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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정신으로 무장한 예술가

조숙현(경영02) 동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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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프레스 대표 조숙현
▲아트북프레스 대표 조숙현

안정적인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란 쉽지 않다. 하물며 자신의 평생직장이 될 수 있는 전공을 바꾸는 일은 얼마나 어려울까. 경영학에서 예술의 세계로 새로운 도전을 한 조숙현(경영02) 동문을 만나보았다. 

 

Q. 경영학과로 입학한 후 예술의 길을 걷게 됐다. 일반적인 길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진로를 틀게 된 계기가 있는지 묻고 싶다. 

A. 경영학과에 입학했을 당시, 나 자신의 신념이 뭔지 모르는 상태였다. 졸업 이후 전공을 살려 마케팅 분야의 회사에 다니게 됐는데, 이때 내가 회사 경영에 도움 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아 정체성에 혼란이 왔다. 스물셋의 젊은 나이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연세대학교 영상 커뮤니케이션을 석사 전공하게 됐다. 이후 『퍼블릭아트(Public art)』와 같은 예술 전문 잡지의 편집자로 활동을 했고, 아트북프레스(Art Book Press)라는 개인 사업까지 확장시켰다. 즉, 진로를 튼 이후 확장한 다음, 나만의 것을 만드는 고민을 한 것이 변화의 계기라 생각한다.

 

Q. 과거 <강원국제비엔날레>부터 <컨템퍼러리 패턴(Contemporary Patterns)>까지 여러 전시를 기획한 바 있다. 인상 깊었던 전시가 있었다면?

▲〈변덕스러운 부피와 두께 – 네덜란드 최고의 책 디자인 한국의 아티스트북을 만나다〉 전시 /출처: 아트북프레스 홈페이지
▲〈변덕스러운 부피와 두께 – 네덜란드 최고의 책 디자인 한국의 아티스트북을 만나다〉 전시 /출처: 아트북프레스 홈페이지

 

A. <강원국제비엔날레> 전시 같은 경우 큐레이터로 데뷔를 한 작품이라 기억에 남는다. 비엔날레가 대규모 전시이기 때문에 고생도 많았지만, 그로 인해 큐레이터 업무와 감각을 익힐 수 있었던 것 같다. 또한 가장 인상 깊었던 전시로는 네덜란드 대사관과 같이 진행했던 <변덕스러운 부피와 두께(Versatile Volumes)> 전시다. 위 전시는 아트북 전시인데, 아트북의 특성상 물성이 굉장히 다양하다. 디자인 강국 네덜란드에서 『베스트 더치 북 디자인스(The Best Dutch Book Designs)』라고 하는 책 33권이 전시된다. 제일 디자인이 잘 된책을 전시하기 때문에 *아방가르드한 책을 접하게 되어 충격이었고, 젊은 세대부터 노인분들까지 오랜 시간을 할애해 책을 읽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Q. 동문께서는 아트북프레스(Art Book Press)를 설립해 지금까지 7권의 책을 출판했다. 책을 1년에 두 번 출판하신다고 들었는데, 그 이유와 앞으로 어떤 종류의 책을 출판하고 싶은지 궁금하다.

▲ 아트북프레스에서 발간한 7권의 아트북/출처: 아트북프레스 홈페이지
▲ 아트북프레스에서 발간한 7권의 아트북/출처: 아트북프레스 홈페이지

 

A. 아트북프레스를 설립할 때 1년에 책을 2번만 출판하는 하나의 원칙을 세웠다. 아무래도 책을 출판하는 것만으로 고정적 수입은 얻기 힘들다. 그래서 투잡을 가져야 하는데 이 상태에서 웰메이드로 책을 만들어야 한다면 1년에 2번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아트북프레스가 현대미술 전문서부터 아트북까지 다양한 출판을 했고 앞으로 다양성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현재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Sir Michael Craig-Martin, 1941~)의 『온 비잉 언 아티스트(on being an artist)』라는 책을 번역 중에 있고, 『코리안 드로잉 북(Korean Drawing Book)』이라고 해서 국내에서 만난 다양한 일류 예술가들의 드로잉을 엮어서 출판하려 한다. 

