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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하고 다채로운 뜨개질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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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질’이라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평화로운 오후, 흔들의자에 앉은 할머니가 무릎에 앉아있는 고양이를 재우며 뜨개질하는 모습을 떠올릴 수도 있고, 일상에 지친 직장인이 취미로 실과 바늘을 조합하는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뜨개질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뜨개란 손으로 뜨는 일이고, 뜨개질이란 옷이나 장갑 따위를 실이나 털실로 떠서 만드는 일이다. 그럼 잠깐 주위를 살펴보자. 조금만 둘러보면 뜨개질하여 만든 물건이 쉽게 보인다. 옷장에 개어진 니트, 소중한 사람이 선물해준 목도리, 당신이 가장 아끼는 모자. 이 모두가 어쩌면 누군가 한땀 한땀 짜낸 정성의 산물일지도 모른다. 본지는 당신에게 도달한 그 정성을, 포근하고 탄탄하며 다채로운 뜨개질의 매력을 탐구해보려고 한다.

 

역사 속의 뜨개질

오늘날처럼 공장에서 자동으로 면 조직을 짜낼 수 있는 날이 오기 이전, 수동으로 옷감을 뜨고 생활품을 만들어야 했던 시대의 모습을 살펴보자. 인간의 필수 3요소인 의식주 중 하나인 의복은 인간의 기원과 함께해왔다. 신석기 시대 가락바퀴와 뼈바늘을 토대로 인류 옷의 역사를 추측할 수 있을뿐 아니라 인류 뜨개질의 역사는 신화 속 일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모이라이(Moairi) 세 자매 이야기가 있다. 그리스어로 ‘운명들’이라는 뜻을 가진 세 여신은 과거를 담당하는 실을 잣는 클로토(Klotho), 현재를 담당하며 실을 감는 라케시스(Lachesis), 미래를 관장하며 실을 자르는 아트로포(Atropos)다. 자매들은 인간의 생명을 관장하는 실을 관리하는데, 실을 잣고, 감고, 자르는 과정이 인간의 삶이며 이 세 자매들의 결정은 제아무리 신일지라도 거역할 수 없었다.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 행위를 실을 짓는 행위에 비유한 것으로 보아, 인간이 활동하기 위해선 옷감을 짜고 옷을 만드는 일이 필수였기에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 속에서 뜨개질과 관련된 모습은 인간의 운명이자 숙명으로 그려졌다.

과거 옷을 만들고 챙기는 활동은 여성의 역할로 여겨지며 그 중요성이 저평가됐다. 그러나,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의식주 중 ‘의’를 담당하는 만큼, 그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여성이 뜨개질을 함으로서 주인공이 위기를 극복하는 장면은 여러 문학작품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다. 덴마크 유명 작가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 1805~1875)의 『백조왕자』(1838)에서 마녀는 11명의 왕자를 백조로 만들어 버리고, 남은 1명의 공주를 시골로 쫓아내 버린다. 저주를 푸는 유일한 방법은 공주가 백조로 변한 왕자들의 옷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공주는 온갖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마침내 11명 왕자들의 옷을 뜨개질하며 저주를 풀어낸다. 위 두 이야기를 통해, 뜨개질 과정이 옷짜기의 의미, 과거 여성의 의복 제작 활동의 중요성  대해 짐작이 가능하다.

 

▲ 뜨개질의 기본인 실과 바늘
▲ 뜨개질의 기본인 실과 바늘

 

뜨개의 두 요소, 바늘과 실 

뜨개질에 입문하기 전, 어떤 걸 먼저 찾아볼 것인지 생각해보자. 우리가 가장 잘 아는 형태의 뜨개질은 서로 이어져 있는 두 개의 바늘을 양손에 잡고 털실을 이용해 뜨는 방법일 것이다. 뜨개질은 사용하는 도구의 특징과 매듭을 뜨는 방법에 따라 여러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바늘의 종류도 다양할뿐더러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실의 굵기나 촉감, 색감도 천차만별이라 어떤 완성물을 만들고 싶은지에 따라 그 방식은 매우 다양하게 나뉜다. 

우선, 바늘의 종류를 살펴보자. 바늘은 서로 이어졌는지 여부에 따라 크게 두 종류가 나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뜨개질하는 모습을 상상했을 때 연상되는 바늘의 이미지, 두 개의 바늘이 서로 이어져 있는 형태의 바늘은 ‘대바늘’이라고 불린다. 바늘 양쪽 끝이 살짝 뾰족한 형태고, 바늘의 두께는 다양하다. 바늘을 하나만 사용하는 ‘코바늘’은 바늘 끝이 갈고리 모양으로 생겨서 그 고리에 실을 거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바늘이다. 이때 ‘코’란 실로 만든 매듭 고리 하나하나를 셀 때의 단위다. 이 단위가 코바늘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 중 하나다. 주로 수세미를 뜰 때나, 대바늘을 이용해 만든 작업물의 세부적인 마감 작업 등 세밀한 작업에 사용하기 좋다. 뜨개질을 할 때 갈고리 크기나 바늘 자체의 두께가 매우 다양해서 이 역시 작업하려는 의도에 맞게 골라 사용해야 한다. 가령 부드러우며 설렁하게 짜려고 하면 조금 두꺼운 바늘을 선택해서 매듭의 크기를 크게 해야 하며, 좀 더 세밀하고 탄탄하게 짜려고 한다면 얇은 바늘을 이용해 각 코의 크기를 작게 조절한다. 

