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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고 어려운 저작권을 인스타툰으로 설명해주는 변리사

김형준(기계•시스템디자인 11)동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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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기계·시스템디자인 11) 동문
▲김형준(기계·시스템디자인 11) 동문

 

좋아하는 아이돌의 사진으로 상품을 제작해 판매해도 될까? 요즘 AI가 명화를 따라 그린다는데 이 그림의 저작권은 누구한테 있을까? 저작권과 법의 세계는 너무나도 복잡해 우리의 머리를 아프게 한다. 하지만 여기, 복잡한 저작권 관련 법률을 인스타툰을 통해 쉽게 알려주는 독특한 변리사가 있다. 변리사이자 인스타툰 작가이기도 한 김형준 동문(기계·시스템디자인 11)을 만나보았다.

 

Q. 동문이 입학한 본래 전공은 기계·시스템디자인이고, 이후 디자이너를 꿈꾸며 산업디자인을 복수전공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디자이너를 꿈꾸었던 계기와 변리사로 진로를 변경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A. 입학 전부터 창작자들을 동경했었다. 중학교 시절에는 만화책 읽는 것을 너무 좋아해 만화가를 꿈꾸기도 했었고, 밴드 음악도 즐겨 들었다.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품고 있었는데, 직업적인 측면에서 생각하지는 않았었다. 대학 입학 이후 어떤 진로로 나아갈까 고민하다 창작하는 직업으로 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물론 기계공학 분야도 창작이긴 하지만, 그동안 꿈꿔왔던 창작과 좀 더 직접적으로 맞닿아있던 건 산업디자인이라고 생각해 복수전공을 선택했다. 대학 생활 중에는 디자이너가 가장 멋있어 보였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서 노력했는데 재능이 따라주지 않았다. 창작을 좋아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다가 변리사라는 직업을 알게 됐다. 변리사는 창작자들의 권리를 지켜주는 직업이라 적성과도 잘 맞을 것 같아 변리사의 길을 걷게 됐다.

 

▲동문이 재직 중인 AI 플랫폼 개발 기업의 홈페이지
▲동문이 재직 중인 AI 플랫폼 개발 기업의 홈페이지

 

Q. 변리사라는 직업은 변호사, 회계사 등 다른 전문 직종에 비해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르는 독자가 많다. 동문이 변리사로서 하는 업무에 관해 설명 부탁드린다.

A. 변리사 업무는 변호사들이 법률 사무소 소속으로서 의뢰인들의 재판에서 승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변리사들의 재판은 사람 대 사람이 아닌 창작물끼리의 싸움이다. 변리사들은 대부분 특허 사무소에 속해 있는 경우가 많다. 처음 변리사가 됐을 때는 앞서 이야기한 경우와 똑같이 특허 사무소 소속 변리사였다. 당시 재직 중이던 사무소가 LG전자와 LG생활건강을 대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해당 기업의 특허권과 디자인을 보호하는 일을 했었다. 지금은 AI 학습을 통해 유사 상품 또는 디자인, 위조 상품을 찾아내는 플랫폼 개발 기업에 재직 중이다.

 

▲인스타그램 ‘BLSN’ 프로필 화면
▲인스타그램 ‘BLSN’ 프로필 화면

 

Q. 인스타그램에서 ‘BLSN’이라는 닉네임으로 인스타툰을 통해 저작권과 관련된 법률을 대중들에게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변리사 업무와 인스타툰 계정 운영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거나 어렵지는 않은가?

A. 인스타그램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해소되지 않았던 창작 욕구 때문이었다. 이를 해소하려 변리사 업무와 관련 없는 분야의 창작도 고민했었다. 하지만 ‘예술이란 뭘까’라는 생각을 거듭하다 보니 큰 틀에서 창작은 분야와 별 상관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변리사인 만큼 법학, 저작권에 관한 내용으로도 좋은 창작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시로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의 자화상과 우리가 찍는 셀카도 자신을 직접 묘사한 이미지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는 비슷하다. 우리가 위대하다고 말하는 조각상들도 당시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성경 내용을 설명해주기 위한 일종의 자료였다. 그때부터 ‘변리사로서 뭔가 재밌는 것을 창작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컨텐츠 제작을 시작하게 됐다. 결심한 이후 처음엔 유튜브 영상을 제작했는데, 변리사 본 업무가 워낙 바빠서 거의 3~4개월에 한 번 꼴로 영상을 겨우 만들 수 있어 힘들었다. 인스타툰은 간단하게 그린다면 일주일에 1~2개 정도는 올릴 수 있을 것 같아 인스타그램으로 옮겨왔다. 주로 이동할 때 컨텐츠 내용을 구상하고, 업무가 없는 주말에 그림을 그린다.

