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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리얼리티 전성시대, ‘요즘것들’의 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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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예능가에는 유례없는 ‘연애 리얼리티 돌풍’이 불었다. <환승연애> (TVING)부터 <솔로지옥>(Netflix), <나는 SOLO>(ENA)까지.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이 주인공이 되어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 현실형 연애 리얼리티가 예능가를 점령했다. 아무리 ‘사랑’이라는 주제가 시대를 가리지   않는 방송가의 흥행 보증 수표라지만 시청자, 특히 2030세대들은 ‘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열광하는가? 연애 리얼리티의 역사와 그 흥행 비결, 그리고 연애 리얼리티가 유독 젊은 층에게 각광받는 이유에 대해  지금부터 알아보자.

 

1970년대에는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가 만연했고, 남녀의 공개적인 만남이 자유롭지 않았다. 그러나 그때도 ‘짝짓기’ 프로그램은 존재했다. 그 시작은 1977년 첫 방송된 MBC의 <청춘만세>이다. <청춘만세>는 각각 3명의 남녀가 출연해 대화하며 데이트 상대를 선택하는 TV 맞선 프로그램으로, 당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대리만족을 주며 인기를 얻었다. <청춘만세>는 건전한 남녀 교제의 장으로 인식돼 1,2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리고, 그 경쟁률이 22:1이 될 정도로 치열했다. <청춘만세>를 통해 한 커플이 결혼에 이르는 성공에 힘입어 1989년 <청춘데이트>(MBC)가 탄생했다. 그러나 <청춘만세>와 달리 오락 위주로   진행된 <청춘데이트>는 큰 공감을 끌어내지 못했으며, 남성을 상품화한다는 비판에 부딪혔다. 이후 1990년대에는 사랑의 작대기로   예능계에 한 획을 그은 MBC의 <사랑의 스튜디오>와 같은 중매 프로그램이 다수 등장했다.

2000년대에는 <좋은사람 소개시켜줘> (KBS2), <아찔한 소개팅>(Mnet), <솔로워즈> (JTBC) 등 진화된 형태의 다양한 연애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나며 시대를 풍미한 예능 장르가 됐다. 그러나 일반인 중매를 위주로  진행하던 이전의 연애 프로그램과 달리 이  시기에는 비연예인과 연예인이 함께 출연하는 연애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었다. 그 시작은 1999년 1월 첫 방송한 SBS의 <남희석 이휘재의 멋진 만남>이다. 개그맨 남희석, 이휘재와 이색 데이트를 한 후 둘 중 한 명을 최종 선택하는 포맷인 해당 방송은 매주 100명 이상의 여성들이 출연을 신청하며 30%의 높은 시청률까지 일궈냈다. 이후 연예인과 일반인의     만남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프로그램으로는  <목표달성! 토요일>(MBC)의 ‘애정만세’, <자유선언 토요대작전>(KBS2)의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 등이 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주로 남자 연예인과 일반인 여성을 이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점차 연예인으로만 구성된 연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생겨났다.   <강호동의 천생연분>(MBC), <리얼로망스 연애편지>(SBS), <우리 결혼했어요>(MBC)가   대표적이다. 특히 <우리 결혼했어요>는 ‘가상연애’ 요소를 담으며, 다른 짝짓기 예능과의 차별점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2010년대에    접어들어 점점 연예인들의 작위적인 사랑 연출로 짝짓기 예능은 쇠퇴했다. 예외적으로 2011년~2014년 방송된 SBS의 <짝>은 일반인 출연자들의 합숙, 2000년대 남녀의 현실적인 연애관 반영, 관찰 기법과 나레이션 등으로 상당한 인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폐지와 함께 짝짓기 예능은 방송가에서 자취를 감췄다.

2018년 <하트시그널>(채널A)의 폭발적인 인기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부활을   알렸다. 이어 2021년에는 <환승연애>, <체인지 데이즈>(카카오TV), <나는 SOLO>가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성공의 뒤를 이었다. 이들은 <하트시그널> 신드롬의 낙수효과만을     바란 아류작들과 달리,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해 달라진 시대상과 연애관을 반영해 차별점을 뒀다. 이러한 선택은 시청자들을 환호케 했고, 이는 곧 화제성의 증가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어떻게 다시금 부흥기를 맞이했는지 알아보자.

