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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당신의 잠은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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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클립아트 코리아
▲출처: 클립아트 코리아

“평소 잠을 자는 시간이 불규칙해서 고민이에요. 어떤 날에는 밤 9시가 되기도 전에 잠이 들어 다음 날 오후에 일어나기도 하고, 어떤 날에는 새벽이 되도록 잠이 오지 않아 밤을 꼬박 새우곤 해요.” 익명의 한 학우가 가진 고민이다. 초저녁부터 피곤한 날도 있고, 과제나 게임, 스마트폰을 하느라 새벽을 뜬 눈으로 보내는 날도 허다하다. 입시를 끝내고 자유가 주어진 새내기, 진로 준비를 위해 실력을 쌓는 고학년. 저마다의 이유로 바쁘게 사느라 지친 대학생들은 잠에 대한 고민을 습관처럼 달고 산다. 그런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본 기획에서는 수면 및 수면장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지금 우리가 잠 못 드는 이유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건강한 컨디션을 위해, 나아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수면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보자.

 

잠을 자는 동안 우리 몸이 하는 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의하면 2021년 수면장애를 이유로 진료받은 인원이 70만 명을 넘었다. 2016년에 49만 4,915명을 기록했다가 2017년 약 50만 명, 2019년 약 60만 명을 기록한 것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면으로 인한 장애는 비정상적인 수면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부차적인 문제를 모두 포함하는데, 잠을 자고 싶은데 못 자는 날이 지속되면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 두통, 어지럼증, 근육통 등의 증상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잠을 자지 못하면 왜 피로감을 느끼는 걸까? 자는 동안 우리 몸은 깨어있는 동안에 쌓인 노폐물이나 처리가 필요한 물질들을 운반, 청소, 또는 저장하는 활동을 한다. 2019년, 미국 보스턴대학교 연구팀이 잠을 자는 동안 우리 뇌에서 일어나는 일을 MRI(Magnetic Resonance Imaging)를 이용해 관찰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관찰해보니 잠을 자는 동안 바깥으로 빠져나간 혈액의 빈자리에 뇌척수액이 흘러들어와 혈관을 타고 돌면서 깨어있는 동안 신경세포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했던 노폐물을 밀어내는 모습이 나타났다. 수면 중에는 깨어있을 때와 달리 뇌 속 신경세포의 활동을 멈추고 산소공급을 일시적으로 차단해 혈액을 내보낼 수 있고, 자는 동안 뇌세포 역시 수축하여 뇌척수액이 들어올 공간을 더 만들 수 있다. 그래서 깨어있을 때보다 잠을 자는 중에 노폐물을 더 잘 제거할 수 있는 것이다.

노폐물 제거뿐만 아니라 기억을 처리하는 기능도 잠을 자는 동안 작동된다. 깨어있는 동안 수집한 새로운 기억을 해마로 이동시켜 저장 여부를 판단하고, 장기 기억을 관장하는 대뇌 피질의 다른 곳으로 기억할 정보들을 이동시켜 장기 기억으로 처리한다. 공부한 내용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잠이 필요한 이유다. 잠을 자는 동안 처리되는 작업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으면 다음 날 개운하게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기 힘들다. 따라서 충분한 수면이 없다면 우리 몸은 피로를 느낄 수밖에 없다.

 

수면의 단계

수면의 단계를 이해하면 잠에 대한 이해가 수월해진다. 수면의 단계를 모두 거치는 데에는 약 90~120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알려져 있으며, 보통 하루 권장 수면 시간인 7~8시간을 잔다면 수면의 단계를 약 5회 정도 반복하는 것이다. 이 수면의 단계를 모두 반복하기 전에 깨버리면 잠을 잤더라도 쉽게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수면의 단계 그래프/출처: 위키피디아 '렘수면'
▲수면의 단계 그래프/출처: 위키피디아 '렘수면'

수면의 여러 단계에는 각각의 특징이 있다. 우선 막 잠이 들었을 때 진입하는 1단계는 비렘수면 단계로, 뇌파가 느려지고 약 5분에서 10분 정도 지속된다. 2단계에는 심박수가 서서히 안정된다. 뇌파는 빠르고 규칙적이며, 잠자는 시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단계 중 하나다. 3단계는 뇌파가 가장 느린 단계다. 3단계는 가장 깊게 잠든 상태로, 주변 자극을 인지하기 어려워 쉽게 깨지 않는다. 그렇게 3단계를 지나면 가장 얕은 잠의 단계인 렘수면 상태에 진입한다. 눈동자가 움직이고 깨어있을 때의 각성상태와 가장 유사한 단계다. 렘수면 단계에서 우리는 꿈을 꾸고, 쉽게 잠에서 깰 수도 있다.

