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나만의 사유로 디자인을 완성하다

새움기획 대표 방혜숙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움기획 방혜숙 대표
▲새움기획 방혜숙 대표

 

우리는 많은 광고 속에 노출되어 살아간다. 언뜻 스쳐 지나가는 광고 디자인 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의미가 담겨 있다. 자신만의 사유로 광고 그래픽 디자인을 해나가는 방혜숙 대표를 만나보았다.

 

Q.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광고그래픽디자인 일을 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하다.

A. 학부생 때는 시인이 되고 싶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해 출판사에서 근무도 해봤다. 나는 사실 그래픽 디자이너가 아닌 카피라이터 출신이다. 1997년 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 외환 위기로 카피라이터로 활동하던 광고 회사가 부도를 맞아 그만두고 현재 회사를 차리게 됐다.

사업 초창기에는 카피라이터를 따로 고용하지 않고 직접 카피를 썼다.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다가 어떻게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게 됐냐고 물어보는데, 자신이 보는 눈이 있고 컨셉을 구현할 수 있는 디자인을 생각할 수 있다면 디자이너보다 더 잘할 수 있다. 보통 디자이너들을 예쁜 디자인을 원하는데 우리는 예쁜 디자인보단 광고주가 원하는 디자인에 초점을 두고 있다. 나도 초창기에는 예쁘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더 좋아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디자인의 답은 광고주가 원하는 것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느낀다. 그래서 현재는 광고주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파악하고 그것을 디자인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Q. 그래픽디자인에는 어떠한 분야가 존재하고 각각 어떠한 업무를 하는지, 그리고 그 중 광고그래픽디자인은 어떠한 일을 하는지 궁금하다.

A. 우리 회사가 제일 많이 하는 건 브로셔(brochure) 작업이다. 그다음 카탈로그(catalog) 작업, 그리고 패키지(package) 작업을 한다. 브로셔는 회사를 홍보하는 책자를 말한다. 회사가 어떤 이념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의 사장이 바뀌었을 때 새로운 비전과 가치를 나타내는 것을 목표로 많이 작업한다. 카탈로그는 제품에 대해서 정확히 얘기해 주는 것을 말한다. 만약 동국제약의 ‘인사돌’이라고 하면 인사돌의 성분이 어떤지, 제품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잇몸에 좋은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패키지란 동국제약에서 나온 ‘인사돌’, ‘마데카솔’ 등 제품을 포장하고 있는 포장지를 디자인하는 것을 말한다.

 

Q. 광고그래픽디자인 일을 하면서 힘든 점은 없는지 궁금하다.

A. 자동차 같은 제품을 광고·디자인하는 사람들은 세월이 흐를수록 가치가 올라간다. 왜냐하면 이 사람들은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같은 경우 옛날에는 겉 재질이 두꺼웠지만 현재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굉장히 얇아졌다. 옛날 제품을 잘 모르면 지금의 제품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자동차나 와인, 냉장고 같은 제품 디자이너들은 연배가 있다. 반면 그래픽 디자인은 굉장히 트렌드 하다. 젊은 사람들의 감각이 중요하고 트렌드가 빨리 변하는 특성 때문에 오래 있기가 힘들다. 그래서 꾸준히 연구하고 스스로 공부하지 않으면 따라가기가 쉽지 않은 점이 힘들다.

 

▲아스트리드 어워드에서 대상을 탄 새움기획/출처:투데이에너지
▲아스트리드 어워드에서 대상을 탄 새움기획/출처:투데이에너지

 

Q. 기획한 광고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광고가 무엇인지,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어느 날 광고주가 해외 어워드에 우리 회사가 작업한 브로셔를 제출해 보라고 권유했다. 우리가 작품 한 것을 해외에 보내면 아트디렉터들이 그들의 시선과 안목으로 작품을 평가한다. 2015년 아스트리드 어워드(Astrid Award)라는 미국 뉴욕의 한 시상에서 ‘하모니(harmony)’라는 컨셉을 잡아 환경과 산업을 조화한 브로셔를 제출했다. 근데 이 브로셔가 금상을 받게 됐다. 아스트리드 어워드는 그 분야에서 금상만 받은 작품들을 다시 모아서 그랑프리를 하는데, 그때 우리의 작품이 대상을 받게 됐다. 예전에는 ‘사람이 죽으면 이름을 남겨야 된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몰랐다. 근데 아스트리드 어워드에서 금상을 받은 일이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됐다. 그때 자신의 일을 하면서 상을 받고 그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음에 너무 뿌듯했고 자랑스러워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다.

 

Q. 광고그래픽디자인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A. 나는 기획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우리 회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광고주의 요구를 우리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새움 기획은 ‘새롭게 움트다, 움직이다’라는 뜻이다. 우리 회사가 세워진 지 올해 25년이 됐는데, 현재 계약을 맺고 있는 광고주들이 다 10년, 15년이 넘었다. 기존의 것을 카피하여 쉽게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져오기 때문에 광고주와의 장기계약도 가능하고 여태까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Q. 후속으로 준비 중인 광고가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기획을 하실 예정인지 궁금하다.

