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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청정국’, 이제는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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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명 ‘마약 청정국’이었던 우리나라에 마약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연예계 마약 문제뿐만 아니라 재벌가 마약 사건, 청소년 마약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르는 등 마약 문제는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게 마약 문제는 너무나 먼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필자 또한 우리나라의 마약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조차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정말 국내 마약 문제가 그렇게 심각한 수준인 걸까?

‘마약 청정국’이라는 지위는 우리나라 마약 문제의 심각성을 나타내기에 좋은 수단이다. 통상적인 기준치로 ‘마약 청정국’이란 인구 10만 명당 마약 사범이 20명 이하인 나라를 말한다. 흔히 우리나라를 마약 청정국이라고 칭하지만, 사실 2016년 이 수치가 이미 25.2명으로 집계돼 마약 청정국 지위를 잃었다고 한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마약 청정국 지위를 잃은 뒤에도 마약 사범은 꾸준히 증가해왔다는 것이다. 즉, 최근에 마약 문제가 공론화되기 전에도 우리나라의 마약 문제는 지속적으로 심각해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또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분명히 마약은 국내에서 거의 생산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마약을 해외에서 들여온다는 것인데, 해외에서 들여오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경찰이나 세관 등 감시망을 뚫어야 한다. 그러나 그 감시망이 뚫기 쉬웠다면, 마약 문제가 더 빠르게 나타났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야 마약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걸까? 그 이유는 마약에 대한 단속 방법이 발전할수록 당연하게도 마약을 들여오는 수법 또한 발전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면, 최근 하와이에서 배송된 과자 박스에 마약이 들어있었다는 사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적이 있다. 해당 마약은 적발되기 전에도 위와 같은 수법으로 50여 차례 국내로 반입됐었고, 그 마약을 들여온 조직은 특정 약속 장소에 마약을 두고 국내 운반책이 전국의 클럽으로 배달하는 수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렇듯 마약을 들여오는 방법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창의적이다.

SNS와 다크웹(Dark Web)도 쉽게 적발되지 않는 마약 유통 통로 중 하나이다. 코로나19바이러스 유행 이후 온라인 마약 거래가 부쩍 증가했다는 통계자료도 제시됐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발표한 2022년 4월~8월 온라인 마약 불법 유통·판매 적발 사례 분석 결과, 전체 1949건 중 72.8%(1419건)가 텔레그램(Telegram)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톡 10.7%(210건), 라인 4.1%(80건), 조직 자체 홈페이지 2.1%(42건) 등이 뒤를 이었다. SNS와 다크웹을 통한 비대면 마약 거래는 대면 거래보다 편리하고 SNS나 다크웹의 특성상 적발 가능성도 낮다. 최근 온라인 마약 거래처는 보는 사람이 많은 주요 SNS에 홍보글을 작성하고 단속이 어려운 다크웹이나 해외 메신저 등을 통해 거래를 진행한다고 하기도 한다.

온라인 마약 거래가 쉬워짐에 따라 마약에 호기심을 가진 청소년들도 마약에 빠져든다고 한다. 법무부의 발표에 따르면 2022년 1~11월 10대 마약사범은 454명으로 119명이었던 2017년 대비 약 281% 폭증했다. 텔레그램 비밀채팅방과 다크웹 등 음지에서 비대면으로 거래되고 있는 마약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실제 10대 마약 사범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더욱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10대 마약 사범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경찰이 2022년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 간 유흥가 밀집 지역을 대상으로 대대적으로 단속을 벌였는데, 촉법소년 기준을 갓 넘은 만 14세 마약 사범이 적발되었다고 한다. 심지어는 2021년 10월 고등학교 3학년 학생 3명이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억대 규모의 마약 판매를 하는 등, 청소년 마약 판매책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마약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해결책이 필요할까? 필자는 제도적인 변화가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마약 단속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등이 전담하고 있다. 이렇게 여러 부서가 마약 단속 업무를 나눠서 진행한다면 효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방식 대신 모든 마약 업무를 통합해 담당하는 부서를 신설함으로써 마약 단속의 통일성이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마약 사범에 대한 단순한 처벌이 아닌 치료와 예방 중심의 정책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약 유통과 사용을 단속하고 마약 사범들을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마약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사람들이 마약의 위험성을 알고 마약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며, 이미 중독된 사람들을 올바르게 치료하는 것만이 마약 문제를 근절 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될 것이다.  마약 문제는 이제 사회 전체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마약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론화한다면, 언젠가는 다시 ‘마약 청정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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