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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나침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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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반데룽(Ringwanderung)이라는 단어가 있다. 국내 산악인들이 많이 사용한 데다 BTS가 2018년 앨범에서 INTRO : Ringwanderung이라는 곡을 발표하면서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진 이 단어는, 독일어로 둥근 원을 뜻하는 Ring과 방랑하듯 걷는다는 의미의 Wanderung가 합쳐져서 만들어졌다.

‘링반데룽’은 자신은 열심히 앞으로 나아간다고 믿지만, 같은 자리만을 맴도는 현상을 가리킨다. 높은 산에서 안개나 폭우 등을 만나 방향감각을 잃은 채 같은 지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고립되는 현상이다. 잘못된 방향으로 걷고 있지만, 의식은 끊임없이 그 길을 걷도록 이끈다. 이런 일이 고산지대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사막에서도 비슷한 일이 자주 생긴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에서도 벌어진다. 어렵고 힘든 순간이 닥치면 ‘일상의 링반데룽’에 빠지는 것이 장삼이사들의 삶이다. 꿈을 잃으면 그렇게 된다. 

우리는 세상과 타협할 때 꿈을 잃는다. 타협 속에서 이상(理想)을 잃어버리고, 어느덧 링반데룽 속에 빠지는 것이다. 사람들의 꿈을 방해하거나 타협에 무릎을 꿇게 하는 것은 대부분 자신이다. 어렵고 힘든 환경도 한몫하지만, 대부분은 스스로 꿈을 꺾는다. 다가올 성취를 의심하고 굴복하고 좌절한다. 삶이 힘들수록, 앞길이 보이지 않을수록 포기는 빨리 찾아온다. 길이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세상의 길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링반데룽의 시작이다.

삶의 길을 잃었을 때 가장 처음 찾아오는 것은 공포다. 우리 마음은 두려움의 지배를 받는 순간 눈에 보이는 표상에 매달리게 된다. 그리고 그저 아무것도 아닌 상징과 표식을 절대화한다. 하지만 욕망을 좇는 감각만으로는 길을 찾을 수 없다. 꿈도 이룰 수 없다. 아무리 불가능해 보여도 꿈을 향한 첫 발을 내닫는 순간 길이 생긴다. 그리고 그 첫 발자국이 나를 목적지로 이끌어 준다. 인간은 그렇게 진화해왔다. 

코로나가 잦아들고, 새 학기가 시작됐다. 캠퍼스는 비대면의 터널을 지나 활기를 되찾고 있다. 새 학기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우리는 학기가 시작되면 마음을 다잡으려 애쓴다. 새로운 시작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작점에 서서 배움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바로 대학의 ‘꿈’과 ‘이상’에 대한 것이다. 대학은 꿈을 꾸는 곳이다. 대학의 자유는 꿈꿀 수 있는 자유다. 꿈을 잃는 일은 비극이다. 꿈을 잃는 순간 우리는 길을 잃게 된다. 이상이 사라진 삶은 생명을 지속하는 무의미한 시간의 ‘링반데룽’이 될 뿐이다. 자신이 처음 떠나온 곳이 어딘지 조차 잃어버린 채 알 수 없는 감각의 셈만으로 같은 길을 되짚어 가게 된다. 오랜만에 푸른 젊음들이 캠퍼스를 가득 메운 모습이 아름답다. 아름다운 청춘들의 등반 성공을 기원하며 당부한다: ‘꿈’ 나침반을 가슴에 품고 삶에 오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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