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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묻은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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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기에 앞서 ‘행복’의 사전적 정의에 대해 찾아보았다.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한 상태’라고 한다. 사람은 대개 이러한 행복을 삶의 궁극적인 목표로 살아가는 것 같다. 하지만 각자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다양하기에 자신이 어떨 때 행복을 느끼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마냥 어리기만 했던 시절에는 누가 봐도 크게 행복할 일에만 행복이라는 이름을 붙여가며 지냈던 것 같다. 지금 돌이켜 보면 언제 어디서나 찾을 수 있는 것들이 나를 웃게 했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 나를 눈부시도록 행복하게 만들어 주지는 않더라도 서서히 행복을 완성해 가는 일 또한 자신을 채워가는 일이다. 내가 평소에 좋아했던 것들, 나를 소소하게 웃게 했던 일들은 더디더라도 나의 행복을 충분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대학을 멀리 오게 되어 타지에서 생활하게 된 2022년은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나에게 가장 크게 다가왔던 한 해였다. 그리움이라는 감정은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보고 싶은 사람들을 보지 못하게 됐고, 그들이 웃는 모습을 사진 속에서만 기억해야 하기에. 또 나에게 건넨 편지와 선물에서는 여전히 그들의 향기가 나서 그리움에 사무친다는 말을 몸소 느끼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개강을 앞두고 다시 제주도에 내려온 지금, 작년의 나와는 다른 행복의 감정을 느끼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보고 싶은 사람들의 얼굴을 보게 될 때만 행복해하며 지낸 과거와 달리, 그리움 속에서도 행복을 느끼고 있는 나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사무치는 그리움마저 소중하게만 느껴지는 사람들이기에, 또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이들이기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두고 불행과 행복을 오갈 수 있다는 것에서 감정은 자기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게 느껴졌다. 보고 싶은 사람들의 얼굴을 보는 것만이 나의 행복을 온전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어쩔 수 없는 타지 생활 속 그리운 사람들과 연락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같이 찍은 사진을 보고 편지를 읽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끼며 행복의 기준이 달라진 것을 깨닫는다. 케케묵은 그리움 속 무던하게 묻어있는 이 따스함을 난 때 묻은 행복이라 부르기로 했다.

잃어도 상관없는 것들은 잃어도 잃은 것을 모르지 않는가. 사람이 태어나고 자라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처럼 무엇 하나를 손에 넣었다가 잃는 것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마음껏 그리워할 수 있는 이유다. 그들을 향한 나의 그리움에 도리어 나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내가 행복해지길 진심으로 바라는 그들의 마음이 너무 다정하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나 또한 다정한 마음을 한없이 품고 있기에 그들의 불안을, 불행을 다정함으로 안아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의 불행을 내가 감쌀 수는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글을 읽고 있는 이 순간에도 당신의 불안을 걱정하고, 당신의 행복을 응원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내 평생에 소중한 사람을 이렇게나마 응원하듯이 당신의 사람들도 마음으로 당신의 행복을 생각하고 고민하고 응원하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요즘 멀리에서 힘들어하는 그리운 친구들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보고 글을 쓰며 그들에게 하고자 하는 말로 글을 끝내 보려 한다. 불행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힘든 일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행복만 계속되면 진정으로 행복한 순간에 행복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또 우울 속에만 있다 보면 웃는 법을 잊을 수밖에 없다. 행복할 수만은 없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지 않는가. 하지만 우리네 인생은 불행하기만 하지도 않을 것이다. 모두가 이 사실을 믿고 오늘 울게 된다면, 내일은 행복해질 것이라 믿으며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힘든 시간 동안 불행에 집중하기보단 자신이 무엇을 할 때, 누구와 함께 할 때 행복한지를 생각하며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가길. 내가 멀리서 그리움으로 행복을 사는 것처럼, 당신들도 나에 대한 그리움이 행복으로 다가가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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