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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을 도구로 사용한 음악 평론가

배순탁(영어영문96) 동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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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순탁(영어영문96) 동문
▲배순탁(영어영문96) 동문

 

우리는 살아가며 미래에 관해 많은 고민을 한다. 내가 지금 하는 것이 미래에 어떤 이점이 될지, 지금 하는 것으로 미래를 살아갈 수 있을지 이런 것들 말이다. 영어와 음악, 조금은 동떨어진 학문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여기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음악 평론을 하는 사람이 있다. 음악 평론가 배순탁 동문(영어영문96)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음악 평론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영어는 사실 음악 관련 평론을 할 때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외국 자료들을 많이 봐야 하고, 음악은 문학과 연결된 부분도 많으므로 어느 정도 영어영문학과 음악은 연결돼 있다. 계속해서 앞으로 무엇을 할지 준비하며 이런저런 기회를 찾다가 음악 평론가가 됐다. 음악 평론가가 되기 위해 영어영문학과에 진학했다기보다는 음악 평론과 관련한, 어쨌든 음악과 관련된 직업을 갖고 싶었는데 어문학계열 중에서 영문과가 가장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진학하게 됐다.

 

Q. 음악과 관련된 과가 아닌 영어영문학과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음악 평론가가 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A. 1990년대에는 대중음악이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지금도 있기는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가 특히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대중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폭발했던 때이다. 이 시기가 대학에 다니던 때랑 딱 맞아떨어졌고 각 신문사에서 당시 음악 평론가나 뮤지션들이 강사로 있는 대중음악 커리큘럼이 많았다. 신문사에서 운영하는 그런 커리큘럼들을 살펴보고 등록하고, 공부하면서 음악 평론가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Q. 작년, 본교 영어영문학과 대학원에 입학했는데 다시 영어영문학과에 진학한 계기와 향후 계획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음악책을 번역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통번역 학과와 미학과 중에서 고민했다. 미학과도 음악이랑 연결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영어영문학과를 나오기도 했고, 영어영문학을 계속 공부하다 보면 분명히 앞으로 번역 일을 하거나 다른 일을 할 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대중음악 관련해서 강의 같은 것들을 많이 진행하는데, 강의 할 때도 영어영문학과 대학원을 나오면 유익할 것 같아서 진학하게 됐다.

 

Q. ‘홍대’라는 지역이 음악 평론가로서 보기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A. 지금으로부터 약 26년 전, 홍대에서 인디신이라는 게 폭발했다. 그때 굉장히 많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홍대 지역의 *대안 문화가 떠오르기 시작한 게 내가 막 대학생이 됐을 때였다. 그런 면에서 홍대는 아무래도 음악적으로나 역사적으로 한국에서 굉장히 중요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인디신의 폭발을 실시간으로 경험한 것은 책을 보고 읽는 것과는 다른데, 나는 이를 실시간으로 경험한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시점이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저서 '청춘을 달리다'/ 출처: 알라딘
▲저서 '청춘을 달리다'/ 출처: 알라딘

 

Q. 저서 <청춘을 달리다>에서 청춘 시절을 음악 하나로 버텨왔다고 했는데, 당시 음악은 동문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궁금하다.

A. 그때 당시에는 형편이 썩 넉넉하지 못해, 음악을 계속해서 듣기가 쉽지는 않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대중음악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아주 힘든 시절을 버티게 해 줄 어떤 힘을 준다는 것이다. 가끔 너무 힘들고 지칠 때 음악 한 곡에 아주 깊은 위로를 받을 때가 있다. 그 당시 나는 음악을 통해서 감정적으로 위안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요즘 세대한테는 조금 낯설 수 있는데, 신해철의 음악이 나에게 가장 깊이 와 닿았다. 나는 ‘인생 아티스트’ 이런 게 별로 없는 편이고 기본적으로 사람에 반하지 않는 편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것이지 그 음악을 하는 사람한테는 반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신해철은 유일한 케이스였던 것 같다.

 

▲(MBC)을 진행할 당시의 모습
▲(MBC)을 진행할 당시의 모습

 

▲동문이 현재 진행 중인 (MBC)
▲동문이 현재 진행 중인 (MBC)

 

Q. 지난해 음악계에서 표절이 큰 논란이었는데, 이러한 논란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와 더불어 이러한 논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A. 표절은 윤리적으로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행위임이 분명하고 이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내가 음악 평론가의 입장에서 표절 논란이 터진 곡들을 쭉 살펴보면 의심되는 구석이 있는 곡들도 있고, 누가 봐도 표절은 아니다 싶은 곡들도 있다. 그 논란이 확산되다 보니 화제 몰이를 하려고, 단순하게 얘기하면 유튜브 조회수를 얻으려고 굉장히 억지스러운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것들을 조금 구분해서 생각했으면 좋겠다. 물론 표절은 나쁜 행위지만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지금까지 나온 음악이 너무나도 많기에 의도치 않게 표절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어떤 실수를 했다고 해서 그 실수로 나라는 인간 전체를 판단해 버리면 나 역시도 불공정한 기분이 들 것이다. 대중이 이런 것을 구분했으면 좋겠다.

 

Q. 다양한 방송과 라디오에서 작가이자 음악 평론가로 활동했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프로그램과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내가 일하는 <배철수 음악 캠프>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빼면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방구석 1열>이라는 영화 소개 프로그램인 것 같다. 거기에 굉장히 여러 번 출연했는데 방송에서 음악을 설명하려면 외국 자료를 찾아봐야 하는 등 품이 꽤 많이 든다. 그 준비 과정에서 방송에 나가 무언가를 설명하는 법을 고민해 볼 수도 있었고,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알게 됐다. 나에게는 여러가지 면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다. 영화 소개 프로그램이지만 나는 음악 얘기를 주로 했다. 그런데 방송에서 얘기하려면 한글 검색으로 나오는 뻔한 정보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이런 점에서도 영문과가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이게 엄청 어려운 영어는 아니지만 어쨌든 검색하는 데 있어 우리가 외국 텍스트, 특히 영미권 텍스트를 다룬다고 한다면 한글 검색과 영어 검색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량의 차이는 비교가 안 되기 때문이다.

 

Q. 자신의 전공과 다른 진로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린다.

A. 내 전공을 학문적으로, 더 깊이 있게 가져갈 수도 있지만 내가 그랬던 것처럼 어떻게 도구로 잘 활용해 볼까라는 생각을 깊게 해보면 좋겠다. 최근 인문학 계열은 워낙 인기가 없다. 그러나 이 현실이 급변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박사 과정을 밟는 등의 경우가 아니라면 내가 가진 이 전공을 어떤 것을 위해 수단으로 활용해 볼까,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깊이 해보는 게 제일 낫지 않을까 싶다. 현재는 번역기도 훌륭하고 챗GPT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그 모국어를 쓰는 사람들에 준할 정도로 잘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어딘가에 쓰임새가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좀 더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다.

 

*대안 문화: 기존 문화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하여, 이를 대체할 만한 내용과 형식으로 새롭게 시도하여 형성하는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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