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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바깥에서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상무 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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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쇼 현장에 가본 적이 있는가. 런웨이(Runway) 위 모델들이 패션쇼장의 온갖 조명을 받을 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spotlight)를 마다한 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박연주 상무는 자신이 지원한 디자이너들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패션코드 2023 F/W’ 행사 현장에서 박연주 상무를 만나보았다.

▲박연주 상무의 모습

 

 

Q.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이하 CFDK)가 어떤 기관인지 궁금하다.

A. CFDK는 2012년에 설립된 단체이다. 당시 국내에 규모가 작은 디자이너 단체 여러 개가 있었는데, 그 단체장들이 모여 하나의 단체를 만들게 되었다. 설립 초창기에는 뉴욕에 있는 디자이너 단체인 CFDA(Council of Fashion Designers of America)의 활동을 많이 벤치마킹하기도 했고, 연합회 이름도 CFDA를 따 CFDK(Council of Fashion Designers of Korea)로 짓게 됐다. 한국의 유망한 신진 디자이너들을 많이 발굴해 K-패션을 세계화하는 것이 CFDK의 가장 큰 목표이다.

 

Q. 학부 시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패션 업계에 몸담아왔다. 처음 패션에 관심 갖게 된 계기와 현재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학부 시절 의류환경학과(당시 의생활학과) 전공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옷 자체를 좋아했는데, 학부 커리큘럼은 디자인보다는 이론 위주였다. 패션 디자인을 더 배우고 싶은 마음에 석·박사 과정까지 밟게 됐다. 박사 과정 당시 서울시에서 패션 센터를 만든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교수님께서 지원해보라고 권유하셔서 지원하게 됐다. 입사하고 보니 패션 디자인 연구소가 아닌 서울시 산하 기관으로 서울시의 패션 정책을 수립하고 신진 디자이너 지원 사업을 실행하는 기관이었다. 그곳에서 지금 하는 일을 처음 시작하게 됐다.

 

Q.  CFDK에서는 국내 패션 업계 최대 권위를 자랑하는 ‘Korea Designer Fashion Awards’, 패션 분야 창업자를 육성하는 ‘경기 패션 스타트업’ 등 국내 패션계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각 프로그램의 세부적인 내용과 기획 계기가 궁금하다.

A. 우선 ‘Korea Designer Fashion Awards(이하 한국디자이너패션어워즈)’의 경우 CFDK가 설립된 2012년부터 매년 주관해왔다. 2012년 제1회 어워즈 당시에는 연말에 디자이너들과 모여 우리끼리 축하하자는 의미로 모델상과 신인 디자이너상 두 부문만 시상했다. 그러다 2018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진행하는 사업이 많아지면서 문화체육관광부 측에서 함께 주최하기를 원했다. 그 후로 현재까지 한국디자이너패션어워즈의 주최는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은 CFDK이다. 시상 부문으로는 △최우수디자이너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우수디자이너상 △신인디자이너상 △패션모델상 △패션미디어상 △패션인플루언서상이 있다.

‘경기 패션 스타트업’의 경우 경기도와 양주시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창업 초기의 디자이너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지원 사업으로, 경기도 양주시에 ‘경기 패션 창작 스튜디오’라는 시설을 통해 디자이너들에게 개인 작업 공간을 제공해주는 식이다. 공간 제공뿐만 아니라 마케팅 지원, 해외 패션 수주회 참가 지원, 그리고 경기도 북부의 원단 업체들과 연결해주는 등 다양한 지원을 한다. 경기 패션 스타트업은 지난 2016년에 처음 시작된 사업으로, 올해 8기가 들어섰다. 이제는 초기 졸업생들이 서울패션위크에서 패션쇼를 할 정도로 자리를 많이 잡은 상태이다.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모습. 서울패션위크와 패션코드 행사가 열리는 곳이다.

 

Q. 지난 2022년 CFDK가 주관한 ‘패션코드 2023 S/S’ 행사에서 글로벌 게임사인 ‘블리자드(Blizzard)’와 협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시 경험이 궁금하다.

A. 작년 가을 진행된 ‘패션코드 2023 S/S’ 행사의 공동 주관사가 한국콘텐츠진흥원이었다. 게임, 웹툰 등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다양한 콘텐츠와 패션을 결합하는 프로그램들을 몇 년 전부터 기획 중이었는데, 블리자드와의 협업도 그 일환이었다. 6명의 디자이너들이 블리자드의 ‘오버워치(Overwatch)’라는 게임 속 캐릭터를 모티브로 의상을 제작했다. 그 의상으로 갈라쇼를 진행하고, 전시를 여는 식으로 협업이 진행됐다. 패션 산업에서도 최근 다른 분야의 콘텐츠와 협업하는 것을 많이 시도하고 있다. 그러한 협업은 대부분 판매를 통한 수익 증대가 아니라 홍보에 목적을 두고 있다.

 

Q. 최근 국내 유명 연예인들이 버버리(Berberry), 디올(Dior), 구찌(Gucci), 프라다(Prada) 등 다양한 명품 브랜드의 앰버서더 또는 뮤즈로 활약하고 있고, 세계 각국 패션 위크와 멧 갈라(Mat Gala) 등 패션계 유명 행사에도 참석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국내 패션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궁금하다.

