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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담은 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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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위에 별 보여?” “아니, 잘 안 보이는데.…” 서울 한복판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은 열 손가락 안에 꼽히지만, 밤마다 우리 머리 위에는 전 세계 모든 해변과 사막에 있는 모래 알갱이 수보다 10배 많은 별이 떠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광활한 우주 속 인간이라는 작은 존재와 그 넓은 세상을 탐구해나가는 과정. 그 속에서 가장 중요했던 도구는 단연 망원경이다. 우리 눈에는 빛나는 작은 점이 사실 불타고 있는 천체임을 알게 해 준 망원경에 대해 독자들은 얼마나 알고 있는가?

 

[망원경 탄생의 비밀]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천체 관측에 사용했다고 알려진 망원경./ 출처: 비즈한국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천체 관측에 사용했다고 알려진 망원경./ 출처: 비즈한국

 

최초의 망원경은 누구에 의해 탄생했을까? 많은 이들이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 1564~1642)라고 답할 거라 짐작한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볼록렌즈와 오목렌즈를 겹쳤을 때 상이 크게 맺힌다는 사실을 알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망원경을 발명했다….” 그런데 이것은 틀렸다. 망원경을 최초로 만든 사람은 갈릴레이가 아닌 네덜란드의 한스 리퍼세이(Hans Lippershey, 1570~1619)다. 그는 안경 제작자라는 직업 덕분에 우연히 오목렌즈와 볼록렌즈를 겹쳤을 때 물체가 크게 보이는 원리를 발견했으며 1608년 망원경을 최초로 발명하게 된다. 하지만 그 성능은 매우 떨어져, 배율이 고작 2~3배에 그쳤고 상(像)은 희미한 데다 찌그러져 보이기까지 했다. 갈릴레이가 망원경이 발명됐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망원경을 제작한 일은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난 뒤였다. 그는 배율을 30배로 늘려 처음으로 천체 관측을 시도했고, 목성에 위성이 있음을 발견했으며 달의 표면을 집중적으로 관측하는 등 천문학 발전에 힘썼다. 이것이 그가 최초는 아니지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유다. 이후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 1571~1630)가 볼록렌즈 두 개를 사용해 상의 안정도와 배율을 증가시켰다.

리퍼세이와 갈릴레이, 케플러가 제작한 망원경은 모두 굴절 망원경으로, 렌즈 두 개를 겹치면 상이 확대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제작을 위해 렌즈를 정교하게 연마해야 하고, 이에 들어가는 기술력이 상당해 가격이 비싸다. 또한 렌즈 특성상 *색수차 발생을 피할 수 없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추가적인 비용도 엄청나다. 위와 같은 렌즈 망원경의 단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반사 망원경이 등장했다.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1643~1727)이 보편화시킨 반사 망원경은 렌즈 대신 거울로 제작됐다. 굴절 망원경의 단점인 가격은 대부분 렌즈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비롯됐기에, 더 싼 값에 비슷한 결괏값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상의 선명도나 **집광력 등은 굴절 망원경보다 떨어졌다.

 

[제가 한 번 들여다봤습니다]

▲안성맞춤천문과학관 사진
▲안성맞춤천문과학관 사진

 

