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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날 수 없는 굴레, 대학 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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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해 7월 진행된 ‘2022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육교부금)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의 핵심 내용은 유‧초‧중등교육 지원금은 줄이고, 고등‧평생교육 예산을 기존보다 최대 48% 증액하는 것이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지난 20년간 교육교부금은 4배 정도 증가했지만 초‧중등 학령인구(만6~17세)는 34% 감소했다. 유‧초‧중등교육과  고등‧평생교육 분야 간 투자 불균형 문제가 심화됐다”라며 교부금 개편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에 지난해 12월 24일(토) 국회는「2023 예산안」을 의결해「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법안」을 확정했다. 따라서 올해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교육교부금 중 1조 5200억원과 일반회계 전입금 2000억원이 특별회계에 투입되어 총 9조 7400억원이 대학 재정에 쓰인다.

이에 고등교육 지원을 늘리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교육교부금 개편의 주된 배경인 대학 지원 부족과 관련해 지원 부족으로 인한 문제점으로 지적 받고 있는 대학 사교육의 실태를 알아보고자 한다.

 

[대학 사교육, 도대체 누가 받는 걸까?]

소위 ‘사교육’이라 하면, 주로 초‧중‧고등학생이 대학 입시를 위해 받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교육부가 정의한 사교육은 학교 수업 이외에 추가적으로 수업을 받는 일체의 교습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대학생이 사적인 비용을 들여 수업받는 것 역시 엄연한 사교육 행위이다.

영어교육 전문기업 ‘윤선생’이 지난    1월 학부모 8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생활비를 줄이고 있다’라고 응답한 734명(89.1%) 중 75.5%가 ‘사교육비를 비슷하게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렸다’라고 응답했다. 이처럼 고물가 시대에도 대학 입시를 위한 사교육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열정을 불태워 대학에 입학한 후에는 누가, 무슨 이유로 사교육을 받는 것일까?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대학 사교육의 목적에 따라 나타나는 사교육 양상 및 현황을 살펴보자.

 

 

재학생, ‘강의를 위한 강의’

▲유니스터디에서 수강생 후기를 홍보하고 있다./출처:유니스터디 홈페이지
▲유니스터디에서 수강생 후기를 홍보하고 있다./출처:유니스터디 홈페이지

 

대학 전공 인터넷 강의 업체 ‘유니스터디’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유니스터디의 회원 수는 2019년 대비 3.2배 증가했으며, 유사한 강의 업체인 ‘에어클래스’ 역시 2021년 수강생이 2019년 대비 약 80% 늘었다.

이처럼 대학 전공과 관련된 인터넷 강의(이하 인강)를 듣는 대학생의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높은 학점을 받기 위해 강의를 찾는다. 전과‧편입‧대학원 진학을 위해서는 높은 학점을  받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로 인한 학점 완화 정책과 치열한 취업 경쟁으로 인해 대학 졸업 성적이 상향 평준화되는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높은 학점 취득을 목표로 하는 대학생에게는 사교육 인강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앞에 언급한 전공 강의 인강은 주로 상경‧공학‧자연‧간호계열 중심의 강의로 이루어져 있으며, 한 강의 당 보통 10 ~150편의 영상으로 구성된다. 강의 당 가격은 3만원부터 30만원대까지 다양하며, 20일에서 120일 정도의 주어진 수강 기간 내에 반드시 수강해야 한다. 유니스터디의 수강 후기에 따르면, “강의를 통해 학교 강의에서 채울 수 없었던 부분을 채울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과목에 흥미가 붙어 열심히 공부했던 것 같다. 성적도 잘 받았고, 정말 제대로 공부했다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부족한 학교 강의를 보완하는 용도로 강의를 수강했다고 밝혔다.

한편, 학부 선배 혹은 대학원생에게 전공 강의 과외를 받는 경우도 있다. 암암리에 족보를 주고받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돈을 주고 과외까지 받는 것이다. 같은 학교 학우끼리만 이용할 수 있는 앱의 게시판을 이용하거나 과외 구인 앱을 통해 전공 강의 과외를 받는다. 본교 에브리타임 게시판에도 과외 구인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본교 학우가 에브리타임에서 과외를 모집하고 있다./출처: 본교 에브리타임
▲본교 학우가 에브리타임에서 과외를 모집하고 있다./출처: 본교 에브리타임

 

