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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인스타툰 작가 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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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툰 작가 르노
▲인스타툰 작가 르노

 

인스타그램 피드를 내리다 보면 보이는 짧은 만화가 있다. 10장이라는 적은 페이지에 그려진 만화는 짧은 순간에 웃음과 감동을 주기도 하고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들기도 한다. 인스타그램에서 만화를 연재하는 작가 르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인스타툰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작업용 아이패드와 도구들
▲작업용 아이패드와 도구들

 

A.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주는 즐거움 덕에 어릴 때부터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꿈이 강했다. 하지만 미술에 대한 집안의 반대가 컸고 합의점으로 디자인 전공을 선택하는 것으로 미대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도 만화에 대한 꿈은 여전했다. 졸업이 가까워지니 이대로 취직하게 되면 만화에 대한 꿈과 더 멀어질 것 같아 어떤 형태로든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선택한 게 인스타툰이었다.

 

Q. 네이버 웹툰이나 다음 웹툰 등 공식적으로 웹툰을 다루는 플랫폼이 아닌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에서 만화를 연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인스타툰을 시작하기 전 상황은 말 그대로 시간 부족이었다. 학비를 위한 아르바이트, 4학년 졸업 전시, 게다가 취직을 고민할 나이다 보니 다른 것에 도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때가 아니면 만화에 대한 꿈을 정말 접게 될 것 같았고 어떻게든 만화를 그리고 싶었다. 보통 만화를 연재하기 위해선 ‘도전 만화’와 같은 웹툰 플랫폼부터 시작해야 하며 그 과정 또한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인스타그램은 접근이 쉬울뿐더러 누구나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곳이다. 그렇기에 이곳에 만화를 올리는 게 그때의 상황과 가장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 인스타그램을 선택했다.

 

Q. 네이버나 다음과 같이 웹툰의 플랫폼이 구축되어 있지 않은 인스타그램은 작가 본인이 피드를 꾸미는 등의 추가적인 일이 필요한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작업실 책상 모습
▲작업실 책상 모습

 

A. 예전에는 만화만 재밌으면 된다 생각했으나 지금은 다르다. 많은 사람이 인스타툰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그 수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개성’과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파격적인 100%의 신선함을 말하는 건 아니다. 다만 남들과 나를 구분 지을 수 있는 개성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인스타툰 속에서 독자들의 기억 속에 ‘나’라는 존재를 각인시킬 장치를만드는 것이다. 유행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기에 유행을 추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중에서도 구분될 만한 나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특히 키워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만화를 그리면서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이 내 만화를 즐겁게 봐줄까 생각했던 시기에 ‘나만이 할 수 있는’ 그러나 ‘남들도 공감하거나 신기해할 만한’ 이야기가 무엇일지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몸담고 있던 ‘입시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고 생각했고 그때 처음 만화의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당시에 입시 미술을 다룬 만화는 제법 있었지만, 입시 미술을 제대로 파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내가 처음이었다. 예상대로 많은 독자가 공감과 동시에 새로운 컨텐츠로 받아들여 줬고 나의 개성은 독자들이 나를 기억하게 하는 장치가 돼 줬다.

 

Q. 대학을 다니며 미술학원 강사와 만화 연재를 동시에 진행한 적이 있다고 했는데, 졸업을 준비하는 것, 학생들의 입시를 돕는 것, 꾸준히 콘티를 짜고 만화를 그려 연재하는 것 어느 하나 쉽지 않고 책임감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때 어려움이나 번아웃(burnout)은 없었는지,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하다.

A. 지금도 돌이켜보면 제일 육체적으로 힘든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만화를 그리던 시기와 졸업 전시를 준비하던 시기가 겹쳤고 심지어 당시에 전시회를 총괄하는 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거기에 닥쳐온 코로나까지 생각하면 신경 쓸 게 많았던 터라 미술학원 강사 일까지 소화해야 하는 현실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나도 학생이라 많이 부족하고 누군가 챙겨줬으면 하는데 그곳에 가면 내가 아이들을 챙겨야 하는 선생님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번아웃도 왔었고 실제로 몸도 매우 아픈 시기였다. 다만 내가 좌절하지 않고 해낼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모든 것들이 내가 직접 선택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미대를 진학해 졸업하는 것도, 아이들의 선생님을 하는 것도, 만화를 그리겠다는 것도 모두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이었기에 힘들지만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대학과 학원은 나에게 영감을 주는 장소였기에 그 모든 것들이 상호작용을 하며 좋은 시너지를 만들어 줬다는 점도 컸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내가 선택한 일을 함으로써 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주변에 좋은 분들을 많이 둔 덕도 컸다. 가르친 학생들이 착하고 밝아 일이 힘들지 않게 도와줬고, 함께 일한 직장 동료와 친구들은 서로의 힘든 점을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사람들이었다. 거기에 만화를 그리면서 내 만화를 좋아해 주는 독자들의 따뜻한 반응은 창작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돼 줬다. 창작자에게 긍정적인 반응만큼 좋은 건 없다. 요즘도 힘이 들면 예전에 캡처해 둔 독자들의 반응을 보고 의지를 다지곤 한다.

