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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히 많은 이름을 가진 도전가

박지현(문화예술경영학 박사17) 동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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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교수의 모습
▲박지현 교수의 모습

 

한 사람이 살아가면서 몇 개의 수식어를 달 수 있을까. 우리는 자신의 이름 앞에 근사한 수식어 하나를 달기 위해 평생을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여기 무수히 많은 수식어를 가진 사람이 있다. 마케터, 박사, 교수, 그리고 작가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박지현(문화예술경영학 박사17) 동문을 만나보았다.

 

Q. 동문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하다 본교에서 문화예술경영학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어떤 이유로 다시 학교로 돌아오게 되었는지와 해당 전공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학부를 졸업할 당시만 해도 ‘이제 내 인생에 공부는 더 이상 없다!’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영영 학교에 돌아올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이렇게 학교에 자리 잡게 되었다. 사실 어려서부터 문화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화가의 꿈을 키우며 그림을 그리던 시기도 있었고, 영화감독이 되겠다며 영화 동아리를 만들어 달라고 선생님을 조르던 시기도 있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곤 했다. 하지만 열정만 있지 아는 것이 없어 막막하던 시기에 본교 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를 알게 됐다. 전공과 관심 분야를 융합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진학을 선택했다. 문화예술경영학과는 정말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다. 덕분에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배웠고, 그 안에서 늘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Q. 삼성전자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마케터로서 재직했을 당시의 경험이나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A. 삼성전자에서는 오세아니아 지역 모바일 사업을 담당했다. 신입사원이던 당시, 같은 팀 과장님이 '호주, 뉴질랜드에 수출하는 모든 삼성 핸드폰은 네 손을 거쳐서 나가는 거니 우리나라 경제에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는 거다.'라고 말씀 해주셨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저 눈앞에 닥쳐있는 업무를 배우느라 전전긍긍 하고 있던 시기에 그런 말을 들으니 자부심도 생기고 내가 하는 일을 보다 큰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사실 삼성전자와 국립현대미술관은 여러모로 다른 성격의 직장이었다. 그 중에서도 미술관은 프로모션을 기획하면 바로 현장에서 실행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하여 광복절 당일, 미술관 로비 오케스트라 공연을 기획한 적이 있다. 관람객 동선부터 악기, 공연자 세팅까지 신경 쓸 부분이 많아서 참 고생했지만, 로비에 아리랑이 울려 퍼지는 그 순간의 전율을 잊을 수가 없다. 당시 일일 최다 관람객 수를 달성하면서 많은 분들과 그 감동을 함께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Q. 박사 과정을 밟은 후 교수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A. 박사 과정 중 학부 수업을 맡아 강의할 기회가 있었다. 문화예술경영학을 가르치면서 학생들과 이야기 나누고 고민하던 시간이 무척 소중했다. 한 명의 문화예술경영 전문가로서 현장에서 뛰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교수라는 직업을 통해 나보다 더 훌륭한 수많은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다면 그보다 의미 있는 일이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교수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것 같다.

 

Q.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원 입학을 결정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고충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또 그 당시 주변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A.  "그 좋은 직장을 왜 그만두세요?" 삼성전자를 그만 둘 때도, 국립현대미술관을 그만 둘 때도 주변에서 자주 들었던 질문이다. 그런 질문을 하는 이유도 이해가 가지만, 그 당시 나에겐 목표했던 바가 있었기 때문에 크게 망설이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동안, 정해지지 않은 앞날에 대한 불안감은 어쩔 수가 없었다. 학위를 따고 난 이후에 과연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도 많았다. 사실 명언 같은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마음이 불안하니 그런 글귀들도 도움이 되었다. 책을 읽거나 드라마를 보면서 지금의 나를 지지해 줄 수 있는 문구나 대사를 적어놓고 위로받곤 했다. 그리고 닥치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기 보다는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성실히 해보자’라고 생각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문화 트렌드 2022,『문화 트렌드 2023/ 출처: 알라딘
▲『문화 트렌드 2022,『문화 트렌드 2023/ 출처: 알라딘

 

Q. 『문화 트렌드 2022·2023』 집필에 참여하고, 최근에는 뉴질랜드 여행기를 담은 에세이 『로망과 현실 사이』를 출간했다. 처음 책을 쓰게 된 계기와 소감이 궁금하다.

A. 처음 '책'이라는 것을 쓰게 된 계기는 학과 교수님과 박사 동료들이 모여 『힙한 문화예술 트렌드를 읽다』를 함께 집필한 것이었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내 부족한 생각을 대중에게 글로 전달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워 망설이기도 했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어 의지하며 쓸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글이라는 것이 참 묘하다. 머릿속에서 뒤죽박죽되어 있던 생각들이 글을 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것이 느껴졌다. 이후로 해마다 문화트렌드를 분석하는 시리즈를 발간하면서 꾸준히 독자 분들을 만나고 있다. 최근에 발간한 에세이 『로망과 현실 사이』는 뉴질랜드에서 2년간 생활하면서 느낀 단상들을 담은 책이다. 분초를 쪼개가며 살던 서울에서의 시간과 바닷가와 숲으로 둘러싸인 뉴질랜드에서의 시간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 그런 기분 좋은 낯섦을 다 잊어버리기 전에 기록해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것도 책 쓰기를 미리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긴 했다. 내 이름이 앞에 쓰인 책을 보다 보면 어느 날은 한 없이 자랑스럽고, 어느 날은 한 없이 부끄럽기도 하다. 하지만 늘 결론은 그래도 하길 잘 했다, 하는 생각이다.

 

 

Q. 마케터부터 (문화예술경영학)박사, 교수, 작가까지 동문의 이름 앞에는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각 수식어 혹은 직업마다의 매력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A. 현장에서 일하는 마케터는 관객들을 직접 만나며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학교에서는 학생 및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새로운 영감을 늘 얻을 수 있고, 작가는 내 안의 생각을 정리하고 다른 이들과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복잡해 보일지 모르지만, 무엇 하나로 딱 정의할 수 없는 나의 수식어들은 사실 서로 영향을 미치며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 같다.

 

▲ 에세이 출간 후 진행된 북토크에서의 모습
▲ 에세이 출간 후 진행된 북토크에서의 모습

 

Q.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거나 도전하기를 망설이고 있는 본교 학우들에게 조언 부탁드린다.

A. 그 도전이 무엇이든 그저 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나이키의 슬로건처럼 말이다. 지나고 나서 보니 ‘내가 경험했던 그 무엇 하나 내 삶에 도움 되지 않는 것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 책 집필 제안을 받았을 때 ‘할 수 있을까?’라고 망설였지만, 그것이 문화트렌드 시리즈가 되고, 에세이가 되고, 내게 작가라는 수식어를 선물해주었다. 너무 멀리 내다보면 첫 발을 떼기가 어렵다. 당장 내일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는 시대이니까. 지금 당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그 일에 망설이지 말고 도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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