 

우리가 잠 못 드는 이유

앞서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는 이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음을 언급했다. 왜 잠을 정상적으로 자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걸까? 우선 성과 중심 경쟁이 만연한 사회 분위기가 하나의 이유다. 영어 유치원, 초등 과외, 영재 교육 등 어릴 때부터 빠듯한 시간표에 맞춰 사는 아이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사교육이 만연해지고 모두가 치열하게 앞서나가려는 사회에서, 남들보다 상대적으로 뛰어나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며 아이들은 청소년기를 보낸다. 이런 사회적 풍조에서 잠을 많이 자는 건 사치라고 표현한다. 우리는 잠을 줄여서라도 해야 할 일을 끝내야만 한다. 결국 잠을 자는 게 죄책감을 느껴야 할 일이 되고, 오래 잠을 자는 것은 게으름의 표상이 되곤 한다. 잠은 죽어서 자자는 열정이 담긴 말에 많은 학생들의 수면 시간은 까맣게 그을렸고, 이들의 ‘수면권’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또, 현대인들은 다양한 문화적 영향으로 과거보다 자율적인 시간 관리가 가능해졌다. 재택근무부터 n잡, 1인 미디어, 프리랜서 등 다양한 직업 패턴과 유연한 작업 방식으로 수면 시간이 자주 바뀌는 사회인들이 많아졌다. 게다가 퇴근한 직장인들이나 늦은 밤까지 학원에 있다 돌아온 학생들은 밤에 유튜브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이용하며 개인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에 현대인들은 깨어있는 시간이 더욱 길어지고 잠에 소홀해지고 있다. 결국 학교나 직장에서 더 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거나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업무 중 또는 수업 중에 쪽잠에 들기도 한다.

불안과 우울, 그리고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도 잠을 자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유 없는 우울감과 외로움, 과도한 불안감은 요즘 현대인들의 특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NS를 통해 사회와 이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는 이들이 늘고 스마트폰 중독, SNS 중독에 빠져 화면을 손에서 놓지 못해 수면 패턴과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인스타그램(Instagram)의 릴스(Reels)나 유튜브(Youtube)의 숏츠(Shorts) 등 짧은 동영상인 ‘숏폼’ 콘텐츠가 인기를 끌며 과도한 중독으로 병원을 찾는 대학생들을 다룬 기사도 최근 계속 등장하고 있다.

▲SNS에 중독돼 시간을 허비하는 현대인들이 많다.
▲SNS에 중독돼 시간을 허비하는 현대인들이 많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나오는 빛은 잠을 유도하는 물질인 멜라토닌의 정상적인 분비를 억제한다. 멜라토닌은 보통 어두워진 밤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데, 스마트폰 화면의 빛이 시간의 흐름, 즉 밤이 되었음을 인지하지 못하게 만들어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TV 등 밝은 화면을 오래 본 후에는 정상적으로 잠들기 어렵다.

 

잠을 위한 시공간

잠을 자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안락한 분위기를 판매하는 힐링 카페와 수면 카페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카페에는 안마의자가 준비돼 있고 따뜻한 차를 제공해준다. 쾌적한 휴식을 위해 산소통을 설치해둔 카페도 있고, 내부 환경을 조절해 맑은 공기에서 숙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수면 캡슐을 여러 대 구비해 놓은 카페도 있다. 이런 곳들은 안락한 이색 카페라는 점에서 커플들의 새로운 데이트 코스로 이용되기도 하고, 점심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잠을 청하려고 찾아오는 직장인들이 주로 이용한다.

▲수면 캡슐 카페 모습/출처: 더 릴렉스 인스타그램
▲수면 캡슐 카페 모습/출처: 더 릴렉스 인스타그램

꼭 힐링 카페에 찾아가지 않아도 집에서 수면을 위한 분위기를 만드는 방법이 있다. 가장 흔한 건 수면 유도 영상이다. 편안한 잠을 자게 해준다는 음악, 주파수 영상이 몇 천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백색소음 콘텐츠를 전문으로 다루는 유튜브 채널도 많이 늘었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효과는 없으나, 찾는 이들이 많은 것을 보면 잠을 제대로 자고 싶어도 쉽게 잠들지 못하고 있거나, 적어도 더 편안한 잠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수면의 질을 높이려는 수요와 그에 응하는 기술 개발도 끊이지 않고 등장하는 추세다. 수면용 무선 이어셋 등 대기업의 수면 유도 제품 개발부터 AI 기술 접목까지, 수면의 질을 높이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숨소리 데이터를 모아 사용자의 수면 상태를 판단하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건강한 잠이 주목받으면서 수면 시장은 매우 활발하게 그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인생의 3분의 1을 잠에 할애하는 만큼 당신이 자는 잠에 관심을 가지고 바른 수면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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