A. 참 감사한 일이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 디자이너들과 해외에 나가면 ‘아시아에서 온 잘 하는 디자이너구나.’ 이 정도의 반응이었다. 코로나19 탓에 해외에 나가지 못하다 작년 가을 오랜만에 파리패션위크에 방문했었다. 파리에 가니 나에게로 먼저 와서는 한국에 너무 가보고 싶다며 반기곤 했다. 그 이유가 아무래도 K-pop 등 K-콘텐츠들이 유럽 시장에서도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인 것 같다. 그로 인해 한국의 문화 국격이 높아졌고, 한국 디자이너들을 대하는 행사 주최사들의 태도 자체가 달라졌다.

▲DDP디자인랩의 입구.
▲DDP디자인랩의 입구.

 

Q. 최근 SPA 브랜드를 필두로 한 ‘패스트패션’이 과잉 생산과 소비로 인한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점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데, 국내 패션계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어떤 해결 방안을 내놓고 있는지 궁금하다.

A. 분명 패스트패션의 미래는 밝지 않지만,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도 없다. ESG는 몇 년 전부터 패션 트렌드를 분석할 때마다 등장하는 키워드로 패션 업계에서도 엄청난 화두이다. 한 디자인 브랜드는 의상을 제작할 때 낭비되는 원단을 줄이는 커팅 방식을 개발하고, 청바지 브랜드들은 물을 적게 사용하는 데님 워싱 방식을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그런 것처럼 패션 트렌드는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패션’일 것이며, 소비자들 또한 이를 실천하는 브랜드들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생산 면에서도 변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예전처럼 무조건 많이 만들어 놓고 소비자들이 사기만을 기다렸다가 재고를 폐기하는 방식이 아니라, 주문을 받은 뒤 생산하는 방식으로 변화 중이다. 그런 면에서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오래 전부터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하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미래의 트렌드와 굉장히 잘 맞다고 생각한다. 규모가 큰 브랜드의 상황은 잘 모르지만 디자이너 브랜드의 경우 내부적으로 많이 고민하면서 자정해나가고 있는 분위기이다.

▲'2023 패션코드 F/W' 행사장 현장.

 

Q. 최근 K패션 브랜드 상품의 모조품이 시장에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는데, 국내 패션계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어떤 해결 방안을 내놓고 있는지 궁금하다.

A. 사실 카피(Copy)가 하루이틀의 문제는 아니다. 패션이라는 건 트렌드이고, 트렌드가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구조이다. 명품 브랜드의 패션쇼가 공개되면 SPA 브랜드나 일반 브랜드에서 비슷하게 만들어내는 구조를 완벽히 탈피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뾰족한 방안을 내놓을 수는 없겠지만 디자이너가 자신만의 단추 패턴이나 프린트를 개발해낸다면 디자인 등록을 할 수 있다. 소재는 카피하더라도 특정 디자이너의 대표적인 패턴은 카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그나마 대안이다.

 

Q.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과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하다.

A. CFDK가 하는 일이 기본적으로 신진 디자이너를 육성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지원한 디자이너가 해외 수주를 받거나 큰 상을 타는 등 성과를 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것 같다. 앞으로의 더 큰 바람은 지원한 브랜드들 중 모두가 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줄 서서 사는 글로벌 브랜드가 하나쯤 나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패션의 ‘BTS’랄까? 그런 날이 오는 것이 꿈이다.

 

Q. 본인이 생각하는 ‘패션’이란 무엇인가?

A. 패션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단순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옷, 가방, 신발같은 것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요즘의 패션은 그 뿐만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의 영역까지 포괄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 사람의 패션에 대한 얘기를 할 때 단순히 그 사람이 지금 입고 있는 옷만이 아니라, 그가 어떤 사고 방식으로 옷을 사고 입는지까지 보여주는 것이 패션인 것 같다. 예를 들어 ‘나는 절대 밍크를 사 입지 않는다.’ 이런 사상이나 믿음까지 녹아 있는 것이 패션이다. 또 ‘나는 힙합을 좋아해서 스트릿 패션을 즐겨 입는다.’는 것처럼, 그 사람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와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갖고 있는지까지 다 녹아든 것이 패션이라고 생각한다.

 

Q. 현재 패션업계 진로를 꿈꾸는 본교 학우들에게 조언 부탁드린다.

A.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현장에 나왔을 때 부딪히는 업무의 차이는 상당히 크다. 학교 교육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지만 구조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아마 학생들이 졸업하고 나왔을 때, 많은 준비를 하고 나왔는데도 취업을 했을 때 큰 벽에 부딪히거나 자괴감을 느낄 수도 있다. 아직까지는 학교 교육과 현장을 이어주는 다리가 부족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 다리 역할을 해줄 프로그램들을 정부에 많이 제안하고 있다. 예비 창업 프로그램과 같은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부분들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 등을 많이 고민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이 본인 능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가지지도, 너무 조급해 하지도 않았으면 한다. 자리까지 갈 수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멘토를 만들라고 꼭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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