취준생, 취업 스펙형 학원 이용

재작년 2월 ‘잡코리아’와 ‘알바몬’에서   4년제 대학 3‧4학년 학생과 졸업예정자 총 79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최근 일 년 이내 취업 사교육을 받은 적 있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31.6%에 달했다. 이처럼 학생들은 학점 관리를 위해서 뿐아니라 취업 준비를 위해서도 역시 사교육의 끈을 놓지 못한다. 이들은 주로 전공 지식을 심화시키거나, 공인 영어 시험인  TEPS(텝스), TOEIC(토익), TOEFL(토플) 등을 배우기 위해 전문 학원 또는 전문 인강을 찾는다. 심지어 최근에는 단기간에 고강도 훈련을 통해 IT 개발자로 취업시키는 일명 ‘코딩 부트캠프(신병 훈련소)’ 학원까지 등장했다. 해당 학원은 가히 신병 훈련소라고 불릴 만큼 교육 강도가 높다. 하루에 12시간 동안 강의를 듣고, 정기적으로 시험을 쳐서 점수가 기준에 미달하면 낙제시킨다.

이런 학원은 대부분 6개월에 500만원 정도의 고액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학원 수료생의 높은 취업률로 인해 많은 수강생이 몰린다.  무사히 수료만 하면 코딩 실무에 바로 투입 가능할 정도의 실력자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서울 강남 일대 등에 존재하는 코딩학원 10여곳의 연간 수강생은 1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학에서 아랍어를 전공한 최모(29)씨는 재작년에 코딩학원에 다니고 작년 초에 간편 결제 앱 스타트업 회사에 개발자로 취업했으며, 서울 소재 대학의 건축학과를 중퇴하고 스타트업에서 3년간 영업사원으로 일한 이모(31)씨는 ‘코딩 부트캠프’ 수료 후 재작년 2월 카카오그룹 자회사에 개발자로 취직했다.

 

[대학 사교육, 도대체 왜 받는 걸까?]

앞서 언급했듯이, 더 이상 사교육이란 대학 입시의 전유물이 아니다. 대학    재학생, 취업준비생 심지어 직장인까지 시간과 돈을 들여 사교육에 투자한다. 무엇이 이들을 다시 사교육 시장으로 이끌었을까. 그 구체적인 원인을 밝혀 대학 사교육을 한층 더 깊이 파헤쳐보고자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업의 질 하락과  기초전공 지식의 저하

이른바 ‘코로나 학번’이라고 불리는 20, 21학번 대학생들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대부분의 수업을 온라인으로 수강했다. 이에 대학이 비교적 정상화된 올해가 되어서야 처음 학교에 와본 ‘헌내기’들의 경험치는 높지 않다. 따라서 코로나19 이전 학생에 비해 기초전공 지식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한다. 『21세기대학뉴스』에 따르면, 대학생이 전공 인강을 찾는 이유는 비대면 수업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영상 끊김으로 인한 집중력 저하, 자료 열람의 어려움 등 각종 문제로 인해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어 인강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코로나 학번’ 학생들은 계속된 비대면 강의로 인한 기초전공 지식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사교육을 찾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대학 지원 및 홍보 비활성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고등교육의 정부 재원 공교육비는 OECD 33개국 중 30위이다. 반면, 지난해 3월 교육부가 발표한 ‘OECD 교육지표 2022’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초등교육 투자 재정은 OECD 평균치의 134%를 상회하여 조사 대상 36개국 중 5위를 차지했고, 중등교육 투자 재정 역시 OECD 평균치의 150% 정도를 웃돈다. 이러한 고등교육과 초‧중등 교육의 재원 불균형이 나타나는 가장 주된 원인으로는 교부금 지원의 차이가 손꼽힌다. 지난 20년간 학령인구(6세~17세)는 34% 감소한 반면, 교육교부금은 4배가 증가해 고등교육에 비해 초·중등 학생 1인당 교육 지원비는 늘었다. 이러한 투자 불균형 해소를 위해 유‧초‧중등교육의 지원금을 줄여 고등교육 지원금에 투입하자는 것이 교부금 개편의 핵심이며 논쟁거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생 수가 줄었다고 교부금을 개편하는 것은 지금도 열악한 초‧중등교육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현재 초중고 건물의 40%가 30년이 넘은 노후된 건물이다”라고 말하며 교부금 개편이 투자 불균형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드러냈다. 따라서 국가 재원의 효율적인 배분 차원에서 더 근본적인 교부금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대학 사교육의 문제는 국가 차원의 지원뿐만 아니라 대학의 지원 및 홍보 역시 얽혀있는 문제이다. 대학에서 마련한 학생지원 프로그램이 미비하거나 홍보가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본교는 학생들의 취업 지원을 위해 취업진로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해당 기관은 취업에 관한 조언 및 정보 관련 상담을 제공하고, 취업강좌를 개설하여 모의 직무적성검사, 모의 면접, 취업특강 등 취업 능력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본교는 홍익 SDP(Self Development Plan)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지도교수 간의 1:1 진로 상담 기회를 마련하고, 전공능력 자가진단 평가를 통해 전공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이와 같은 본교의 학생 지원 프로그램의 실효성과 홍보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졸업예정자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현기(경영4) 학우는 본교의 취업 지원을 받아본 적 있냐는 질문에 “취업진로지원센터를 통해 직업 체험에 지원해본 적이 있다. 서류 심사에서 탈락했지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면서도 “사실 해당 기관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잘 모른다”라고 답했다. 덧붙여 “해당 기관에 대한 홍보의 부재라거나, 좋은 활동이 없어서 발생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곳에서 도움받는 것보다 아는 선배에게 물어 취업 준비를 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쉽고, 레퍼런스가 풍부하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라며 본교의 학생 지원 프로그램의 인식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대학 사교육, 도대체 왜  문제인 걸까?]