 

Q. 인스타그램 계정에 업로드할 컨텐츠 제작 시 어떤 점들을 염두에 두는가.

A. 인터넷에 저작권 관련 문제에 대해 답해주시는 다른 변리사 또는 변호사들은 많다. 하지만 그들이 제공하는 설명의 문제는 대중에게 너무 어렵게 느껴지는 점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유튜브에 어떤 내용을 담은 영상을 올려도 될까요?’라고 인터넷에 질문이 올라왔다면 ‘저작권은 유포하면 안 된다’같은 식의 설명을 해준다. 실무자들이야 전문 용어가 익숙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생소하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기도 했고 주변에 디자이너들이 많아 어떻게 설명해야 좀 더 쉽게 이해하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따라서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인터넷에 저작권 관련 글을 올리는 전문가들은 대부분 최신 판례 분석 같은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루신다. 하지만 창작자는 그 판례가 자신의 저작권에 영향을 주는지 아닌지 정도만 궁금할 뿐이다. 그래서 인스타그램 초창기엔 직접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점을 생각해서 그렸다. 이후 팔로워 수가 늘어나면서 질문이 정말 많이 들어오고 있다. 요즘은 그 질문들을 토대로 인스타툰을 그리고 있다.

 

Q. 최근 기술의 발전으로 여러 기업이 ‘학습을 통한 AI의 예술 창작’과 ‘대체불가토큰(NFT)’을 연구개발 및 출시 중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저작권의 주체를 두고 다양한 논의가 오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해당 기술들이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혼란스러운 상태다. 지금까지 법률 상으로 정해진 것은 거의 없다. 하지만 법의 목적은 항상 산업의 보호다. 창작자를 보호하는 것은 법의 관점에선 부차적인 문제다. 만약 창작자를 보호하는 것이 산업에 더 이득이라면 법은 그 방향에 따라 제정될 것이다. 현재로선 법률 정립을 위해 모두가 이 혼란을 겪어야 할 수밖에 없다.

 

Q. 미국 등 외국에 비해 국내의 저작권 인식과 관련 법률이 매우 부족하다고 인스타그램에서 의견을 밝힌 적이 있다. 국내 저작권 인식 개선을 위해 어떤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A. 미국과 우리나라를 비교해보자면, 산업 규모 차이에 비해 표절로 인한 처벌 규모의 차이가 훨씬 더 크다. 결국은 법률이 강해져야 한다. 법률 강화를 위해선 입법권자인 국회의원들이 저작권 관련 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줘야 하는데, 이는 결국 일반 대중들이 의견을 내고 관심을 둬야 가능하다.

 

Q. 기계공학과 산업디자인은 변리사 업무와는 조금 동떨어져 있다고 느껴진다. 전공과 다른 분야의 업무를 하면서 고충은 없었는가.

A. 사실 변리사 대부분은 공학 전공자들이다. 일반적인 법들과는 다르게 저작권은 특허나 브랜드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창작물들이 혼재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변리사 시험에도 △자연과학개론△기계설계△열역학과 같은 여러 과학 분야가 포함돼 있다. 오히려 디자인 분야를 전공한 변리사 수가 정말 적어 업무에서 이점을 갖고 있다.

 

Q. 자신의 본래 전공과 다른 진로를 선택하는 학우들에게 조언의 한마디를 부탁한다.

A. 전공은 일종의 도구라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각자 이루고 싶은 꿈 또는 목표가 있을 것이다. 본인의 경우 멋진 예술가가 되는 게 꿈이었기 때문에, 도구를 이용해 꿈꾸던 예술을 하고 있다. 전공이라는 것을 너무 대단한 것으로 여기진 말았으면 한다. 대학 생활 4년 중 기초 과목을 배우는 첫 1년과 마지막 학기인 4학년 2학기를 제외하면 진짜 전공을 공부하는 건 2년 6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 시기 동안 자신이 배운 것에 남은 인생의 몇십 년을 휘둘리는 건 너무 아깝다고 생각한다. 다른 공부가 필요하다면 혼자 공부해보든, 다시 학교에 돌아가든 어떤 방식으로라도 다시 해보면 되니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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