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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내 집 마련?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전세 사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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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왕' 김모 씨 사건 피해자들이 지난해 12월 27일(화) 세종시 국토교통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법안 마련 및 관련자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출처:BBC NEWS 코리아
▲'빌라왕' 김모 씨 사건 피해자들이 지난해 12월 27일(화) 세종시 국토교통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법안 마련 및 관련자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출처:BBC NEWS 코리아

 

“아, 월세라니요? 저 전세 계약했는데. 보증금 2억에 2년... 무,  무슨 말씀이신지?”

 

2020년을 강타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tvn) 속 등장인물 ‘도재학’의 대사다. 한 달에 용돈 10만 원으로 생활하며 버는 족족 적금에 쏟아부었던 재학은 5년 동안 모은 1억을 한순간에 날려버렸다. 그 이유는 바로 ‘전세 사기’이다. 전세 사기는 이제 비단 드라마 속에서만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다. 각종 SNS의 검색창에 전세 사기를 입력하면 수백 개의 피해 글들을 볼 수 있다.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남 일인 줄 알았는데...”라고 말한다. 지난 2022년 11월 20일(일) 본교 에브리타임에는 보증금 사기를 당해 신용불량자가 됐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기사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뜨거운 감자, 전세 사기 사태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폭증하는 전세보증금 사고 : 지금 우리 전세는?】

전세 사기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루기 전에, 전세 사기의 밑바탕이 되는 전세보증금 사고 문제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 3월 17일(금)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발생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보증사고는 5,443건으로 전년 대비 두 배나 늘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사고 건수는 2019년에 처음으로 1,000건을 돌파한 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0년 2,408건 △2021년 2,799건 △2022년에는 1년 만에 5,000천 건을 넘겼다. 이에 따라 사고 금액도 늘어나는 추세다. 사고액은 △2016년 34억 원 △2017년 74억 원 △2018년 792억 원 △2019년 3,442억 원 △2020년 4,682억 원 △2021년 5,790억 원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2022년 사고액은 1조 1,726억 원을 기록했으며, 이는 역대 최고치에 해당한다. 지난 2월 HUG가 집주인을 대신해 전세금을 지급하는 대위변제액은 1,692억 원(769건)이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던 작년 8월의 대위변제액 830억(398건)과 비교해 두 배가량 증가한 값이다. 이렇듯 전세보증금 사고는 해마다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전세보증금 사고가 폭증하는 데에는 집값과 전셋값 하락 등의 이유가 있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라 집값 하락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전망됐다. 전문가에 따르면 서울 주택 매매가격지수 하락률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수준을 넘어섰다.  KB금융 보고서에 의하면 부동산 관련 전문가들은 올해 주택가격이 5%가량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사회초년생과 급증한 대출이자에 부담을 느끼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주세 임대’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1주 단위로 측정된 금액을 원하는 기간만큼 계약한 뒤 주세를 매주 집주인에게 지급하는 방식인 주세 임대는 단기 임대 제도와 비슷하지만 계약 기간이 짧고, 보증금이 적거나 아예 없다는 장점이 있다. 그만큼 고액의 보증금을 마련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세보증금 사고 문제를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 번째, ‘갭(gap)투자’다. 갭투자는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전세가와 주택 매매가의 차액이 적은 집을 고른 후, 주택 매입 전후로 전세 세입자를 구하는 것을 말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각국에서 경제적 타격을 줄이기 위해서 금리를 경쟁적으로 떨어트림에 따라 한동안 집값이 폭등한 시기가 있었다. 각국 정부의 경제 정책에 따라 집값과 전셋값의 지속적인 상승을 예상해 집값의 대부분을 세입자의 전세금으로 마련한 집주인이 많아졌었다. 그러나 최근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 하락하면서 무리한 갭투자를 진행한 집주인들이 기존 전세보증금 수준으로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 번째 원인은 ‘전세 사기’이다. 애초에 전세보증금을 갚을 생각이 없는 전세 사기꾼들이 최근 몇 년간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이들은 주로 가치를 산정하기 어려운 신축 빌라를 인수해 집값보다 높은 전세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십에서 수백 채에 가까운 매물을 사들인다. HUG는 세입자에게 상습적으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3번 이상 보증금을 대신 갚아준 집주인 중 연락 두절이거나, 최근 1년간 보증 채무를 전혀 갚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 즉 악성 임대인 목록에 올려 정부 차원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 2022년 7월 기준 개인과 법인을 포함해 악성 임대인으로 등록된 이들은 총 203명이다.

