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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환상적인 이야기

꿈과 현실 사이 그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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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깨어나면 모든 이야기는 끝이 나고 주인공은 현실로 돌아온다. 다만 그 꿈은 거짓말같이 환상적인 데다 진짜처럼 생생해서 마치 꿈을 꾼 것인지 현실 속 특별한 경험을 한 것인지 헷갈릴 뿐이다. 소설에서 ‘꿈’은 종종 등장인물들이 비현실적인 일들을 연속적으로 겪어도 이상하게 느끼거나 어색해하지 않게 해주는 요소로 사용된다.

다음 소개할 소설들은 어린 시절 한 번쯤 접해봤을 이야기로, 꿈과 관련된 신비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릴 적 읽은 소설은 시간이 오래 지난 후 다시 읽어봤을 때 그 느낌이 무척이나 새로운 법이다. 더군다나 이야기가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울수록 더욱 색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이 바빠 꿈을 꾸기 어려운 요즘, 다시금 이 ‘꿈’같은 이야기에 빠져보는 건 어떤가.

 

[은하철도의 밤]

어린 소년 ‘조반니’는 오랫동안 집을 비운 채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 대신 병든 어머니를 모시며 살아가고 있다.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조반니는 사실 소꿉친구이자 단짝친구인 ‘캄파넬라’가 있지만, 왜인지 둘의 사이는 전처럼 가깝지 않다. 어느 날 은하수 축제가 있던 밤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 채 홀로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조반니는 ‘은하 스테이션’이라는 안내 방송을 듣게 된다. 이후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이 캄파넬라와 함께 은하철도를 타고 밤하늘을 달리고 있단 사실을 깨닫는다.

주인공 조반니가 하늘을 나는 은하철도를 타고 겪은 모든 일은 현실과 접점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전혀 관계없는, 현실 속에선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다. 자신의 소꿉친구 캄파넬라와 함께 여행을 떠난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캄파넬라가 계속해서 자신의 어머니가 자기를 용서할 거라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거나 기차에 함께 탄 승객들의 독특한 사연들은 꿈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들이다. 애초에 은하수를 달리는 기차를 탔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하지만 조반니는 이 모든 순간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친구 캄파넬라와 함께 ‘진정한 행복’을 찾는 여행을 계속할 뿐이다. 기차여행의 마지막 순간, 캄파넬라는 사라지고 조반니는 눈물을 흘리며 꿈에서 깨어난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조반니가 잠에서 깨어난 이후 현실과 마주하게 되면서, 꿈과 현실의 경계가 이전보다 훨씬 더 모호해졌다는 것이다.  현실로 돌아온 조반니는 곧바로 축제의 장으로 달려간다. 그곳에서 그는 캄파넬라가 동급생을 구하려다 물에 빠져 사라졌단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곤 기차여행 중 캄파넬라가 말했던 어머니의 용서와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조반니의 기차여행은 단지 상상력이 풍부한 어린아이가 현실에 지쳐 도피한 꿈이었을 것이다. 다만, 꿈과 현실 속 캄파넬라의 행방이 모호하게 겹치면서 자신이 겪은 일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게 된다. 조반니는 단지 특이한 꿈을 꾼 것일까. 캄파넬라는 조반니에게 어떤 존재였던 것일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상상력이 풍부한 어린 소녀 ‘앨리스’는 언니와 함께 강둑에 앉아 있다가 “어떡하지, 완전히 늦어버렸어!”라고 말하며 어디론가 헐레벌떡 뛰어가는 흰토끼를 보게 된다. 그 후 토끼를 따라 토끼 굴로 들어가게 되고 이내 환상적인 모험을 시작한다. 앨리스는 케이크와 음료수를 먹고 몸이 작아졌다 커졌다 하며 자신의 눈물 웅덩이에서 헤엄을 치기도 한다. 말하는 생쥐, 오리, 도도새와 앵무새, 새끼 독수리를 만났고 모자 장수와 티타임을 가졌다. 또한, 카드 병정들과 함께 더운 여름날 하트 여왕의 구운 타르트를 하트 잭이 훔쳐 달아난 건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하기도 한다. 이 모든 순간은 꿈속에서도 쉬이 상상하기 어려운,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다. 하지만 앨리스는 매 순간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상황에 못지않은 엉뚱한 생각과 행동을 한다. 그것이 앨리스의 모험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앨리스가 겪은 이야기들은 어른이 된 지금은 잊어버린, 상상력이 풍부했던 어린 시절의 백일몽 같은 걸지도 모른다. 잠을 자는 동안 불어온 바람이,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소리가, 앨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언니의 손길이 이상한 나라를 만든 걸 수도 있다. 특히, 앨리스는 아이들 중에서도 상상력이 풍부했기에, 회중시계를 찬 토끼를 만날 수 있었고 몸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음식을 먹어봤으며 카드 병정과 하트 여왕이 살고 있는 왕국에 갈 수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어른이 된 앨리스는 이날의 꿈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비록 꿈일지라도 그 속에서 울고 웃었던 앨리스의 경험은 그녀가 성숙한 어른으로 자라날 밑바탕이 되어줄 것이다.

 

[꿈과 현실의 경계]

소설 『은하철도의 밤』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주인공 조반니와 앨리스는 모두 어린아이들로, 자신이 언제 잠이 든 지도 모른 채 현실처럼 생생한 꿈속을 모험한다. 둘의 차이점은 조반니는 조심스럽지만 용기 있게, 앨리스는 엉뚱하면서도 발랄하게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이야기들을 헤쳐 나간다는 것이다.

이들의 이야기 속 꿈이라는 소재의 역할은 ‘개연성’이다. 꿈은 비현실적인 이야기에 개연성을 부여한다. 거기다 이 소설들이 특히나 재밌는 점은 꿈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허물어 마치 꿈인데도 현실인 것처럼, 어쩌면 진짜였을지도 모를 이야기로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이는 소설 속 주인공과 독자 모두에게 꿈과 현실의 경계를 흐리게 만든다. 마치 어린 시절의 꿈처럼 말이다. 작가는 이야기의 끝자락에 주인공들을 잠에서 깨어나게 함으로써 이전에 발생한 모든 일들에 개연성을 부여한다. 그렇다고 이것이 이야기의 신비로움을 해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꿈이란 소재를 통해 가능해졌다.

 

우리는 책을 통해 실제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을 경험할 수 있다. 이야기가 믿을 수 없이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일수록 독자들은 더욱 이야기에 몰입하며, 거기다 자기 자신을 주인공에 대입하기도 한다. 만약 우리가 판타지 소설 속에 들어갔다고 가정하자. 당신의 눈앞엔 하늘을 나는 은하철도가, 혹은 헐레벌떡 어디론가 뛰어가는 흰토끼가 있다. 당신은 열차에 올라탈 것인가? 아니면 흰토끼를 쫓아갈 것인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려 다시 한번 꿈같은 이야기 속에 빠져보는 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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