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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자신만의 결을 가진

싱어송라이터 결(KY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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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결(KYUL) 인스타그램

음악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멈추지 않던 눈물을 멈추게도 하고, 지친 이들에게 다시 일어설 힘을 주기도 한다. 때론 여러 감정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 어떤 말보다 큰 위로가 되곤 한다. 그런 힘이 있는 음악을 만드는 싱어송라이터 결(KYUL)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Q. 2018년, EP 앨범 <거울>로 데뷔했다. 음악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을 때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A.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었다. 학교에서도 음악 관련 동아리를 했고, 계속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음반 제작자라는 꿈도 있었고, 좋아하니까 취미삼아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예 직업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엉겁결에 뮤지션이 되었다. 뚜렷한 계기는 없는 것 같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이 직업이라 불러 준 케이스다.

 

Q. 곡을 쓸 때, 본인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른 이의 경험에서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감정들도 노래의 소재로 쓴다고 들었다.

A. 이 부분은 오해를 풀어야 한다. 사실 특별하게 나나 다른 사람을 정해 영감을 얻지는 않는다. 그저 내가 쓴 이야기를 ‘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내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예를 들자면, 내 친동생이 서로 어려운 일을 도우며 장기간의 정감 있는 연애를 하는 모습을 보고, ‘다정한 연애란 뭘까?’라고 고민해 쓸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보고 생각해봤다고 친동생의 이야기라고 표현하기엔 이상하다. 창작 시 첫 영감의 시작이 무엇이든 간에 내 경험을 빗대어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사례들도 종합적으로 조사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면서 내가 그동안 알아 왔던 사랑이 무엇인지를 여러 각도, 여러 단계에서 고민하며 하나의 가설을 도출하는 것이다. 특정한 일화에서 받는 영감으로는 가급적 노래를 쓰지 않으려고 한다. 그건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예의가 아닐 수 있다.

 

Q. 음악의 주제가 대부분 사랑하는 관계 또는 사랑했던 관계의 이야기인 것 같다. 결이 생각하는 사랑이란 무엇인가?

A. 사랑은 다양한 사건과 감정을 표현하는 그릇이다. 대부분 해결의 열쇠가 되기도 한다. 예컨대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2014)에서는 수많은 과학 고증과 신비로운 공상과학들이 등장하지만 결국 인류를 구하는 방법은 ‘사랑’이라며 모든 과학적 한계들을 이겨낸다. 최근 개봉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2023)도 극강의 빌런이 등장하지만 비슷한 주제로 결말을 이끌어 간다. 결국 ‘위대한 건 사랑이오.’ 하는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마음은 많은 사건을 설명하는 실마리가 된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꼭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니어도 가족 사이에서도 사랑하니까 질투하고, 사랑하고 싶어서 미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걸 사랑에 빗대어 표현하면 공감의 포인트가 될 때가 많다고 느낀다. 노래 <똑같은 만남, 다른 사람>도 그런 표현이 담긴 곡 중 하나다.

 

▲ 1집 정규앨범 의 앨범 재킷/출처: 결(KYUL) 인스타그램
▲ 1집 정규앨범 의 앨범 재킷/출처: 결(KYUL) 인스타그램

Q. 지난 2월 26일(일) 1집 정규앨범 <Lovely Misery>를 발매했다. 데뷔 앨범을 냈을 때와 비교했을 때 감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더불어 정규앨범 제목의 의미도 설명 부탁드린다.

A. 이번 앨범과 지난 작품에 차이가 있다면, 이번 앨범에선 ‘현재 느끼는 감정’에 집중하고 싶었다는 점이다. 과거에 관한 후회나 아쉬움보다는 현재 느끼는 불안이나 즐거움 등을 조금 밝게 표현해보려고 했다. 이전의 노래 스타일을 좋아하던 사람들의 취향은 유지하면서 밝은 방향으로 이끌어보고 싶었다.

어차피 일상은 어떤 시점에서든 불행의 연속이고, 그중 어떤 것들은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다. 1집 정규앨범 제목의 의미는 여기에 있다. 그래서 앨범 제목에 ‘사랑스럽다(Lovely)’라는 표현을 썼다.

 

Q. 곡을 혼자 작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혼자 작업하면서 가장 힘들 때와 가장 재밌을 때가 언제인지 궁금하다.

A. 모든 과정이 힘들지만, 녹음이나 편곡을 마치고 해야 하는 ‘후작업’이 가장 힘들다. 꼼꼼하지 못한 성격을 스스로 마주하게 되는 과정이라 인격적 험담을 많이 한다. 들어가야 하는 악기나 목소리를 실수로 뮤트(mute)를 누른 채 작업하다가 뒤늦게 깨닫는다거나, 빼야 할 요소가 들어간 줄 모르고 작업하다가 오류를 발견하고 부랴부랴 수정하러 가곤 한다. 그러나 그런 과정이 끝나고 결국 완성한 작업을 사람들이 즐겨 듣는 모습을 보면 참 재밌고 뿌듯하다.

▲ 출처: 결(KYUL) 인스타그램
▲ 출처: 결(KYUL) 인스타그램

 

Q. 본인만의 결, 분위기가 확실하다. 음악을 만들 때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A. 두루 신경을 쓰지만, 특히 노래의 첫 문장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제목 없이 알려진 시들은 보통 그 시의 첫 문장이 시의 제목으로 통용된다고 배웠는데, 의외로 그 제목들이 강렬할 때가 많다.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 1830~1886)의 시 <사랑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이다(Love is all there is)>라든지. 그래서 내 노래인 <그때 난 하나도>처럼 첫 문장이 제목일 때도 있다. <Broken>의 경우엔 ‘날 그리워했다고 하다니 넌 참 이기적이네’라는 첫 가사를 강렬하게 생각해 빠져드는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다. <먼지>도 ‘사랑은 먼지 같아’라고 먼지를 넣어 두괄식으로 운을 떼고 시작한다.

