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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레비츠키 / 대니얼 지블랫, 최종훈, 어크로스, 2018.10.02.

'매스컴과 현대사회' 동세호 교수가 추천하는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How Democracies Die) -우리가 놓치는 민주주의의 위기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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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탈당과 방탄 국회, 회기 쪼개기, 날치기 입법과 막말 고성이 난무하는 난장판 국회. 민주주의가 꽃피워야 할 국회에서 수시로 벌어지는 부끄러운 정치 현실이다. 정치 양극화는 극단으로 치닫고 있으며, 진영 싸움으로 국민 분열과 갈등은 깊어지고 있다. 과학과 이성의 시대에 과연 민주주의는 왜 이 모양인가 늘 궁금했다.

민주주의는 어떻게 무너지는가? 가장 모범적인 민주주의 국가로만 알았던 미국. 바로 이 미국에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의 등장을 계기로 벌어진 민주주의 붕괴 현상에 주목해 미국 민주주의가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지를 분석한 책이다.

2018년 말에 출간되자마자 화제를 모았던 이 책은 미국이 대상이지만 분석에 동원된 각종 사례와 민주주의 붕괴 징후들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저자인 하버드대학교(Harvard University) 정치학과 교수 스티븐 레비츠키(Stenven Levitsky)와 대니얼 지블랫(Daniel Ziblatt)은 위기에 처했던 다른 국가들의 사례를 통해서 민주주의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미국의 상황을 진단하고 있다.

냉전 시대에는 대부분 쿠데타로 민주주의가 무너졌다. 하지만 군인이 아니라 민주적 선거를 통해 선출된 지도자에 의해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경우도 많았다는 데에 이 책은 주목하고 있다. 히틀러(Adolf Hitler)가 그랬고 마르코스(Imelda Marcos), 피노체트(Augusto José Ramón Pinochet Ugarte), 푸틴(Vladimir Vladimirovich Putin), 차베스(Hugo Rafael Chavez Frias),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gan)이 그랬다.

민주주의 붕괴 전문 연구자인 저자들은 특히 합법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들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독재자의 길을 걷게 되는지를 여러 국가의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치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저자들은 남미 등 여러 나라의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유형의 인물이 독재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지 판별할 수 있는 4가지 징후를 제시한다. △말과 행동에서 민주주의 규범을 거부 △경쟁자의 존재를 부정 △폭력을 조장하거나 묵인 △언론의 자유와 경쟁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성향으로 요약된다.

책의 4장에서는 합법적으로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과정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페루의 후지모리(Alberto Kenya Fujimori) 사례를 보면 대중 선동가에서 잠재적 독재자로 변화하면서, 승리를 위해 사법부 등 심판을 매수한다. 또 상대편 주전이 경기에 뛰지 못하도록 경쟁자를 매수하거나 탄압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경기 규칙을 바꾸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상대편에 불리한 운동장 기울이기를 통해 권력을 공고히 한다. 이런 성향을 가진 포퓰리스트 아웃사이더가 선거를 통해 집권할 경우 민주주의 파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정치인으로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트럼프(Donald Trump)의 행태를 8장에서 집중 분석하고 있다.

저자들은 미국 역사에서 포퓰리스트 아웃사이더가 대중적 인기를 얻은 경우는 많았으나 지도자로 선출되지 못한 이유는 정당 제도와 규범 때문이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관용과 절제의 규범이 미국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가드레일로 기능했으나 이런 가드레일이 흔들린 결과 트럼프라는 괴물을 낳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저자들은 민주주의 붕괴에 관한 역사적 사례를 통해 극단적인 양극화가 민주주의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책은 현장감을 살린 유려한 문체와 풍부한 사례, 명쾌한 분석으로 독자를 사로잡는 매력을 지닌다. 지나친 친 민주당 성향이 흠이기는 하지만 정치적 양극화 속에 극한 대결을 이어가고 있는 우리 정치 현실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명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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