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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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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는 우리 생활언어에 생각보다 깊숙이 침투해 있다. 흔히 일상적으로 쓰는 죽(粥), 귤(橘), 조심(操心), 이상(異常) 등은 모두 한자어이다. 우리는 한자어들을 일상생활 속에서 익숙하게 쓰고 있지만 정확한 뜻을 모르고,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 익숙하면서도 멀게만 느껴지는 한자는 대체 무엇인가?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한자와 한문의 차이를 알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많은 사람이 한자와 한문의 차이를 잘 모른 채 비슷한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나 역시도 그러했다. 한자는 고대 중국에서 만들어져 지금까지도 쓰이는 문자이다. 한문은 한자로 쓴 문학 장르를 말한다. 정리하자면 한자는 문자이며 한문은 글을 말한다. 사전에서 정의한 한자의 뜻은 다음과 같다. 한자란 고대 중국에서 만들어져 오늘날에도 쓰이고 있는 표의 문자다. 현재 알려진 글자 수는 약 오만 가지에 이르는데 실제로 쓰이는 것은 오천자 정도로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도 사용한다. 조금 더 설명을 덧붙여 보자면, 한자는 중국에서 만들어져 전래됐으며 중세 동아시아 문화권이 공통으로 공유했던 문자다. 여기서 말하는 중세 동아시아 문화권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오키나와, 베트남 등이 포함된다. 서구에서 유사한 예로는 라틴어가 있다. 라틴어를 이해하면 서양 언어를 이해하는게 쉽다고 한다. 즉, 라틴어가 가진 문화적 힘이 대단했다는 의미다. 서구 여러 나라 언어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만큼 라틴어는 현시점에도 서구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 한자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한문을 이해하면 한국어뿐 아니라 일본, 중국의 문화권까지 다양한 나라의 언어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그 이유인즉슨 한자가 중세 동아시아 문화권의 공동 문어였기 때문이라 말할 수 있다.

한자가 언제, 어떻게, 누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전해지는 전설에 의하면 중국 민족의 시조라고 전해지는 복희(伏羲)가 팔괘(八卦)를 만들었다고 한다. 또 다른 설로는 창힐(蒼頡)이라는 새 혹은 짐승의 발자국을 보고 문자를 만들었다고 한다. 위 이야기는 전설로만 전해지는 이야기이다. 그렇기에 한자는 오랜 세월 동안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자연스럽게 발달·변천했다고 이해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네이버 사전에서 한자를 정의한 문장을 살펴보면 갑골 문자(甲骨文字)가 언급돼 있다. 갑골 문자는 기원전 1200년쯤에 등장한, 중국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체계적 문자이자 한자의 직계 조상인 문자로, 한자의 기원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갑골 문자는 그 존재 자체로 한자의 오랜 역사와 그 심오함을 여실히 증명하는 증거이다. 현재 한자를 의사소통 수단으로 사용하는 나라는 없다. 한국은 한글을 사용하고 일본은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사용한다. 한자를 만든 중국조차도 간체자(簡體字) 또는 ‘현대 중국어’로 불리는 한자와는 다른 문자와 어순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한자를 아예 쓰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한자어를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다. 한국인의 이름은 순수 한국어도 가능하지만, 한자 기반의 이름이 대부분이다. 학술·전문 용어 대부분이 한자어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종 공문서 역시 한자를 빈번하게 사용한다. 이렇게 언어적인 측면에서 한자는 일상생활에 밀접하게 들어와 있을 뿐 아니라 중세의 문학, 역사, 철학 등을 이해하는 데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현 교육과정을 밟아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학교 시절 한문 교과목을 배웠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한자에 대해 학습하지 않고서야 중학교 이후로 한자를 배울 일은 없었을 것이라 예상한다. 한자 교육의 중요성은 과거에 비해 굉장히 많이 낮아졌다. 한자어는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한자가 익숙하다고 말하기엔 어려워 보인다. 우리는 한자어를 익숙하게 사용하지만, 그 뜻을 정확히 알진 못한다. 익숙함의 함정에 빠져, 굳이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다른 언어를 배울 때 의미를 모른다면 찾아보는 일은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가 한자를 대하는 자세는 조금 다르다. 익숙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한자의 중요성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나 멀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자어가 활발히 쓰이는 언어 상황을 고려해, 우리는 한자를 외국어로 받아들여 일상생활 속 언어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용한 수단으로 봐야하지 않을까. 또한, 동아시아의 문화를 이해하는 통로로서 관심을 두고 학습할 때가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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