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도널드 휴즈, 앨피, 2022

〈서양사의 이해〉 최성철 교수가 추천하는 『환경사란 무엇인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연환경을 고려하지 못하는 역사는 부분적이고 불완전하다.” - 『환경사란 무엇인가』, 도널드 휴즈, p.37

 

산업공해, 환경오염, 기후변화! 비단 요즘만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키워드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단어들이 더욱더 우리 모두의 피부에 직접적으로 와닿게 됐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요즘 들어 부쩍 지구촌 곳곳이 폭염, 가뭄, 폭우, 홍수, 태풍, 산불, 지진 같은   이상 기온과 천재지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현상들은 늘 있었지만, 최근 들어 그 빈도나 규모 및 불규칙성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세계의 많은 과학자들은 현재 인류가 직면한 생태환경의 위기와 위협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경고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내고 있다. 그 임계점을 넘어서면 인류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게 된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상을 넘지 않게 하려면, 온실가스를 줄이고자 하는 세계   각국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이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지만 말이다. 따라서 더 근본적으로는 우리 모두 개개인이 경각심을 갖고 친환경적인 생활 태도를 계속 견지하며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당연   함을 넘어 이제 필연적인 일이 됐다.   안 그러면 모두 공멸할 테니까 말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환경사학자 도널드 휴즈(Donald Hughes, 1932~2019)의 『환경사란 무엇인가』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러한 환경 재앙에 대한 경각    심을 ‘역사(학)적인 관점에서’ 부각 또는 환기시킨 책이다. 원본은 2006년에     처음 출판됐고 이후 2015년에 개정판이 나왔지만, 이 제2판을 저본으로 한 국역본이 발행된 것은 작년 9월이다. 휴즈는 이 책에서 1960년대 미국에서 본격적  으로 등장한 “환경사”를 “인간과 자연의 상호 관계를 시간을 따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한다. 또는 “자연과   더불어 생활하고, 노동하며, 사고하는 인간을 시간의 변화를 통해 이해하려는 역사학의 한 장르”로도 규정한다. 한마디로, 환경이라는 줄기를 따라 인간    본성을 이해하고자 하는 역사학의 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개념을 밑돌 삼아 이후 환경사의 선구자들,    세계 각 지역의 환경사 연구 경향, 글로벌 환경사, 환경운동, 환경사의 쟁점과 방향, 환경사의 미래 등을 짚어나간다.

사실 그동안 전통 역사학은 인간과 사회와의 관계에만 주목해왔다. 이는 매우 협소한 관점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인간을 둘러싼 공간적 환경에는 인간 스스로 만들어낸 사회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연은 어쩌면 인류 역사에서 그동안 사회보다도 더 큰 영역을 차지해 왔는지도 모른다.  인간이 문명사회를 이루기 시작한 것은 전체 인류 역사를 놓고 볼 때 불과 최근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99%는 말 그대로 자연 속에서 수렵과 채집   하며 살아왔다. 이처럼 인간에게 큰 영향을 미쳐온 자연은 그러나 단 한 번도 그냥 정적인 환경에만 머물렀던 적이  없었다. 자연은 언제나 인간과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해왔다. 이 자연 안에는 동물, 식물, 미생물, 바다, 지질, 기후 등 생태계를 비롯한 물질적 삶의 조건들이 모두 포함된다. 인류가 탄생할 즈음부터 수백 만 년 동안은 말할 것도 없고, 지금으로부터 약 1만 년 전의    농업혁명과 18세기 산업혁명을 거쳐    지식 정보화 시대인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언제나 자연환경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왔다. 이에 착안해 인간의 과거를 새로운 관점에서 새롭게 조망하기 시작한 역사학 분야가 바로 지구사 또는 환경사이다. 이제 역사학자가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역사를 관찰하는 일은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조건이 됐다.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일종의 입문서, 교과서 같은 책이다. 그만큼 이해하고 알기 쉽게 쓰인  책이다. 자연환경과 기후변화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 지구와 인간을 위협하는 이런 이슈들에 둔감하거나 무관심한 독자  들의 일독을 권한다. 영국 역사가 클라이브 폰팅(Clive Ponting, 1946~2020)이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을 키워드로  인류의 전체 역사를 지구사적, 환경사적 차원에서 조망한 『녹색 세계사』(클라이브 폰팅, 그물코, 2010)도 이 분야의 고전으로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다.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

하단영역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