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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신, 〈합이합일(合二合一)〉, 1995, 알가로보 나무, 38×28×61cm

박물관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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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신, 〈합이합일(合二合一)〉, 1995, 알가로보 나무, 38×28×61cm
김윤신, 〈합이합일(合二合一)〉, 1995, 알가로보 나무, 38×28×61cm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인 김윤신(1935~ )은 1959년 홍익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여 1964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판화를 공부하였다. 이후 1969년 귀국한 뒤 김정숙, 윤영자 등과 함께 한국여류조각가회의 설립을 주도하고 한국미술청년작가회의 창립회원으로 활동하였다. 10여 년간 한국 조각계에서 활발히 활동한 김윤신은 새로운 자연환경과 재료에 대한 열망으로 1984년 아르헨티나로 이주하여 창작활동을 지속하였다.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김윤신은 한국 기후에서 접하기 어려운 단단하고 크기가 큰 아르헨티나 현지 나무를 재료로 삼아 조각 작업을 전개하였다. 홍익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된 김윤신의 <합이합일(合二合一)>(1995) 또한 둘레가 크고 단단한 아르헨티나의 알가로보(Algarrobo) 나무를 재료로 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김윤신은 못을 사용하지 않고 부재를 끼워 맞추는 한옥 건축의 결구법을 조각의 방법론으로 적용하였다. 김윤신은 이러한 전통 한옥 구조를 조각적 방법론에 대입하는 방식과 더불어 한국의 토테미즘인 장승이나 돌쌓기 풍습에서 영감을 받아 설치와 해체가 유연한 조각을 시도하였다. 

김윤신은 한국의 토테미즘과 동양의 음양사상을 통해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이라는 작업 철학을 구축해나갔다. 1970년대 후반부터 전개된 이 작업 철학은 현재까지의 김윤신 작업 전반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김윤신은 ‘합’과 ‘분’의 과정을 통해 하나이자 둘이고, 동시에 하나인 우주만물을 드러낸다.

‘합’과 ‘분’에 대한 개념은 김윤신의 작업 과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김윤신의 작업은 나무를 그저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김윤신은 작업의 재료인 통나무를 바라보다 자연과 하나가 되었다고 느껴지는 시점이 되면 전기톱으로 나무를 잘라낸다. 통나무 부분을 베어내어 나무의 안쪽 면을 드러냄으로써 김윤신은 새로운 공간을 창조 하며 조각을 만들어 나간다. 이러한 과정에서 김윤신은 교감을 통해 자연과 하나가 되고, 나무를 절단함과 동시에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어 자연과 자신, 조각과 공간이 하나가 되는 ‘합일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을 드러낸다. 이처럼 조각의 과정을 통해 김윤신은 결합과 분열을 반복하는 우주만물의 이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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