 

【집이 있었는데, 아니 그냥 없어요.】

전세 사기의 유형에는 △이중계약 △중복계약 △깡통전세 △갭투자 전세 사기 △불법 건축물 사기 △직거래 사기 △신탁사 소유 물건 사기 △대항력 이용 사기 등이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세 가지 유형의 전세 사기를 대표적으로 알아보려한다. 첫 번째, ‘이중계약’이다. 이중계약이란 건물 관리인이 세입자와 전세 계약을 한 후, 이를 집주인에게는 월세 계약을 했다고 이야기해 중간에서 보증금을 빼돌리는 경우를 말한다. 또한, 월세 계약을 한 임차인이 집주인 행세를 하며 새로운 세입자와 전세 계약을 맺는 것이다. 글의 도입부에서 이야기한 재학의 경우는 이중계약의 사례로 볼 수 있다. 

두 번째 전세사기유형은 ‘중복계약’이다. 중복계약은 동일 매물로 다수의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다.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2인 이상의 세입자와 계약한 후 전세보증금을 빼돌리는 것이다. 이는 집주인 혹은 공인중개사와 이·삼중 계약을 체결해 피해자를 여럿 발생시킨다. 마지막으로, ‘깡통전세’는 주로 시세를 알기 어려운 신축 빌라에서 발생하며 전세가를 높게 계약하는 유형으로,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전세보증금을 부풀려 전세가를 매매가보다 높게 계약 후 빌라를 매도하거나, 공인중개사 간 자전거래로 매매가를 부풀려 전세가를 올려받는 경우가 있다.

전세 사기 사건으로 인해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혀진 적이 있다. 이른바 ‘빌라왕·빌라신 사건’으로, 2022년부터 깡통주택을 엄청나게 보유한 다수의 ‘빌라왕’, ‘빌라신’ 때문에 많은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를 입었다. 지난 1월 2일(월) 기준 빌라왕은 모두 7명으로, 이 중 3명은 숨졌으며 4명은 경찰 수사를 받았거나, 받고 있다. 지난 1월 2일(월) 기준 피의자들의 혐의는 △빌라왕 김모 씨 수도권 일대 보유 빌라 1,139채, 피해 금액 170억 △빌라왕 정모 씨 서울 일대 보유 부동산 200여 채 △청년 빌라왕 송모 씨 인천 일대 보유 빌라 58채 △빌라 신 권모 씨 수도권 보유 주택 3,400여 채 △빌라왕 이모 씨 수도권 일대 보유 빌라 413채 △건축왕 A씨 인천 일대 보유 부동산 2,709채 △광주빌라왕 정모 씨 광주 일대 보유 주택 400여 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주로 매매가와 같거나 높은 가격으로 세입자와 전세 계약을 체결하는 동시에, 세입자가 낸 보증금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동시 진행’ 수법을 사용했다. 동시 진행 수법을 이용하면 제 돈은 한 푼도 들이지 않은 채로 매물을 무한정 사들일 수 있다. 왜냐하면 동시 진행은 전세 계약 체결과 동시에 세입자가 낸 보증금으로 주택 매입이 이뤄지므로, 전세 계약 직후에 집주인이 바뀌기 때문이다. 

