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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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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정독하는 것과, 잘 쓰여진 글을 만드는 것. 둘 중 어느 것이 더 어려울까? 기자라는 타이틀을 달기 전이라면 망설임 없이 후자를 골랐을 것이다. 하지만 정기자가 되고 약 11호의 신문을 발간한 지금, 명쾌한 답을 내리기 어렵다. ‘읽는 것’의 고충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를 의아해할 수 있다. 기자는 엄연히 ‘쓰는 것’에 집중하고, 이를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인식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직접 겪어본 기자 생활은 ‘쓰는 것’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 ‘읽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1차, 2차, 최종을 넘어 완료 기사가 될 때까지 기자가 작성한 대략 1000자에서 6000자의 단어들은 수십 번 읽힌다. 문맥에 잘 맞는지, 오해의 여지가 없는지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마감을 끝냈던 기사가 발간 직전 대폭 수정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길을 잃지 않고 글을 읽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본인의 기사를 수정함과 동시에 타 기자의 기사 역시 피드백하기 때문에 종국에는 눈이 글을 튕겨내는 수준에 다다른다. 마감 작업이 끝난 이후에는 표지판도 읽기 싫어질 정도로 완전히 ‘읽는 것’에 질려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모두 잘 쓰여진 글, 잘 쓰여진 기사가 됐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독자로 하여금 막힘없이 읽을 수 있는 기사가 되길 바라며 몇 번이고 읽는 것이다. 따라서, 읽는 이가 없다면 ‘쓰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한 호에 들어있는 단신 기사들, 고정란 코너, 인터뷰, 기자가 지금 쓰고 있는 칼럼까지 모두 독자의 ‘정독’이 없다면 버려진 글이 된다. 그렇기에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다. “제발 우리 기사를 읽어주세요”

수습기자로서 첫 신문을 발간했을 때, 기자들의 피땀이 어린 기사들이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해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사실은 지금까지도 배부대에 쌓여있는 신문을 볼 때면 읽히지 않는 신문을 만든다는 회의감과 함께 안타까운 마음을 떨칠 수 없다. 하지만, ‘읽는 것’의 어려움과 가치를 알기에 오늘도 이렇게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12면짜리 신문의 1면을 넘기는 것의 중압감을 이해하기에, 경제이니 사회이니 머리 아픈 소재의 거리낌을 이해하기에 읽히지 않는 신문이라고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문을 읽어주시는 독자에게 감사할 뿐이고, 잘 읽히는 기사를 만들겠다고 다짐할 뿐이다. 그리고 아직 본지를 모르는 학우가 있다면, 기꺼이 읽을 만한 기사가 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허공에 외칠 뿐이다.

기사를 읽는 것의 어려움은 비단 긴 분량 때문만은 아니다. 기사의 특성상 기자의 견해가 미약하게나마 비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해당 기사가 비중립적이진 않은지 검토하며 읽는 데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소모도 적지 않다. 이를 알기 때문에 기자 역시 최대한 단편적이지 않은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기조’는 숨기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기획서 기각을 결정하는 것에서 시작해 인터뷰이를 결정하고, 인터뷰 질문지를 작성하는 데까지 기자의 견해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기자 역시 기성 언론의 기사를 찾아볼 때면, 해당 언론의 성격과 기조 등을 고려하며 기사를 읽기 때문에, 함정에 빠지지 않고 나의 견해로 기사를 읽는다는 것의 피로감을 이해한다. 그렇기에 또다시 독자에게 약속드릴 수 있는 것은 속이지 않는 기사를 작성하겠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견해를 마치 정답인 것 마냥 속여서 독자의 피로감을 더하지 않겠다고 기꺼이 약속드린다.

신문 배부 이벤트를 하며, 거의 처음으로 누군가가 기자가 쓴 기사를 읽는 모습을 보게 됐다. 기자에겐 이미 익숙해진 기사가 독자에게는 새로운 눈으로 읽힌다는 것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는 기자의 기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과연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기사인지, 독자를 속이지 않고, 길 잃게 하지 않는 기사인지를 말이다. 이에 대한 답은 기사를 읽고 있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어느새 11면을 읽고 있는 당신, 12면이라는 막대한 분량을 감수할 만큼, 어려운 소재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읽을 만큼, 당신의 시간을 투자할 만큼 괜찮은 기사인가요? 그리고 어떤 대답이 나오던지 간곡히 전하고 싶다. ‘그래도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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