A. 현재 큰 프로젝트 3개를 준비하고 있다. 기획을 하려면 단순히 회사를 알리는 것도 좋지만 회사를 어떻게 브랜딩 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퍼스널 브랜딩(Personal Branding)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평소에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다. 회사 브랜딩도 마찬가지이다. 이 회사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 혹은 어떠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표현할지 생각을 많이 녹여내기 때문에 굉장히 어렵다. 즉 브랜딩이란 건 결국 그 회사의 방향성이나 철학, 가치들을 녹여내는 작업이다. 현재는 기업 브랜딩 작업을 준비 중에 있다.

 

▲그린과 핑크가 섞여 디자인 된 치질약 '치센'
▲그린과 핑크가 섞여 디자인 된 치질약 '치센'

 

Q. 광고디자인의 중요성을 체감할 때가 언제인지 궁금하다.

A. 최근 몇 년 전 ‘치센’이라는 치질약 광고 디자인을 했었다. 치센이 치질약이기 때문에 무서운 느낌이 들지만 우리는 그것을 부드러운 색을 사용하여 섬세하게 풀어 나가는 데에 집중했다. 제약회사는 제품이 대부분 하얀 알약이기 때문에 디자인으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대부분 다 알약이어서 우리가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그린과 핑크를 섞어 제품을 디자인을 했는데, 그게 현재 엄청 잘 팔리고 있다. 기존의 회사들이 사용하지 않는 컬러를 사용해 새롭게 접근함으로써 사람들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가히'의 광고 속 개와 함께 춤을 추며 내려오는 주인공의 모습
▲'가히'의 광고 속 개와 함께 춤을 추며 내려오는 주인공의 모습

 

Q. 대표님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광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우리는 예쁜 배우의 손을 보고 예쁘다고 생각하지만 테레사 수녀의 얼굴을 보고 예쁘다고 하지는 않는다. 반면 거룩하고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무게감 있는 거친 손을 보면 아름답다고 느낀다. 예전에는 단편적이고 예쁜 디자인을 추구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에게 의미 있고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광고를 하고 싶다.

최근에 본 광고 중 ‘가히’라는 주름을 개선하는 스틱이 있다. 광고 속 한 젊은 대학생이 주위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여 강아지와 춤을 춘다. 춤을 추면서 내려오다 결국은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쳐다봐 깜짝 놀라며 광고가 끝이 난다. 근데 이 모습이 마치 내 모습 같았다. 어떨 때 혼자 재미있게 춤추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 모습을 막상 누군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부끄러움이 느껴진다. 이처럼 최근에 본 광고 중 유머스러우면서도 의미가 담겨 있고 화장품 광고인데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감각적으로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저렇게 반전 있는 카피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카피를 굉장히 감성적으로 쓴다. 다른 카피라이터들은 딱딱하고 사실적으로 카피를 쓰지만 나는 이성보다는 감성에 중심을 두어 기획을 한다. 내 작업물에 사실을 전해주는게 아니라 의미와 감동을 주는 감성적으로 풀어나가는 광고를 하고 싶다.

 

▲방혜숙 대표가 추천하는 최장순 작가의 〈의미의 발견〉
▲방혜숙 대표가 추천하는 최장순 작가의 〈의미의 발견〉

 

Q. 광고기획대표로서 미래 직원들에게 요구하는 혹은 중요하게 보는 역량은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책을 많이 읽는 것을 추천한다. 유튜브 동영상 같은 경우 읽을 필요도 없고 시각적으로 주는 즐거움이 존재한다. 하지만 사유할 수 있게 하는 힘은 없다. 하지만 책은 다르다. 책을 읽으면 사유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진짜 좋은 책을 만나면 사유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 통찰력이 생긴다. 픙부한 지식이 뒷받침되면 광고를 제작할 때 남들과 다르게 접근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디자이너들이 좋은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한다.

 

Q. 광고기획, 광고디자인 분야를 희망하는 학우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A.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사회, 경제, 과학, 미술 등 아는 것이 많아야 새로운 디자인을 할 수 있다. 광고 분야를 희망한다면 디자인 공부는 필수다. 서양 미술사, 미술 사조 등 그림이 어떻게 발전돼왔는지를 알아야 한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보면 하늘을 표현하는 데에 파란색이 아닌 검은색과 파란색이 혼합된 색을 사용한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그 시대에 잘 사용하지 않던 노란색이 쓰인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그림을 보면서 색 배합을 배워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광고 분야에서 일을 하려면 대학생 때 여러 분야에 걸쳐 공부를 해야 한다.

그리고 대학생 때는 만나기 힘들겠지만 나만의 멘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성공한 사람들 곁에는 항상 멘토가 존재한다. 현재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 힘든 결정을 할 때, 인생을 포기하고 싶을 때 멘토의 도움을 받아 지금 있는 자리까지 갈 수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멘토를 만들라고 꼭 말하고 싶다.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

하단영역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