2010년대 이후 두 번째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요즈음의 연애 리얼리티는 초창기 방송가를 장악한 프로그램들과는 확연히 다른    차별점을 두고 있다. 첫째로, 연예인 출연진   위주의 방송보다는 일반인들의 연애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로, 일반인 출연진의 실제 연애담 혹은 사실적인 연애 및 이별 과정을 담아내고 ‘리얼함’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기존 프로그램과 결을 달리하고 있다. 셋째로,      ‘연애’라는 주제로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혼 경력이 있는 이들이 새로운 사랑을 찾아 나서는 MBN의 <돌싱글즈>부터 남녀 출연진의 신체적 매력을 부각 하는 <솔로지옥>, <에덴>, 성소수자 출연진을 등장시키면서 이성애 중심의 연애 리얼리티 포맷을 탈피한 웨이브의 <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까지. 저마다 다양한 시청자층을 겨냥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은 2030세대 시청자를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프로그램 방영일에는 각종 커뮤니티와 SNS가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로 도배되기도 하고, 저마다 지지하는 ‘**최커’에 따라 파가 나뉘기도 한다.

왜 유독 연애 리얼리티를 향한 2030세대의 관심이 뜨거울까.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2021년 9월 미혼남녀 총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61%의 응답자가 연애 리얼   리티 프로그램을 시청한 적이 있으며, 그중  연애 리얼리티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    자는 48%였다. 연애 리얼리티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그 이유로 ‘실제 상황이라 흥미  진진해서’(44.4%), ‘대리 만족이 가능해서’(20.1%), ‘출연진이 매력적이어서’(13.2%)를 꼽았다. 실제로 연애 리얼리티를 즐겨 보는    본교 A학우는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들의     이야기라는 사실에서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동질감이 들게 된다. 조금 더 친근한 면도     있고,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서사와 출연자의 성격이 드러나는 것이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매력이다. 특히 <환승연애>의 경우 ‘내가 전 남자친구와 출연했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상상하면서 시청했기 때문에 출연진    들의 감정에 더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A학우는 2030세대가 연애 리얼리티를 즐겨보는 이유로 ‘대리만족’ 요소를 꼽으면서 “요즈음에는 다른 이와 어떠한 관계를 형성  하는 것 자체에 두려움 또는 귀찮은 감정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보면서 일종의 대리만족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라고 밝혔다.

한편, 본교 <결혼학개론> 김경미 교수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젊은층을 중심    으로 각광받는 이유로 현대 사회에 만연한  불안감과 불안정성을 지목했다. 그는 “인간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공감과 위로를 받으며 애정과 소속감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구조적으로 과거  만큼 가족으로부터 충분한 정서적 위안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고, 더욱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사람들 간의 친밀성이 약화되면서 피상적인 관계가 주를 이루다 보니 감정적인 결핍을 경험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가   편안하지 않고, 안정된 미래를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가장 확실하게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사랑이기 때문에 사랑의 힘으로 현재 당면한 어려움을 치유하기 위해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몰두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나아가 “연애 리얼리티가 각광받는 이유는 시청자들이 매체를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욕구가 달라졌기 때문이   라고 생각한다. 매체를 통해 얻고자 하는 욕구가 수동적인 경험이 아닌 보다 능동적인 방식으로 함께 공감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프로그램 속에 등장하는 연예인이나   일반인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들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게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하고 경험하는 것에 더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연애 리얼리티의 이면]

앞서 제시된 듀오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연애 프로그램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52%로 과반수 이상이며, 그 이유로 ‘현실성이 떨어져서’(35.3%), ‘자극적이어서’(30.1%) 등을 들었다. 이처럼 높아지는 연애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과 함께 그 부정적인 측면 또한 조명되고 있다. 따라서 핑크빛 로맨스 이면에 존재하는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상업성을 위한 자극적인 콘텐츠

우후죽순 등장하는 연애 리얼리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극적인 소재를 내세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웨이브의 <잠만 자는 사이>는 저녁 6시부터 새벽 6시까지 오직 밤에만     데이트를 한다는 설정으로, 출연진의 샤워 장면과 스킨십 장면을 강조한 ***티저 영상으로 화제됐다. 또, 쿠팡플레이의 <체인 리액션>은 출연진이 서로의 신체를 체인으로 묶고 생활  하는 프로그램으로, 과한 신체 노출과 더불어 ‘좋아하는 신체 부위’, ‘이상적인 성관계 횟수’를 인터뷰하는 등 선정적인 콘텐츠로 주목받았다. 이처럼    연애 프로그램이 선정적인 장면을    강조할 수 있는 이유는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연애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OTT 서비스는 TV 방송처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는 것이 아닌 영상 등급위원회에서 심의를 받기 때문에 비교적 약한 기준을 적용받는다.

