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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알아보는 다극체제 전환과 국내 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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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나의 지구’에서 살아왔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손을 잡고 지구를 빙 둘러싼 이미지가 우리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 기사를 읽는 지금, 그 이미지를 머릿속에서 지워주길 바란다. 생존을 위해 서로 총을 겨누기 시작한 마당에 하나의 지구를 외치는 이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분열된 지구’에 살고 있다.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의 심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강대국 간 힘의 경쟁으로 국제사회의 안보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       - 「2022 국방백서」 中 -

대한민국 국방부는 2023년 2월, 「2022 국방백서」를 공개하면서 ‘미·중 패권전쟁’과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현 세계 안보정세 주요 사건 두 가지로 꼽았다. 이 둘의 공통점은 신냉전을 가속화시켰다는 점이다. 신냉전은 미국과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를 중심으로 한 친서방 진영과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반서방 진영의 체계적, 이념적 대립을 말한다. 이는 곧 국가들의 각자도생으로 이어졌고 국제사회는 많은 핵(核)으로 나뉘기 시작한다. 이번 시사파수꾼은 다극체제로 전환돼가는 현 국제정세와 대한민국이 취해야 할 자세는 무엇인지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2022년 국제사회에서 가장 큰 이슈였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 침략을 시작으로 현 국제 정세를 들여다보자./ 출처: The Independent
▲2022년 국제사회에서 가장 큰 이슈였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 침략을 시작으로 현 국제 정세를 들여다보자./ 출처: The Independent

【어렵다, 어려워. 국제정치】

들어가기에 앞서, 국제정치에 통용되는 불변의 진리를 천명하겠다. 영국의 총리였던 헨리 존 템플(Henry John Temple, 1784~1865)은 “우리에겐 영원한 동맹도 없고, 영구한 적도 없다. 우리의 이익만이 영원하고 영구하며, 그 이익을 따르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의무이다”라고 말했다. 각 정부의 의사결정 제1고려원칙은 자국의 이익이다.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시, 국가는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따라서 국제관계는 서로의 이해(利害)에 따라 얽히고설키는 법이다. 이는 현재 개전 후 1년이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잘 드러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침공한 이유와 목적은 다음과 같다.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 반도를 무력으로 병합한 이후 우크라이나는 자국의 안보를 위해 군사 기구인 NATO 가입을 추진했고, 이는 인접국인 러시아에게 지정학적·안보적 위기로 다가왔다. 몇 번의 경고 끝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을 저지하고 친러정부를 세우려는 목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두 국가 모두 수지 타산에 맞게 행동했으며 결과적으로 전쟁이 일어났다. 두 나라 모두 국익을 최우선에 두고 행동했다. 이 이야기의 등장인물에 미국을 추가해도 마찬가지다.

때는 도날드 트럼프(Donald Trump, 1946~) 전 대통령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트럼프 대통령은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을 외치며 자국우선주의를 펼쳤다. 미국의 발전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시 가차 없이 내쳤다. 파리협정 탈퇴와 다자외교 무시가 대표적인 예시로, 그동안 견고하게 쌓아 올렸던 서방 국가들과의 동맹은 빠르게 와해했다. 유럽연합(EU)은 크게 분노했고 EU 회원국 사이의 연대에 더욱 힘썼으며 미국은 신의를 잃었다. 미국에게 있어, 유럽과의 연합은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싸울 때 핵심적인 관계이기에, 반드시 관계를 회복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 *논문이 주장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타개법은 우크라이나를 이용한 러시아 자극이었다. 이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은 NATO 회원국 확장을 추진했고, 이는 우크라이나가 NATO 가입을 추진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우크라이나가 NATO에 가입하는 순간 인접국인 러시아는 지정학적·안보적 위험을 지니게 되므로 전쟁의 공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유럽은 미국과의 동맹을 다시 단단하게 굳혔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유럽과의 관계를 어느 정도 회복했으며, 러시아가 국력을 소모하게 만듦으로써 러시아를 묶어 놓고 있다. 이처럼 미국은 이해관계를 철저히 계산해 오직 국익만을 생각하며 행동했다. 이 사례를 통해 세계가 굴러가는 톱니바퀴를 이해했기를 바란다.

 

【다극체계 전환의 가속화】

지난 1월 1일(일) 브라질의 룰라 다 시우바(Lula da Silva, 1945~) 대통령이 취임했다. 그는 “브라질은 미국이 ‘세계를 이끌’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 않다. 미국은 새로운 협상 테이블을 찾아야 한다”라고 발언했다. 문장을 해석해보자면, ‘브라질은 미국이 주도하는 남미 체제에 순응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 발언으로 미국과 브라질의 우호적인 관계가 깨지진 않았지만, 이 상황을 좀 더 명확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기존의 세계는 냉전 시대의 미국과 소련, 현재 미국과 중국같이 강대국 둘을 중심으로 대립했던 ‘양극체제’가 주였다. 하지만 룰라 대통령의 발언은 기존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이 맞서는 양극체제에서 다극체제로 나아가겠다는 선언과도 같았다. 물론 전부터 다극체제의 움직임은 다른 나라에서 꾸준히 있긴 했었다. 룰라 대통령은 실제로 이날 ‘다극체제’를 여러 차례 언급했으며 세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브라질 자체가 하나의 극(極)이 되고자 했다.

