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찰나의 순간이 한 학기 행불행(幸不幸)을 좌우하다

치열한 클릭전쟁, 수강신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 학기를 맞이하기 전, 모든 대학생은 수강신청으로 긴장 상태에 놓인다. 각자 초조하게 시계를 보며 정각이 되기만을 기다린다. 정각이 되면 일제히 수강신청을 클릭하지만 결과는 알 수 없다. 그저 두 손을 모아 수강신청이 잘 되길 바랄 뿐이다. 컴퓨터 화면 앞 ‘수강신청이 완료되었습니다’와 ‘수강인원이 초과되어 신청할 수 없습니다’ 중 하나가 나오면 우리는 환호인지 절망인지 모를 함성소리를 내지른다. 수강신청에 실패한 학우는 시간표를 재구성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시간에 원하지 않는 수업을 들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본지에서는 수강신청에 실패한 시간표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해당 시간표로 학기를 다녔던 학우들을 만나 수강신청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들어 보았다.
 
 
일러스트레이션/문희원 기자
일러스트레이션/문희원 기자
텅 비어버린 시간표를 보며 자신은 남들과 다르게 공강 시간을 알차게 보낼 것이라 다짐한다. 하지만 학교생활을 하며 자신의 계획이 망상이었음을 자각한다. 밥을 먹고 식곤증을 이기지 못해 어느덧 잠에 빠지기 일쑤이고, 한숨자고 일어나도 다음 수업시간까지는 멀기만 하다. 문득 자신이 공허한 우주에 남아있는 것만 같다. 이처럼 우주공강형 시간표는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할지 모르는 학우들에게 고통을 안겨준다.
 
김지수(국어국문2) 학우
복수전공을 염두하여 공과대학 관련 수업을 듣고자 했다. 해당 학과의 기초적인 수업을 듣기위해 시간표를 짰기 때문에 선택권이 많지 않았다. 수강과목 사전 담기 기간에 최대한 편한 시간표를 만들어 놓았지만 수강신청 당일 날 신청을 잘 못해 정정기간 때 다른 과목을 선택해야만 했다. 따라서 기존에 짜놓았던 시간표와는 전혀 다른 시간표가 나왔다. 그 결과 공강이 너무 길었다. 목요일의 경우 <대학수학1> 수업이 끝나고 다음 수업인 <화학공학개론> 수업까지 3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처음에는 밥을 먹고 도서관을 이용하면서 여유롭게 무언가를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수업이 아침에 진행되어 금세 피곤해졌다. 결국 학기가 진행될수록 수업이 끝나자마자 집에 가 잠시 잠을 자고 다시 학교에 오는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했다.
 
 
일러스트레이션/문희원 기자
일러스트레이션/문희원 기자
수업이 끊임없이 이어져 있다. 여러 수업이 쉴 틈 없이 진행되기도 하며 한 과목 수업이 5시간 넘게 이어지기도 한다. 밥을 못 먹는 것은 다반사이고, 다음 수업을 듣기 위해 교정을 열심히 달려야 한다. 수업이 평소보다 늦게 끝나면 나도 모르게 시계를 바라보며 불안함에 떨게 된다. 오랜 시간 수업을 듣다보면 어느샌가 지쳐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시험 기간에는 여러 수업의 시험을 동시에 보기도 하여 평소보다 2배는 더 힘들다.
 
이영은(광고홍보2) 학우
새내기 때는 시간표를 처음 만들기 때문에 패기 있게 연강이 많은 시간표로 수강신청 하였다. 제한된 전공 수업 시간에 맞추어 교양 수업을 선택하다 보니 긴 연강의 시간표가 완성되었다. 점심 먹을 시간이 부족하여 굶어야 하는 날이 많았다. 또한 쉬는 시간 없이 연속적으로 수업을 듣다 보니 수업에 집중하기 어렵고 쉽게 피곤해졌다. A교사동에서 수업을 마친 후에는 A교사동과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는 E교사동에서 다음 수업이 있었다. 지각을 하지 않기 위해서 서둘러야했고 수업이 끝나면 다시 A교사동에서 수업을 듣기 위해 빠르게 언덕길을 올라야 했다. 이때 경험이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에 이후로 최대한 연강을 피하려고 노력하지만 마음처럼 쉽지만은 않다. 좀 더 자유롭게 수강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다양한 시간대의 수업을 개설하거나 교양 과목의 수를 늘려주었으면 좋겠다.
 
 
일러스트레이션/문희원 기자
일러스트레이션/문희원 기자
주로 1, 2교시의 수업으로 이루어져 있다. 집이 먼 통학생에게는 아침마다 출근 시간 지옥철이라는 험난한 여정이 펼쳐진다. 오전 수업이 있는 날이면 아침마다 ‘5분만 더’를 외치게 된다. 가끔씩 아침에 울리는 알람을 꺼버리고 수업을 듣는 것을 포기한 채 다시 잠을 청하기도 한다. 아침형 인간에게는 최상의 시간표이지만 올빼미형 인간에게는 적응하기 힘든 최악의 시간표이다.
 
이희선(커뮤니케이션디자인2) 학우
친구들은 보통 오후 수업을 선호한다.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과제, 술자리, 아르바이트 등의 이유로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고등학생 시절, 대학생이 되면 늦게까지 잠을 자다가 여유롭게 학교에 가는 즐거운 상상을 하곤 하였는데, 오히려 고등학생 때보다 더 일찍 일어나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해 대부분 오전 수업을 기피한다. 하지만 나는 오전 수업을 듣게 되면 하루가 일찍 시작되어 과제, 아르바이트 등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오전 수업을 위주로 수강신청을 하였다.
 
 
학우들이 수강신청에 불만을 갖는 이유는 수업을 듣고 못 듣는 기준이 서버 통신에 달려있다는 점 때문이다. 또한 수요가 많은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강의 수가 매번 적어 불만이 생기기도 하며, 수강신청 때마다 많아지는 서버 사용량을 악용해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인기과목을 돈을 받고 파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희선(커뮤니케이션디자인2) 학우는 수강신청에 대해 “수강신청 사전선택 마감 날조차 수업 정보가 뜨지 않았다.”라며 “학교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대학에서 수강신청 제도를 시행하는 이유는 학우들이 원하는 수업을 선택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학우들은 자신이 듣고 싶은 수업 이외에도 통학거리, 아르바이트 등 외적 활동까지 고려해 시간표를 짜기 때문에 수강신청은 대학생의 한 학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일이다. 앞서 지적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학우들은 매번 수강신청을 할 때마다 똑같은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

하단영역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