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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평화의 내일이 떠오르도록

《30+1: 떠오르도록》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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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들어서면 보이는 '전태일' 석자
▲전시장에 들어서면 보이는 '전태일' 석자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1970년 11월 13일, 스물세 살 청년이 자기 몸에 불을 붙이며 외친 말이다. 《30+1: 떠오르도록》 展은 노동환경에서의 인간 존중과 인간 해방을 위해 희생한 전태일 열사를 기념한다. 그리고 연대로 만드는 사랑과 평화가 멈추지 않고 ‘떠오르도록’ 전태일 기념관에서 특별전시를 열었다.

전태일 기념관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가면 전시를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두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첫 번째 공간은 ‘연대를 잇는 연대’이다. 이곳에서는 ‘전태일 정신의 확장과 연대’에 참여한 청계피복노조, 동일방직 노조 등 전태일 열사와 함께 싸웠던 여성 노동자들의 증언과 ‘전태일노동상’, ‘전태일문학상’의 역대 수상자들이 2022년에 모여 전태일 정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이야기하는 인터뷰를 감상할 수 있다. ‘전태일노동상’은 사랑, 연대 그리고 행동으로 대표되는 전태일 정신을 가장 잘 계승한 노동단체를 위해, 그리고 ‘전태일문학상’은 인간을 억압하는 모든 불의에 맞서 이를 극복하려는 문학적 시도를 응원하고자 전태일기념사업회에서 제정한 상이다. 이 두 가지 상은 1988년 제정돼 30번째를 맞이했고, 수상단체와 작가들은 변화하는 노동환경에서도 인간 존중과 인간 해방의 마음 잇기를 묵묵하고 진득하게 노동 현장의 안과 밖에서 실천해온 이들이다.

첫 번째 공간에 들어서면 ‘전태일’ 석 자와 그의 일생과 하루 일상을 마주할 수 있다. 전시장 한쪽 벽면에 듬성듬성 적혀있는 글은 그의 짧은 생을 체감하게 한다. 벽을 따라 걷다 보면 당시의 소규모 공장을 재현해놓은 ‘다락방 속 하루’가 나온다. 1.5m도 되지 않는 낮은 천장은 들어서는 순간 숨 막히게 한다. 허리를 펴는 것은 상상도 못 하고 무릎을 펴고 걸을 수도 없어 잔뜩 웅크린 상태로 있어야 한다. 당시 노동자들은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하루 14시간 이상 일했다. 다락방을 나오면 전태일 열사의 실제 일기와 수기를 마주할 수 있다. “올해와 같은 내년을 남기지 않기 위하여 나는 결코 투쟁한다. 역사는 증명한다” 꾹꾹 눌러 적은 글씨는 그의 외로움과 고됨, 서러움, 분노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리고 전태일 열사와 함께 「근로기준법」이라는 지켜져야만 하는 것을 지켜 달라 소리치는 ‘바보회’의 기록과 그 활동도 엿볼 수 있다.

▲1.5m가 채 되지않는 소규모 공장 다락방
▲1.5m가 채 되지않는 소규모 공장 다락방

 

그 옆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전태일 열사에게 추서한 ‘무궁화장’과 그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에게 수여한 훈장이 놓여 있다. 무궁화장은 국민훈장 가운데 첫 번째 등급으로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은 지난 2020년 문 전 대통령이 노동 운동 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해 추서했다. 이소선 여사에게는 2020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을 계기로 신설한 ‘민주주의 발전 유공’ 부문으로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공을 인정해 훈장을 수여했다. 전태일 열사는 숨을 거두기 전, 어머니에게 자신이 못다 이룬 일을 꼭 이루어달라는 부탁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이소선 여사는 목숨이 붙어있는 한 기어코 아들의 뜻을 이루겠다고 다짐하며 노동 운동에 남은 생을 쏟았다. 그는 아들의 장례를 거부하며 투쟁에 들어갔고, 업주들과 정부 당국을 상대로 △유급휴일 실시 △법으로 임금인상 △8시간 근무실시 △정규 임금인상 △정기적으로 건강검진 실시 △여성 생리휴가 △이중 다락방 철폐 △노조결성 지원 8개 항을 요구했다. 정부의 온갖 협박에도 그가 완강하게 뜻을 굽히지 않자 악화된 여론을 의식한 정부는 요구조건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마침내 1970년 11월 27일 ‘청계피복노동조합’이 결성된다. 이후에도 이소선 여사의 노동운동은 계속된다. 그들에게 주어진 훈장증 옆에는 아들과의 약속을 지킨 어머니의 흔적과 활동이 기록돼있다. 그리고 한켠에는 전태일 열사에게 편지를 써 매달 수 있는 나무가 있다. 초등학생의 감사 인사부터 노무사에 합격한 청년의 다짐까지 그리고 영어와 중국어로 감사를 표한 편지도 있었다.

▲전태일 열사와 이소선 여사의 훈장증
▲전태일 열사와 이소선 여사의 훈장증

 

이어 두 번째 공간은 ‘마음 잇기-사랑과 평화로’이다. 이곳에는 1970~1980년대 노동조합 사무실을 재현해놓은 공간이 있고, 퀴즈를 통해 한국 사회의 변화된 노동환경과 연대의 마음 잇기를 체험해볼 수 있다. 이 공간을 끝으로 《30+1: 떠오르도록》 展은 막을 내린다.

정부는 지난 6일(화) 주 69시간까지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근로시간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주69시간은 6일동안 잠자는 시간 빼고 일만 하는 얘기가 된다”며 “옛날에 전태일 열사가 청계 피복에 있을 때 잠 안 자는 약을 먹고 일하는 상황으로 방치하는 꼴이 되는 것을 합법화한다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는 청년의 유언을 지키기 위한 모든 노력이 가라앉지 않도록 우리는 전태일 열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 《30+1: 떠오르도록》 展을 통해 지금의 우리가 있기까지 얼마나 큰 노력과 희생이 있었는지 느껴보기를 바란다.

▲1970-80년대 노동조합 사무실을 재현해 놓은 공간
▲1970-80년대 노동조합 사무실을 재현해 놓은 공간

 

전시기간: 2022년 12월 20일(화)~2023년 5월 7일(일)

전시장소: 전태일기념관 3층 꿈터

관람시간: 화~일요일 10:00~17:30 (월요일 휴관)

관람요금: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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