유럽 역시 독자적인 극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의 여러 노력으로 미국과 다시 가까워지기는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 이전만큼은 확실히 아니다. 이는 유럽 국가들의 2023년 신년사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1977~) 대통령의 경우 “평화와 자유, 풍요와 단결, 법과 힘을 만들어내기 위해 한 대륙이라는 공간이 필요하다”라고 말하며 유럽 대륙의 단합을 강조했다. 독일의 올라프 숄츠(Olaf Scholz, 1958~) 총리 또한 “세계 인구가 100억을 향해 갈수록 우리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선 다른 사람들과 입을 맞춰 합창해야 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EU 27개국이 마음을 하나로 모아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EU의 중심축인 두 나라의 수장이 모두 유럽 연합의 강화를 원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전 세계 모든 국가가 관계성을 가지고 상호의존하며 같이 성장하던 세계화의 시대는 저물고, 탈세계화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중국이 밀어붙이고 있는 중국몽, 러시아가 자국 안보를 위해 시행한 우크라이나 침략과 유럽 내 천연가스 수출 중단 등 국제관계는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각자가 살길을 도모하고 떠나버리면 홀로 남은 나라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극에 소속됨이 곧 국익에 도움이 되는 길인 것이다.

러시아의 푸틴 역시 수년 전부터 다극체제를 언급해왔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해 ‘세계를 다극화하려는 많은 나라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라 평했다. 푸틴이 다극체제를 장려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이유는 극을 나눠 미국의 힘을 약화하기 위함이다. 그 일례로, 터키는 만장일치가 필수적인 스웨덴, 핀란드의 NATO 가입 신청서를 반환하며 이익을 도모하고 있다. 인도 또한 경제적으로 성장하면서 더 이상 미국만의 편이 아니라는 듯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러시아와의 무역을 지속하고 있다. 이처럼 다극체제를 지향하는 국가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에 실제로 많아지면서 러시아 또한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침략으로 실속을 챙기는 중이다.

 

【대한민국의 상황】

대한민국은 중국의 약진 이후,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속에서 균형 외교로 일관해왔다. 양국의 눈치를 봐가면서 실리적으로 나라를 운영해온 우리나라는 최근 미·중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이러한 외교 형태를 유지하기 힘들어졌다. 미국은 중국을 ‘수정주의 세력’으로 규정하며 “자신들의 권위주의적 모델과 부합하는 세계를 형성하고 다른 나라들의 경제적·외교적 및 안보 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얻으려 하는 것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한일 군사 동맹 강화를 추진시키는 한편, 미국·일본·인도·오스트레일리아 4개국으로 구성된 ‘쿼드(Quad)’ 회의를 2021년 3월부터 외교장관급에서 국가정상급으로 격상하는 등 중국의 위협을 인정하고 동맹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미국의 오랜 동맹국인 대한민국 역시 동맹강화의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현재 중국은 대한민국 전체 수출액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대한민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우리가 중국에게 등을 돌리게 될 경우 따라올 경제적 타격은 당연한 수순이다. 미국은 대중국 경제 제재에 동참하고 사드 추가 배치를 요구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미국과 중국 중간에 서서 중간외교를 하고 있지만 이대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우리가 고려해야 할 제1원칙은 자국의 이익이다. 중국과 미국에 경제를 의존하는 기존 구조를 타파해 관계를 다각화시켜야 살아남을 수 있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국력을 키우거나 지리적 또는 관계적 이점을 살려 하나의 극(極)이 되거나, 이미 형성된 극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유럽은 대한민국의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유럽과 대한민국은 미중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일촉즉발의 긴장감 속에서 둘의 충돌을 막아야 한다는 공통된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중국과의 경제적 교류가 활발하면서도 미국의 도움을 받고 있는 점 역시 비슷하다. 따라서 유럽과 힘을 합치는 일은 현실을 타파할 좋은 선택지다. 관계의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극을 만들어 균형을 잡아야 살아남는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국력을 키우거나 지리적 또는 관계적 이점을 살려 하나의 극(極)이 되거나, 이미 형성된 극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유럽은 대한민국의 좋은 파트너다. 유럽과 대한민국은 미중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일촉즉발의 긴장감 속에서 둘의 충돌을 막아야 한다는 공통된 목표가 있다. 유럽이 중국과의 경제적 교류가 활발하면서도 미국의 도움을 받고 있는 점 역시 우리나라 상황과 비슷하다. 따라서 유럽과 힘을 합치는 일은 현실을 타파할 좋을 선택지다. 관계의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극을 만들어 균형을 잡아야 살아남는다. 

 

*이신욱,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고찰 : 세력균형 문제를 중심으로」, 동아시아국제정치학회,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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