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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범, 〈산수도〉 1952년, 견본담채, 29.0×58.0cm

박물관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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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범, 〈산수도〉 1952년, 견본담채, 29.0×58.0cm
▲ 이상범, 〈산수도〉 1952년, 견본담채, 29.0×58.0cm

청전 이상범(靑田 李象範, 1897~1972)은 소정 변관식과 더불어 근대기 사경산수화를 대표하는 동양화가이다. 1914년 그는 최초의 근대식 미술교육기관인 서화미술회(書畵美術會)에 입학하여 1918년 4월에 졸업할 때까지 안중식을 사사하였다. 당시 그는 안중식의 화풍에 영향을 받아 화려한 구성과 색채감이 강조된 궁중벽화인 <창덕궁 경훈각 삼선관파도 (昌德宮 景薰閣 三仙觀波圖)>(1920)를 제작하였다. 또한 스승이었던 안중식의 화숙인 경묵당(耕墨堂)에 기거하며 자연스럽게 서화협회에 참여한 그는 1921년 1회부터 1936년 15회까지 <서화협회전(書畵協會展)>에 참여하였다. 이후 1923년에는 서화협회에서 함께한 노수현, 이용우 등과 함께 동연사를 조직하여 전통회화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였다. 1929년에는 <제1회 조선미술전람회(朝鮮美術展覽會, 이후 선전)>에서 최고상인 창덕궁상을 수상하였으며, 1936년에 추천작가에 이어 1938년에는 심사 참여작가를 역임하였다. 선전에서 꾸준히 수상한 청전의 작품은 전통적인 산수화에 서구 풍경화의 사실적인 화법을 도입하여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을 묘사하였으며, 서정성을 띈 제목과 운무가 깔린 습윤하고 서정적인 풍경이 특징이다. 이러한 그의 작품은 “관전양식”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선전에서 주목받았으며, 청전의 문하에 있는 제자들 역시 그의 화풍을 따르는 경향을 보였다. 선전에서의 성공과 더불어 1930년대에 청전은 동아일보 사진부 기자로 근무하며 안정적인 생활을 꾸려나갔다. 그러나 1936년 독일 베를린올림픽에서 손기정 선수 가슴에 달린 일장기를 지우는 사건을 계기로 동아일보사를 퇴직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작가는 금강산을 여행하며 다양한 필묵법을 고안하게 되었다. 그중 하나가 각진 필선과 짙고 굵은 붓터치로, 이러한 필법은 1950년대 이후 ‘청전 양식’의 주요한 요소로 발전하게 되었다. 

‘청전 양식’은 해방 전후로 한국 현대화단에서 일었던 전통에 대한 모색과 연결된다. 당시 화단에서는 민족적인 것을 회복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였는데, 이상범 역시 작품을 통해 민족적인 화면을 이룩하고자 하였다. 그는 “우리 민족 고유한 정취를 어떻게 하면 현대라는 이 시대에서 창조할 수 있는가”하는 것을 고민하며, 한국의 실경을 바탕으로 하는 작품을 통해 민족의 정취를 보여주고자 하였다. 이에 따라 작가는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자연풍경을 포착하여 한국의 보편적인 진경을 화폭에 담아내었다. 

<산수도>는 전형적인 ‘청전 양식’의 필법과 구도를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로, 이상범이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으로 부임했던 1950년대에 제작된 작품이다. 청전의 산수화에는 가을과 겨울의 쓸쓸한 풍경, 그리고 여름의 무성한 자연풍경을 그린 작품 다수가 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 작품은 빨래하는 여인들과 그 뒤로 펼쳐진 나지막한 언덕과 초가집, 그 사이로 피어난 꽃으로 봄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고 있어 더욱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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