다음은 뜨개실이다. 양모, 앙고라, 울 등 뜨개실의 원료는 매우 다양하다. 특히, 양모섬유사로부터 제작된 직물인 모직은 2,000년 전부터 생산됐을 만큼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양모제품은 뛰어난 보온성을 가지며 흡습성이 높아 온도의 급격한 변화가 피부에 전달되는 것을 막아준다. 또한, 염소의 털을 직물로 활용하는 앙고라는 주로 양질의 견방모사(絹紡毛絲)를 위사로 해서 짠 프랑스의 푸알 드 셰브르(poil de chèvre)를 모방한 직물이다. 마지막으로, 종이실이다. ‘초섬사’라고 불리는 종이실은 주로 삼지닥나무, 닥나무 등으로 만든 한지를 원료로 하며 주로 가방을 짤 때 사용한다.

 

▲ (왼쪽부터) 코바늘뜨기, 대바늘뜨기/ 출처: 천재 학습백과
▲ (왼쪽부터) 코바늘뜨기, 대바늘뜨기/ 출처: 천재 학습백과

 

우리 삶 안의 뜨개질

뜨개질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기에, 우리의 삶 안에 녹아 있다. 우리는 종종 가족이나 친구, 연인에게 직접 뜬 목도리를 선물하고 싶어 한다. 마찬가지로, 직접 뜬 목도리나 털장갑, 모자 같은 선물을 받았을 때 느끼는 감동은 꽤 색다르다.  무엇보다, 나를 위해 실을 고르고, 시간을 들여 매듭을 엮은 정성을 선물 받은 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 매듭이 촘촘히, 여러 번 묶이고 쌓여 하나의 완성물이 탄생한 만큼, 선물한 이와 선물 받은 이의 관계도 좀 더 촘촘해지는 셈이다. 또한, 우리는 뜨개질을 통해 유대감을 쌓을 수 있다. 학창 시절, 뜨개질은 방과 후 활동 시간에 하나쯤 있던 활동일 것이다. 선생님과 같이 뜨개 수업을 듣거나, 뜨개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을 보면서 함께 뜨개 활동을 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완성물을 만드는 재미, 서로 부족했던 부분을 공유하면서 추억을 만드는 과정은 뜨개질의 장점이다. 마찬가지로, 신생아 모자 뜨기 봉사, 취약계층을 위한 생활 뜨개 봉사 등 뜨개질을 통해 만든 완성물을 기부하는 형태의 봉사활동이 존재한다. 특히, 연말에 학교나 세이브더칠드런 등 자선단체에서 단체로 진행했던 신생아 모자 뜨기 봉사는 봉사 참여의 의미를 전달함과 동시에 이들의 봉사 의지를 일깨웠기에 성별, 나이와 상관없이 뜨개질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켰다.

뜨개질은 하는 것만으로도 정서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 한국전시산업융합연구원의 「손의 기능훈련이 실버세대의 정서변화에 미치는 효과」에 의하면, 뜨개질이 실버세대의 일상생활능력과 긍정정서 향상에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뜨개질은 잡생각을 없애고, 스트레스, 우울증 조절 및 집중력과 성취감 고취 등의 효과가 있어 심신에 도움이 된다. 혈압을 안정화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 분비를 줄이며, 도파민(dopamine)을 분비해 기분을 좋게 만든다.

 

▲ 뜨개질 활동을 통해 완성된 결과물/출처: 고양신문
▲ 뜨개질 활동을 통해 완성된 결과물/출처: 고양신문

 

앞서 보았듯이 뜨개질은 그 역사가 유구하여 신화의 소재가 되었으며, 뜨개질하는 과정 및 뜨개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심리적 요소가 모두 결합됐다. 우리는 뜨개질을 하면서 마음의 평안을 느낄 수 있고, 뜨개질을 통해 나온 결과물을 보며 뿌듯해하기도 한다. 의식주 중 ‘의’을 담당하는 뜨개질이기에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취미 활동이기도 하다. 뜨개질을 통해 마음의 평안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참고문헌

[뜨개질 이야기 - 경북일보 - 굿데이 굿뉴스](http://www.kyongbuk.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3794)

[출처: 모직,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유수연, 황성걸, 「손의 기능훈련이 실버세대의 정서변화에 미치는 효과」, 한국전시산업융합연구원, 2015,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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