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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함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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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는 태도가 매우 정겹고 고분고분한 것. 처음 보는 남부터 매일 만나는 이들까지, 친절함을 베푼다는 건 쉽진 않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이는 예로부터 이어져 온 이치다. 어릴 적부터 친절함과 관련된 옛 일화들을 들어왔을 것이다. 『흥부놀부전』에서 흥부는 다리를 다친 까치에게 작은 친절을 베풀어 상처를 치료해줬다. 그 후 까치는 흥부에게 특별한 박씨를 선물해줬고 그 박씨로 흥부 가족은 가난한 삶에서 벗어나게 된다. 『은혜 갚은 까치』에서는 선비의 도움으로 새끼를 구한 까치가 목숨 바쳐 선비를 구하기도 한다. 

친절한 사람을 누가 싫어하겠느냐마는 그래도 기자는 특히나 친절한 사람들을 좋아한다. 친절하다는 것은 자신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상대방이 불편하지 않도록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가능한 일이다. 이 노력은 겉으로 보기와는 다르게 상당히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친절함을 행하기란 체력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꽤 힘든 일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매사 친절한 사람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곤 한다. 다른 사람을 위해 노력하는 일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다만 요즘 세상은 감히 친절함을 베풀기 어려운 시대인 것 같다. 때때로 친절함은 독이 되어 돌아온다. 예전에 ‘어금니 아빠 사건’이 있었다. 2005년 한 프로그램에서 거대백악종이라는 희소병에 걸려 어금니만 남은 아버지 ‘이영학’과 그의 병을 물려받은 딸의 사연이 소개됐다. 이영학은 딸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눈물로 도움을 호소했고 이에 감동한 시청자들의 후원으로 12억 8천만 원이라는 거액의 돈이 모이게 된다. 하지만 딸의 치료비로 사용된 돈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나머지 돈은 이영학 개인의 사치 비용으로 사용되거나 심지어 성매매 알선 등 불법적인 용도로 사용됐다. 현재 이영학은 딸의 친구를 성폭행 및 살해한 죄로 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후원자들은 선의라는 친절함을 건넸지만 결과는 끔찍했다. 물론 이 사건은 극단적인 예시다. 하지만 우리 모두 한 번쯤은 일상 속에서 친절함의 배신을 겪어본 적이 있지 않은가.

친절함을 베푸는 것뿐만 아니라 남이 베푼 친절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 친절을 친절로 보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기자가 그랬다. 몇 년 전 어쩔 수 없는 몇 가지 일로 인해 기자의 마음에 여유가 부족했던 때가 있었다. 기자의 사정을 알고 친절을 베풀어주신 분들이 계셨지만 대부분 거절하거나 외면했다. 설령 친절함을 받더라도 마음 한구석이 항상 불편했다. 그때 그분들을 생각하면 여전히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다. 기자의 개인적인 경험 말고도 우리 사회에는 친절함을 악용한 사례들이 여럿 있었다. 친절함을 가면 삼아 피해자들에게 접근하는 그루밍 범죄부터 자신의 불쾌한 친절함을 이용해 피해자들을 유인하여 추악한 범죄를 저지른 강호순 사건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삶은 여전히 친절함이 필요하다. 대중교통에서 자리를 양보해 주는 것, 짐을 나눠 들어주는 것, 문을 잡아 주는 것,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것. 사소한 친절이지만 그 가치는 절대 사소하지 않다. 누군가는 요즘 세상에 친절함은 미련한 짓이라고도 한다. 선의를 악용한 사람들이 아니라 속아 넘어간 사람들을 욕하곤 한다. 하지만 친절한 사람들이, 나아가 선한 사람들이 바보 취급받는 세상이 왔다 하더래도 그들은 여전히 필요하다. 대가 없는 선의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 이들이 매우 귀한 존재들이란 건 변하지 않는 진리다.

마지막으로 기자의 작은 바람을 덧붙인다. 함부로 친절함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기를, 온 마음 다해 자신의 친절을 베풀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글을 빌어 기자에게 크고 작은 친절함을 베풀어준 모든 분께, 나의 친절을 온전히 받아들여 준 모든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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