소한 삶의 순간들을 작품으로 남겼다. 그는 돌아보면 보이는 소소한 행복의 순간들을 보낸 우리는 이미 충분한 인생을 살고 있음을 잊지 말 것을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우리는 때때로 바쁘고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 행복을 잊고 살아간다. 그러나 잠시 멈추고 돌이켜 생각해 보면 소중한 가족과 친구들, 아름다운 풍경과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브라질리에의 작품을 통해 고통에서 벗어나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전시기간: 2022년 12월 20일(화) ~ 2023년 4월 9일(일)

전시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관람시간: 10:00 ~ 19:00 (입장 마감 18:00),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요금: 성인(만 19세 이상) 20,000원/18,000원/18,000원 청소년(만 13~18세) 15,000원/13,500원/13,000원 어린이(만 3~12세) 13,000원/11,700원/11,000원 (정상가/예매할인가-당일 사용 불가/단체-20인 이상 시 적용, 사전예약 필수) 만 36개월 미만 보호자 동반 시 무료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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