자극적인 콘텐츠는 모방성을 지닌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된다. 실제로    <솔로지옥>은 미국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넷플릭스의 <투 핫 투 핸들(Too Hot To Handle)>을 모티브    삼아 ‘한국판 투핫’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앞서    제시한 <잠만 자는 사이>, <체인 리액션> 등의 프로그램 역시 수영하는    모습과, 한 침대에 누운 출연자들의   모습 등 프로그램 간 유사한 장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선정    성이 강한 프로그램들은 유사 프로그램들을 모방하면서 점차 더 자극적  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를 생산해낸다는 문제점을 지닌다.

 

왜곡된 연애관

<잠만 자는 사이>는 ‘MZ 세대의 연애관’을 강조하며,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라는 뜻의 줄임말인 ‘자만추’를 ‘자고 만남 추구’라 해석하기도 했다.  그런데 과연 연애 프로그램의 주 시청자인 2030세대의 연애관은 그러한가? 자극적인 연애 프로그램 속에서 2030세대의 연애관은 오해받기도, 왜곡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연애 프로그램은 방송 초기에 출연진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따라서, 출연진들은 서로의 나이, 직업, 심지어는 이름까지 모른 채 호감을 쌓아간다. 이 과정에서 강조되는   것은 자연스럽게도 출연진의 외모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며 다른 요소에 호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제한된 정보 속에서 강조되는 것은  출연진의 얼굴과 몸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나는 SOLO>의 남규홍 PD는 《여성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이성을 보거나 판단하는 기준에 어떤 공통점이 있냐는 질문에 “외모가 절대적이다.  남자나 여자나 외모가 제일 중요해졌다.”라고 답한 바 있다.

한편, 연애 프로그램이 ‘사랑’을    대하는 태도는 시청자로 하여금 외모뿐만 아니라 연애에 대한 왜곡된 가치관을 갖도록 유도한다. NH투자증권의 유튜브(Youtube) 콘텐츠 <영끌로맨스>는 ‘시드머니(Seed money)’라는 개념을 차용하여 한정된 시간과 자본을   현명하게 ‘투자’해 데이트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TVING의 <러브캐처>는 상대방의 출연 목적을 추리하여 사랑 혹은 상금을 쟁취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와 같은 프로그램은 사랑을 ‘투자’에 빗대어 표현하고, 상대의 목적을 끊임없이 의심하도록 만들어 사랑에 대한 왜곡된 가치관을 이끌 수 있다. 그리고, 단기간에 커플로 매칭돼야 하는 프로그램 특성상 출연진은 서로를 질투하고, 자극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단편적인 모습은    시청자에게  ‘연애의 원동력은 끊임없는 자극과 질투심’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바야흐로 연애 리얼리티 전성시대이다. 방영 종료 후에도 최종 커플이 된 출연자들의 연애 현황이 기사화  되고, 극장을 대관하여 프로그램을  단체 관람할 정도로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삭막한 우리 사회를 핑크빛으로 물들여주기도 하지만, ‘사랑’이라는 소재를 앞세워 자극적인 콘텐츠와 왜곡된 연애관을 만들기도 한다. 진정한 ‘사랑을 위한 사랑’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최커: 최애 커플의 준말. 연애 리얼리티 속 다양한 러브라인 중 자신이 가장 응원하는 커플을 의미한다.

**티저(teaser): 영화나 방송 예고편의 한 형식으로 방송의 장면을 조금만 보여주거나 전혀 보여주지 않는 것으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영상물.

***OTT(Over The Top) 서비스: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

 

김가현 기자(C274003@g.hongik.ac.kr)

김세원 기자(pwq1127@g.hongik.ac.kr)

김한세 기자(C231066@g.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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