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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마음을 담아,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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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글을 읽을 독자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한다. 이 글은 기자가 꽤 오랜 시간 쌓아뒀던 짐을 조금이나마 내려놓기 위한 반성문이자 사과문이다. 12면을 가득 채운 기사 중 그나마 가벼운 느낌의 칼럼을 조금 무거운 마음으로 읽게 한 것에 대해 죄송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또한, 신문의 한 코너를 개인의 고해성사를 위한 장으로 이용할 기회를 준 동료 기자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기자가 처음 신문사에 들어올 때, 면접에서 선배 기자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다. “그래서 책임감이 있으시다는 거죠?” 당시 기자는 책임감이 있다고 자신했었고 이 질문이 면접에서 누군가를 선발하는 데 의미 있는 질문인지 의아했었다. 그러나 요즘, ‘책임’이라는 단어와 이 질문을 곱씹어보게 된다.

1월 신문사 방학 훈련 기간, 기 자는 신문사 활동에 소홀했다. 핑계를 대자면 학생회부터 소모임 임원, 아르바이트까지 하는 일도, 신경 써야 할 일도 많았다. 그 와중에도 친구들과의 만남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결국 일종의 번아웃(Burn out)이 왔던 것 같다. 이는 신문사 활동에도 영향을 줬고 국장도, 팀장도 아니었던 기자는 그나마 책임질 것이 적은 신문사를 놓아 버렸다. 훈련 마지막 날, 동료 기자들과 술을 마시고 조금은 취한 상태에서 기자의 불성실한 태도로 약간의 다툼이 있었다. 다음 날, 기자는 반성문을 가장한 사과문을 썼다.

이후 동료 기자들을 마주하는 게 아무렇지 않았다면 이는 분명한 거짓이다. 어떤 행동을 하든 동료 기자들의 눈치가 보였고, 작은 실수 하나에도 동료들이 실망할까 걱정했다. 빡빡한 일정에 기사 하나를 작성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직접 선택한 일이기에 동료들에게 기자의 짐을 넘길 수 없었고 이해를 바랄 수도 없었다. 개강 후 벌써 4번째 발행되는 신문이지만, 일주일 중 기사 작성을 위해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금요일 마감 직전까지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쓴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신문에 실린 기자의 글은 부끄럽게도 쓰레기에 가까운 글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자가 다른 일들을 완벽하게 하는 것도 아니다. 한 단체의 임원으로서 항상 부원들을 신경 쓰고 부원들이 원하는 활동을 계획해야 하며 여태 해왔던 활동을 계속 이어가야 했다. 한 단과대학의 학생회이자 국원으로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큰 책임감을 지녀야 했고, 한 단체의 조장으로서 회장을 돕고 조 원을 챙겨야 했다. 그러나 뭐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했고 그저 피해만 주지 말자는 생각으로 활동했다.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지만, 작년 2학기 이후 식사를 함께 한 날은 손에 꼽고 방 청소할 시간도 없는 기자를 위해 기자의 엄마는 방을 대신 치워주신다. 기자는 딸로서의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기자의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고자 한다. 기자는 작년 여름방학부터 지금까지 신문사에서 ‘기자’보다는 ‘기사를 쓰는 사람’으로 활동했다. 취재나 기사 작성에 큰 관심 없이 그저 그 순간이 빨리 지나가고 마감이 끝나기만을 바랐다. 기사를 마감하고 있는 지금, 기자는 오늘도 지각했고 두 시간도 전에 올렸어야할 이 글을 아직도 쓰고 있다. 앞으로 신문사가 아닌 다른 단체에서 임원이자 국원으로 활동하기 위해 신문사 일에 소홀하거나 신문사를 2순위 혹은 훨씬 뒷순위로 둬야 하는 상황도 있을 것이다. 또, 이런 상황에서 급하게 써 내려간 글들은 학교 신문에 실리기 부끄러운, 기자의 마음에도 들지 않는 그저 그런 글이다. 그렇기에 동료 기자들에게, 그리고 기자의 글을 읽을 독자들에게 항상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기자의 욕심으로 벌려 놓은 일들로 인해 어느 하나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 기 자가 속한 모든 단체에 사과의 말을 전한다. 그 흔한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말조차 함부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자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밖에 없다. “정말, 진심으로, 온 마음을 담아,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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