전세 사기는 특히 청년 세대의 주거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9월 말부터 11월 중 전세 사기로 의심되는 거래 106건에 연루된 피해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20대 혹은 30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30대가 50.9%로 가장 많았고, 20대가 17.9%를 차지했다. 청년 세대를 향한 전세 사기의 그림자가 드리운 가운데, 대학생을 겨냥한 전세 사기 또한 피해가기 어렵다. 지난 2020년 11월 3일(화) 40억 원이 넘는 원룸 전세보증금을 빼돌린 임대업자 A씨가 징역 1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A 씨와 함께 범행에 가담한 가족 2명도 각각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A 씨는 전북 익산시 원광대 인근에서 원룸 건물 16채를 사들여 가족들과 함께 임대업을 했으며 2016년부터 3년 동안 대학생 등 122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46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사회초년생에게 조직적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고 수익 대부분을 숨긴 데다 피해자들과 합의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중형을 선고했다.”라고 밝혔다. 경매를 거쳐 원룸 건물을 팔았지만, 일부 피해자만 보증금의 절반가량을 받았을 뿐이라고 전해진다. 

전세 사기를 당한 대학생들의 피해 호소 글도 대학교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학생 A씨는 “월세가 푼돈으로 생각돼도 아까워, 카카오 전세대출을 이용해 대출을 받고 전세로 입주했는데 봉변을 당했다.”라며 “부동산의 말을 전적으로 믿은 것이 너무 후회된다.”라며 전세 사기를 당했던 경험을 밝혔다. 대학생 C씨는 “부동산에서 작정하고 사기 치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겠나.”라고 허탈함을 표하기도 했다. 피해 사례가 잇따르자 집을 구하려던 학생들도 불안을 호소하는 분위기다. 본교 에브리타임에서도 전세 사기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를 담은 게시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세 사기에 대항하는 국가의 대처】

정부는 지난 2022년 12월 말 법무부,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경찰청, HUG,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으로 이루어진 ‘전세 사기 피해 임차인 법률지원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린 바 있다.  TF는 빌라왕 사태 등 전세 사기로 인해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임차인을 돕는 방안을 활발히 논의 중이다. 국토부도 비슷한 시기 전세 사기로 의심되는 사례 106건을 수사해달라고 경찰청에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이 단속한 전세 사기는 지난 2019년 107건에서 2020년 187건으로 늘었고,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2022년 7월 25일(월)부터 2023년 1월 24일(화)까지 6개월간 ‘전세 사기 전담 수사본부’를 설치해 운영했다. 특히 피해 규모가 크거나 건축주·분양대행사·공인중개사 등이 가담한 조직적 범죄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며, 중점 단속 대상은 △무자본·갭투자 △깡통전세 △부동산 권리관계 허위 고지 △실소유자 행세 등 무권한 계약 △위임범위 초과 계약 △허위 보증보험 △불법 중개 매개 등이라고 한다. 경찰청은 국토부,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 기관과 공조 체계도 갖춰 범죄 정보를 공유하고,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바로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2022년 12월 13일(화)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인중개사법·부동산등기법·주택임대차보호법」의 일부 개정 법률안인 「전세 피해 방지 3법」을 대표 발의했다. 먼저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은 계약 전 공인중개사를 향한 임대인의 정보제공 요구 권리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다음으로 「부동산등기법 개정안」은 임대인의 체납 사실을 등기부등본에 기재해 임차인의 보증금을 미반환 사태를 방지하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국가 차원에서의 전세 피해 지원 기구를 설치와 행·재정적 지원을 할 것을 주장한다.

 

지난 1일(토)부터 세입자가 집주인의 동의 없이도 집주인이 미납한 지방세가 있는지 조회할 수 있게 됐다. 행정안전부가 임차인의 재산권과 권리 보호를 위해 임대인 미납지방세에 대한 임차인의 열람권을 확대하는 내용으로 「지방세 징수법」과 하위법령을 개정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지속해 국가는 계속해서 전세 사기를 예방 및 보상하기 위한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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