 

Q. 미술 학원 강사로 일하면서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일화나 만화로 그려보고 싶은 에피소드가 있는지 궁금하다.

A. 입시 현장에 있다는 건 극적인 상황을 마주할 상황이 많다는 걸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개인적인 이야기이기에 되도록 만화로 그리진 않고 있지만 아이들의 입시 이야기를 좀 더 생생하게 날 것 그대로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다. 고난을 극복해 결국 목표를 쟁취하는 모습, 때로는 실패해서 좌절하는 모습 그 자체가 다른 누군가에게 공감, 위로, 희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정말 현실적으로 그려내 보고 싶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대견하고 멋진 학생들이 많아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그 시기가 그 아이들에겐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기일 수도 있고 개인적이기도 해서 조심하고 있다. 그 외에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첫 제자들을 데리고 여행을 갔던 일이 있다. 첫 제자들이라 그런지 유난히 애틋해서 나도 대학생이었는데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 계획대로 된 게 많이 없어서 정말 사건·사고만 가득했던 여행이지만 아직도 생각나면 웃음이 날 정도로 소중한 추억이 됐다. 기회가 된다면 또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 가보고 싶다.

 

Q. 주로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는지와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콘티와 완성된 만화
▲콘티와 완성된 만화

 

A. 모든 삶에서 소재를 얻는다. 예전에는 미대와 미술학원에 소속돼 있어 그쪽 이야기를 많이 했다면 요즘은 정말 일상 자체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 특히나 소소한 일상을 재밌게 표현해내는 스타일을 좋아해서 오히려 자극적인 에피소드보단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할 때 더 즐겁게 작업하고 있다. 의외로 많은 사람이 자극적인 에피소드만 재미있지 내 삶은 너무 평범해서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소소함과 평범함만이 줄 수 있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작업의 경우 주로 소재나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메모장에 적어두었다가 소재를 정리할 때 재밌게 표현할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으로 선택해서 작업하고 있다. 대학에 다닐 때까지는 컴퓨터에 태블릿을 연결해 작업했고 지금은 아이패드로 장비를 바꿨는데 확실히 장비의 중요성이 크다는 걸 이때 알았다. 작업 순서는 먼저 글 *콘티를 짜서 정리하고 그림 콘티를 짠 후 작업을 하는 순으로 진행하는데 아마 다른 작가들도 비슷할 것 같다.

 

Q.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어 힘들어하고 두려워하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궁금하다.

A. 강사 시절 아이들과 상담할 때 아이들의 성향에 맞춰 해결책을 말해줬었다. 요즘 유행하는 MBTI의 **F/T 구분처럼 나눠지는 것 같다.

[F] 미래에 대한 불확신으로 인한 힘듦은 누구에게나 늘 있는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누구나 하는 고민이고 누구나 그런 고민이 드는 시기란 생각이 들면 그것만으로도 위로될 때가 있다. 그런 시기가 있다는 걸 인지하게 되면 설령 미래에 대한 고민이 해결되지 않아도 좀 더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렇게 되면 상황을 전보다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된다. 너무 심적으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생각이라고 본다. 미래에 관한 고민을 하게 되는 순간이 왔다는 건 성장통이 온 상황이니 두려워하기보다 유행어인 “오히려 좋아”처럼 “내가 성장하는 시기가 찾아왔구나”하고 즐겨보는 건 어떨까 싶다.

[T] 나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있을 때 마치 게임처럼 ‘능력치’를 올리는 방법을 선택한다. 이 과정에서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으며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가 해상도가 낮은 상황이라면 이 과정을 통해 조금씩 해상도를 올려 나가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미래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해도 할 수 있는 일이 ‘능력치’ 올리기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게 생긴 미래의 내가 조금이라도 더 수월할 수 있도록 지금 여러 능력치를 쌓아두는 것이다. 단순히 불안감에 시달리기만 하는 건 고통이 남지만 지식과 능력은 가치로 남는다. 그러니 불안할 때는 내 미래가 조금이라도 확실해질 수 있는 생산적인 무언가를 해보길 추천한다.

*콘티: ‘콘티뉴이티(continuity)’의 준말.

**F/T: F 감정형, T 이성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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