 

Q. 그럼 작업을 구상할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내가 듣고 싶은 노래인가?’가 가장 중요하다. 보통 싱어송라이터들은 자신의 감정이 오롯이 표현된 노래가 주변에 없거나 애매하게 자기한테 맞지 않아 스스로 들으려고 쓰는 사람이 많다. 그런 과정에서 독창성은 자연스럽게 표현되기도 한다. 꼭 주제가 독창적이지 않더라도, 혹은 같은 주제를 사용해도 악기나 편곡, 표현 등이 내가 듣고 싶은 게 맞는지와 나한테 꼭 맞추려고 한다. 타인이 이미 잘 표현한 부분으로 내 기분이 즐겁다면 그 노래를 그냥 듣고 흥겨우면 됐지 직접 만들려고 하진 않는다. 그리고 기존에 없는 특성을 활용해 만들고 싶기도 하다. <broken> 가사에 사용한 ‘독기’라는 단어는 발라드에서 사용한 경우가 없더라. 그래서 더욱 사용하고 싶었던 표현이었다.

 

Q. 직접 운영하고 계신 블로그(Blog)와 과거에 있던 인스타그램(Instagram) ‘결글’ 계정 등 직접 글을 올리곤 했다.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지 궁금하다.

A.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기보다는 나에 대해 궁금할 수 있는 사실이 ‘직접’ 표현된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인터뷰에서는 요청받는 질문에 수동적으로 대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Q. 인스타그램, 유튜브(Youtube), 라이브 방송 등 여러 콘텐츠를 통해서도 팬들과 자주 소통하고 있다. 팬들과의 소통 중에 생긴 기억에 남는 일화와 함께, 올해 팬들과의 활동을 계획한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어떤 팬 분이 우연히 가게에서 내 노래가 나와서 그 가게 사장님에게 이 노래의 가수를 좋아한다고 밝혔는데, 알고 보니 둘 다 라이브 방송 시청자였다는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팬들에게 받은 사랑이 정말 많다. 그냥 감정을 토해내는 것에 불과한 이 활동이 직업일 수 있는 것은 완전히 팬들 덕분이다. 올해는 팬미팅이나 팝업스토어 등 공연 외에 팬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행사를 준비 중이다.

 

▲ 2022년 11월 홍대 상상마당에서 열린 공연 모습이다. / 출처: 결(KYUL) 블로그
▲ 2022년 11월 홍대 상상마당에서 열린 공연 모습이다. / 출처: 결(KYUL) 블로그

Q. 홍대 일대에서 주로 공연하셨다. 결님이 생각하시는 홍대의 이미지가 궁금하다.

A. 홍대는 한국에서 공통점 없이 가장 다양한 사람이 모여있는 용광로 같다. 나처럼 후줄근한 예술인들부터, 인근의 수많은 대학교 학생들을 흡수하고, 많은 직장과 매장이 있어 일하러 오신 분들도 많고, 외국인 여행객들도 가득하다. 그리고 수십 년 동안 살아온 토박이 어르신들까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계신다. 그래서 누구든지 다가오기 쉬운 동네라고 생각한다. 그냥 신발 구경을 할 수도 있고, 일하러 올 수도 있고, 수업을 들으러 올 수도 있다. 그러다 겸사겸사 야밤에 홍대에서 하는 공연을 즐기는 경우도 빈번하다. 홍대는 이처럼 다양한 요인들이 있어 편리하게 사람들을 이끌고, 그래서 인디 음악 문화도 자연스레 경험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후줄근하게 밥 먹으러 나와 편하게 공연을 보고 집에 갈 수 있다. 상대적으로 챙겨입고, 준비해서 가야 하는 곳인 이태원, 강남에 홍대 공연 문화가 발달했다면 다양한 이들에게 닿기보다는 그들만의 신(Scene)에 머물렀을 가능성이 좀 더 높다.

 

Q. 학과랑 상관없이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어 하는 젊은 학생들이 많다. 또, 당장 하고 싶은 일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학생들도 많다. 그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린다.

A. 나도 비 예대 출신으로 20대가 되어 뒤늦게 음악을 한 경우고, 전업이 되는 일은 운의 영역이기에 말을 아껴야 맞다. 그래도 내 경우를 공유해보자면, ‘누워도 되겠다 싶어 누워보았더니 이렇게 되었다.’였다. 난 끌리는 것 하나에 꽂히면 푹 빠져서 했다. 뭐든 실패할 수도 있었고 실제로 그랬다. 하지만 별로 걱정하고 살진 않았다. 한 시기 내내 그림을 그리기도 했고, 그러다 관두고 사진을 배우기도 했다. 어느 날은 공부도 열심히 해봤고, 영화 보기도 미친 듯이 하고, 게임도 중독적으로 했다. 그리고 그중에 음악이 그나마 잘 돼서 음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날 그렇게 ‘찍먹’ 해보며 살았던 시절이 나중에 음악을 하는 데 도움이 됐다. 노래를 쓸 줄 아는 재능이 음악인들 사이에선 그리 대단치 않지만, 스스로 프로필을 찍고 아트워크를 만들고 미디어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 그 경험이 내게 약간의 차별점을 만들어 주었다. ‘음악 제작’이라는 큰 흐름 속에 나를 둘 수 있게 도와준 셈이다. 내가 조언이라니 경솔하지만, 중간중간 푹 빠져 했던, 무의미한 일인 줄 알았던 행동 다발이 어느 날 도움이 되는 순간이 오긴 왔다는 것이 참조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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