 

Q. 매월 발간하는 잡지와 다르게, 일 년에 두 번만 출판하는 동문의 책만이 가지는 특징 혹은 장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 아트북 『창작을 위한 변명』/출처: 아트북프레스 홈페이지
▲ 아트북 『창작을 위한 변명』/출처: 아트북프레스 홈페이지

 

A. 1년에 2번 출판하는 것은 느린 호흡이다. 그만큼 책을 잘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 최근 독립 출판 등 책 출판이 굉장히 많다. 독립 출판 같은 경우 쉽게 내기도 하고 빠르게 내기도 하는데 그런 책을 출판하고 싶지는 않다. 아트북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공들여서 만든 웰메이드 책을 출판하고 싶어서 1년에 두 번만 출판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또한 책의 다른 특징으로 컨템퍼러리 아트(Contemporary Art), 즉 동시대 살아있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기록·보존하는 것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현대미술만을 다룬다는 특징이 있다. 

 

Q. 전 질문에 후행하여, 최근 MZ세대에서 아트북이 유행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아트북을 수집 목적으로 구매하는 경향이 강해 보이는데, 이러한 경향이 아트북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A. 좋은 영향같다. 현재 책이 사양 산업이고 요즘은 다들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얻는데, 유튜브는 한계가 있다. 유튜브에서는 문학성, 섬세한 감성 등 텍스트와 독자 간의 일대일 대화가 힘들다. 그런데 문학성 같은 것은 아름다운 가치이기 때문에 언젠가 그런 가치를 찾을 날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트북 같은 경우 책이 줄 수 있는 실망감을 채워줄 수 있고, 책을 옆에 두고 싶어 하는 심리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 같다. MZ세대가 아트북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아트북 시장 역시 이에 맞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다.

 

Q. 과거 동문의 인터뷰를 참고했을 때, 기자 재직 중 알게 된 수백 개 해외 레지던스에 취재 요청 메일을 보냈고 이후 해외에 직접 머물며 책을 발간했다고 들었다.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은데 이런 도전정신의 원천이 궁금하다. 

A. 과거 대학 시절 가치관을 확립하게 된 강의가 있었다. 강의의 요점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다. 즉, 리스크 테이커(위험 감수자)들이 큰 스테이크를 가져가게 되는 것이다. 정규분포에 따르면 대부분 사람들은 안정적이고 변화를 싫어하며, 리스크 테이커들은 많지 않다. 근데 이것은 성향 차이 같다. 도전을 좋아하는 성향이라, 이러한 도전정신의 원천은 위험을 감수하는 성향인 것 같다. 그래서 좀 더 넓은 세계 그리고 예술의 가능성을 시도해보고 싶었다. 

 

Q. 기자, 작가, 큐레이터 등 굉장히 다양한 직업을 거쳤다. 다양한 분야의 일을 하면서 겪은 고충 또는 느낀 점이 궁금하다. 

A. 현대미술 분야에서 일을 두루두루 하는데 고충이 상당하다. 큐레이터라고 하면 우아한 직업으로 착각하는데 전시 준비 과정이 막노동이나 다름없다. 전시 준비 과정에서 전기, 가벽 등을 외주 업체와 상의해야 하고, 전시에 드는 자금을 줄이기 위해 재무 감각도 필요한 것 같다. 그래도 예술 분야에 적성이 맞아 같이 일하는 게 즐겁다.

 

Q. 도전을 두려워하는 학우들이 많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도전을 두려워하는 것이 성향이라면 굳이 말리고 싶지 않다. 모든 일은 자기 선택이고 결과에 따른 책임을 지면 된다. 하지만 모든 것을 극복하고 무엇인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과감히 도전해보자. 최선을 다하면 실패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설령 돈에 대한 실패가 있다 하더라도 그만큼의 경험이 남고, 다음 기회가 온다. 근데 도전이 두려워 이것을 안 해 본 사람은 모른다. 아직 젊은 나이인 만큼 도전해봐도 좋다고 생각한다.

 

*아방가르드: 예술, 문화, 사회에 대한 실험적이거나 급진적이거나 비전통적인 작업과 작가 모두를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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