망원경 기술의 발전은 보급화로 이어졌고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천문대도 만들어졌다. 망원경을 실제로 관찰하고 원리를 이해해보기 위해 기자는 경기도 안성시에 위치한 안성맞춤천문과학관으로 향했다. 안성맞춤천문과학관에 가기 위해선 완만한 오르막길을 계속 올라야 했다. 천체 관측 시 장애물이 없어야 하고, 맑은 하늘에 관측해야 하는 천문대 특성상 고지대에 위치해있기 때문이다. 기자는 해가 떠 있는 오후 5시에 방문했기 때문에 태양 관측만이 가능했다. 천체 관측실은 총 두 곳으로 나뉘어 있다. 한 곳은 직경 250mm의 엄청난 크기의 렌즈를 가진 굴절 망원경이 있는 방인데 관측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용해보지는 못했다. 다른 천체 관측실에는 다양한 굴절 망원경과 반사 망원경이 비치돼있었다. 굴절 망원경을 통해 태양의 흑점과 홍염 등을 관측했다. 간단한 프로그램을 실행해보면서 기자는 천문대 관계자로부터 망원경의 구조와 원리에 관한 세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대화 주제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망원경의 구성요소에 관한 것이었다. 망원경은 크게 경통, 가대(마운트), 삼각대로 나뉜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경통은 눈, 가대는 몸통, 삼각대는 다리와 유사한 기능을 한다. 경통은 렌즈나 거울이 설치돼있는 통으로 우리는 경통에 눈을 대고 별을 관측한다. 가대는 무거운 경통을 움직이게 하는 장치로, 각도 등을 조절해 관측 대상을 바꿀 수 있다. 삼각대는 망원경 전체를 지탱해주는 다리로서 기능한다. 또한 사람들은 가대보다 경통에 더 집중하지만, 프로그램화된 자동 가대의 경우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기 때문에 경통 못지않은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굴절 망원경과 반사 망원경의 구조를 설명하면서 동일 구경일 때 왜 굴절 망원경이 반사 망원경보다 경통이 길 수밖에 없는지도 알려주었다. 굴절 망원경은 렌즈가 클수록 상이 맺히는 초점이 뒤로 이동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긴 경통을 필요로 한다. 반면 반사 망원경은 경통이 짧더라도 거울 두 개에서 빛을 반사시키는 구조이기에 긴 경통이 필요하지 않다. 안성맞춤천문과학관에서 본 반사 망원경 또한 굴절 망원경에 비해 모두 짧고 구경이 컸다.

 

[우주로 나아가는 망원경]

▲허블 우주 망원경./ 출처 : NASA
▲허블 우주 망원경./ 출처 : NASA

 

천문대를 통해 인간은 다양한 별들을 관측해내며 천문학의 발전을 이뤄냈다. 지상에서의 임무를 마친 인간은 우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망원경을 우주로 보낼 발상을 하게 된 것이다. 소련과의 우주 전쟁으로 우주 산업의 급격한 팽창을 이룬 미국은 1990년 4월 허블 우주 망원경을 발사한다. 막대한 자본과 시간을 투입한 프로젝트였기에 허블 망원경이 보내는 첫 사진에 온 세상이 집중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당시 지상 망원경과 차이가 없을 정도로 낮은 화질의 사진을 보내온 것이다. 허블 망원경이 선명한 사진을 보내기 시작한 것은 나사(NASA)가 수차례 보수를 거듭한 후였다. 이후 허블 망원경 책임자였던 로버트 윌리엄스(Robert Williams)의 주장으로 아무 빛이 보이지 않는 빈 공간을 허블 망원경으로 10일간 촬영해봤다. 그 결과물인 ‘허블 딥 필드(Hubble Deep Field)’는 천문학계에 충격을 준다. 빈 공간으로 찍혀야 할 곳에 셀 수 없는 무수한 별과 은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우주 초기 은하를 밝혀낼 수 있었고, 이 외에도 허블 망원경은 태양계 행성들의 선명한 사진들을 남기는 등 우주 망원경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아직 왕성히 활동 중인 허블 망원경이지만 어느덧 발사된 지 30년이 넘었다. 나사는 허블 망원경의 후계자로서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을 2021년 발사했다. 이 망원경은 허블 망원경의 관측 범위를 넘어선 오래된 천체를 관측하는 것을 목표로 심우주 관측에 최적화된 기능을 탑재했다. 또한 총 4개의 테마를 정해 관측 활동을 설정했는데 △초기의 우주(Early Universe) △은하의 변천(Galaxies over Time) △항성의 생명주기(Star Lifecycle) △외계의 발견(Other Worlds) 등이 그것이다. 작년 7월 12일(화) 외계행성 ‘WASP-96 b’에서 수증기 형태의 물을 발견하는 등 임무를 수행 중이다. 

 

"우주에 만약 우리만 있다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이겠지." 영화 <콘택트(Contact)>(1997)의 대사다. 인간은 예로부터 우주를 탐구하고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발견하기 위한 욕망과 함께했다. 망원경은 그런 욕구의 일종이다.  지구에서 달에 크레이터가 있다며 놀라던 인간은 이제 우주에서 행성을 들여다본다. 더 먼 우주, 더 많은 별을 탐구하는 인류를 응원한다. 

 

*색수차: 렌즈에 의하여 물체의 상이 만들어질 때, 빛의 색에 따라 굴절률이 다르기 때문에 색에 따라 상이 생기는 위치와 배율이 바뀌는 현상

**집광력: 사람의 눈과 비교하여 렌즈의 빛을 모으는 성능을 나타낸 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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