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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용 커피 컵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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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교에 도착하면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는 참새처럼 포장용 컵에 커피를 주문한다. 한 잔은 하루를 시작하며, 또 한 잔은 점심 후 오후 피곤함을 달래며 하루에 두 세잔의 커피를 마시게 된다. 짐작건대, 하루 두 잔, 수업이 있는 날을 4일로 계산하면 일주일에 8잔, 강의가 한 학기 15주씩 두 학기 30 주면 일 년 동안 240잔의 일회용 컵을 소비한다. 그러면 240잔의 일회용 컵은 어디로 갔을까?

아쉽게도 분리 수거된 일회용 컵이 모두 재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KORA)에 따르면, 뜨거운 커피를 담는 종이컵은 컵 내부의 폴리에틸렌 코팅 때문에 그것을 제거해야만 종이로 분류되어 재활용이 된다고 한다. 그나마 최근 플라스틱 컵은 PET 소재로 만들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라 재활용의 가능성이 종이컵보다는 높지만, 일반인이 쉽게 구분하기 어려운 다른 재질로 만들어지거나, 컵에 상표를 인쇄한 잉크는 재활용 품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역시 재활용이 어렵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몇 년 전부터 환경부와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매장은 다양한 재활용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대표적인 ‘컵 보증금제’를 시범 운영하는 스타벅스 서울 에코 매장은 포장(테이크아웃)용 리유저블 컵에 보증금 1,000원을 부과한다. 시청 근처 12개 에코 매장에서는 개인 텀블러나 매장 머그컵처럼 다회용 컵 사용만 가능하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포장용 일회용 컵 대신 리유저블 컵 사용을 시범운영하며 2025년도부터 일회용 컵을 전면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보증금을 낸 리유저블 컵은 에코 매장 내 반납기에 반납을 하고 컵이 인식되면 보증금을 현금, 스타벅스 카드, 해피해빗 에코포인트, 티머니 중에서 선택 후 환급받을 수 있다. 파손된 컵은 보증금 환급이 불가하지만, 반납된 컵은 엄격한 세척 후 매장에서 다시 사용된다. 서울, 세종과 제주의 특정 지역 외에는 에코 매장이 많지 않아 불편함을 호소하거나 위생의 문제를 제기하는 소비자들이 많지만, 스타벅스 코리아의 에코 시범매장 운영 시작 후 일회용 컵 사용량이 현저히 낮아졌다고 한다.

한편 이디야는 한솔제지와 협업하여 폴리에틸렌 코팅이 없는 ‘테라바스’ 친환경 일회용 컵을 개발하고, 지구의 날인 4월 22일 텀블러 이용 시 400원을 할인하는 캠페인을 진행한다. 또한 매장에서 나오는 커피박을 이용한 업사이클 인센트 키트를 선보이고 그 수익금 전액을 환경단체에 기부한 바 있다. 최근 무라벨 투명 생수병의 올록볼록하게 만져지는 상표처럼 파리바게뜨는 PE 재질의 컵에 인쇄가 아닌 양각으로 로고를 새겨 플라스틱 일회용 컵의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환경부와 기업의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친환경 아이디어가 재활용 자원 순환의 해결책일 수는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개인의 위생과 안전을 위해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하며 그 사용에 대한 경각심이 무뎌진 우리는 개인용 텀블러 사용을 하던 코로나19 이전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커피공화국이라 불리는 현실에서 습관처럼 소비하는 일회용 커피 컵 재활용에 대한 관심과 재활용 캠페인에의 참여는 작지만 큰 파급력을 지니며 우리의 커피 소비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 그리고 환경부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생분해되고 재활용이 가능한 일회용 컵 개발 및 생산 지원과 자원 순환 관리 감독의 정책을 세우고 엄격한 실행에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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