대학 사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 심각성이 무시되고 있다는 데에 있다. 10여 년간의 사교육을 경험한 우리에게 대학 사교육이란 일종의 투자 내지는 당연한 선택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따라서, 대학 사교육이 지금과 같은 추세로 점차 증가할 경우 제기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알아보자.

 

에듀푸어(Education Poor), 감당할 수 없는 사교육비

‘에듀푸어’란 부채가 있고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상태임에도 많은 교육비를 지출하며 빈곤하게 사는 가구를 일컫는 말로 ‘에듀케이션 푸어(Education Poor)’의 준말이다. 많은 청년들은 부담스러운 비용에도 높은 스펙을 위해 교육비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연세춘추』에서 학생 7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사교육 경험이 있다고 답한 267명 응답자의 한 달간 사교육비는 20만원 초과~40만원 이하가 35.58%로 가장 많았으며, 과반수의 응답자가 사교육비 지출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사교육비를 본인의 근로소득으로 충당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50%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가족을 포함한 주변의 지원을 통해 충당한다고 밝힌 응답자가 43.98%를 차지했다.

한편, 사교육비는 재학생뿐만 아니라 취업준비생에게도 큰 부담이다. 취업 준비에 필요한 비용이 점차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작년 『동아일보』와 진학사 캐치가 20·30대 취업준비생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1년 이상 취업을 준비한 구직자 중 63%가 “지난해보다 올해 취업 준비 비용이 늘었다”라고 답했으며, 응답자의 44.7%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취업 준비 비용을 마련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청년들은 고정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도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가족에게 손을 벌리는 등의 방법을 통해 부담스러운 교육비를 감당하고 있다.

 

노동시장 양극화로 이어지는 사교육 격차

청년들이 부담스러운 사교육비를 어떻게든 충당하려 노력하는 것은 사교육 여부에 따라 노동 시장에서 가질 수 있는 위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논문에서 대학 서열과 생애임금 격차를 분석한 결과, 노동 진입 시 5분위 대학 졸업자들이 1분위 대학 졸업자들에 비해 14.0% 더 많은 임금을 받으며, 이 격차는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점차 증가하여 40~44세에는 격차가 최대 46.5%까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대학 서열에 따라 노동시장에서의 위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편입을 위한 사교육 등이 성행할 수밖에 없으며, 동일급 간 대학 졸업자들 사이에서도 더 나은 스펙을 만들어 노동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해야 하므로 사교육을 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에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 시장에서의 사교육 격차가 다시 노동시장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어 우려된다”라고 말하며 노동 시장 양극화로 이어지는 사교육 격차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교육 강국’이라는 수식어 뒤편에는 끊을 수 없는 사교육에 허덕이는 청년들이 존재한다. ‘이기적인 MZ’라고 이들을 꾸짖기보다는 대학생, 취준생이 돼서도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청년들의 현실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이를 위해서 국가와 대학의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지원이 필요할 때이다.

 

*이지영·고명선, 「대학서열과 생애임금격차(College Ranking and Life Cycle Wage in Korea)」, 한국개별연구원, 2019.

 

김가현 기자(C274003@g.hongik.ac.kr)

황혜성 기자(runa4789@g.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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