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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야 하는 처음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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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으로의 회귀(Regression to the Mean)’란 극단적인 변수는 결국 평균에 가까워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뜻의 통계학 용어이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모든 것은 원래 상태로 돌아가게 되어있다는 의미다. 영국의 유전학자 프랜시스 골턴(Francis Galton, 1822~1911)은 서로 다른 무게의 콩 종자들을 모아 동일한 환경에서 길렀고, 자식 세대 콩들의 무게를 비교해보니 *분산은 모두 거의 비슷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또한 골턴은 아버지와 아들의 키를 조사해보기도 했는데, 이 조사 결과 또한 앞의 콩 실험과 마찬가지로 극단적으로 키가 크거나 작은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들은 아버지보다는 평균에 가까운 키를 가졌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골턴은 이 두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평균으로의 회귀 이론’을 처음으로 발표했다. 생물학 분야에서 시작된 이 이론은 이는 과학 분야를 넘어 경제, 스포츠 등 사회 전반에서 쓰이고 있다. 예시로 경제학에선 ‘마천루 지수(Skyscraper Index)’라는 개념이 있다. 경기가 최고 호황인 시기에 초고층 건물 건설이 발표된다는 경향을 바탕으로 하는 이 개념은 마천루의 건설이 시작되면 곧 경제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의미이다. 경제 호황이라는 극단적인 변수도 결국 경제 침체 시기를 통해 다시 평균적인 경기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금리도 일정 시점이 되면 그동안의 흐름과 반대로 상승하거나 하락한다. 즉 ‘처음’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징크스(Sports Illustrated Cover Jinx)’라는 말이 있다. 스포츠잡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표지로 선정된 선수 또는 팀은 성적이 나빠진다는 속설로, 선수들 사이에선 거의 상식처럼 통용된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영국에는 비슷한 의미인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라는 단어가 있다. 이는 데뷔 시즌을 끝마친 2년 차 선수들이 부진한 상황을 일컫는다. 이 두 단어 모두 언젠간 평소 실력으로 회귀하게 되어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만약 이 용어들이 뜻하는 대로 모든 것은 언젠가 처음의 상태로 돌아가게 되어있다면, 그때는 언제이며 ‘처음의 상태’란 대체 무엇인가? 

이번 호 1면의 헤드인 신임 학생회장단 인터뷰는 하마터면 신문에 아예 싣지 못할 뻔했다. 총학생회장단은 인수인계와 예·결산특별위원회, 전체학생대표자회의를 준비하기 위한 업무가 바쁘다는 이유로 인터뷰가 불발될 뻔 했다. 기자가 총학생회실로 찾아가고 너무 부담 가질 필요 없다며 설득을 거듭한 끝에야 서면 형태로 짧은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법과대학 또한 학생회장에게 당선 소감과 앞으로의 다짐을 들어보는 인터뷰라며 간곡하게 부탁한 끝에 인터뷰 내용을 독자들에게 보도할 수 있게 됐다. 공연예술학부는 기사 마감일까지 연락이 되지 않아 인터뷰가 아예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실 본지가 학생회 측으로부터 인터뷰를 거절당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제56대 총학생회 또한 본지의 당선 인터뷰를 바쁘다는 이유로 거절했고, 결국 당시 본지 1면에는 총학생회를 제외한 나머지 단과대학 학생회장단들의 인터뷰만 실렸다. 이후에도 총학생회는 본지의 인터뷰 요청을 여러 차례 거절했고, 결국 그 해 대부분의 기사에는 학생회 측 입장 또는 의견을 담을 수 없었다. 선배 편집국장이 썼던 표현을 빌리자면 ‘다른 방면에서 자른 학생회의 단면’을 목격했던 셈이다.

기자는 교내 언론사와 학생회라는 관계의 ‘처음 상태’가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 그리고 처음의 상태로 돌아가는 시기가 언제여야 하는지도 모른다. 학생운동이 정점이던 시기 대학생이었던 어른들은 기자에게 학생회와 교내 언론사가 항상 연대했었다고 말했다. 반면 기자가 지켜봤고, 현재 겪고 있는 학생회와의 관계는 과거 관계와 다르다. 타 학교 신문사 편집국장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봐도 상황은 제각기 다르다. ‘정상’적이고 '이상'적인 처음의 관계가 지금처럼 별다른 교류없이 얼어붙어 있어야 하는지, 아니면 어른들이 말하는 예전처럼 합치된 입장이어야 하는지는 불분명하다. 또는 이 둘이 아닌 제3의 상태가 사실 처음일 가능성도 있다. 처음의 상태로 돌아가야 하는 시기가 오직 지금이라는 판단도 내릴 수 없다. 시간이 흘러 언젠가 후배 편집국장이 처음의 상태로 돌아가는 데 성공할지도 모른다. 기자가 지금 설득하고 부탁하러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찾아다니는 일련의 행동들이 미래 시점에선 무의미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한 가지는, 회귀할 처음이 어디이고 그 시기가 언제이든지 간에 우린 현재에 머물러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는 미래에 회귀할 ‘평균’을 변화시킨다. 지금 당장의 신문을 위해 기자가 고민하고, 답답해하고, 여기저기 설득하고 간곡하게 부탁하는 행동들은 현재에만 유효한 것이 아니다. 언젠가 돌아가야 하는 본지의 ‘평균’이 무엇일지를 결정하는 건 하루하루 누적된 기자들의 현재다.

본지는 이번 호 이후 중간고사 기간으로 인해 3주간 휴간한다. 이는 기자이기 전 학생이라는 처음의 상태로 잠시 돌아가는 기간이다. 그렇다고 기자로서 해야 하는 일을 잊는다는 것은 아니다. 휴간 기간은 중간고사 이후 발간될 나머지 4호의 ‘평균’을 변화시키기 위한 시간이기도 하다. 기자는 그동안 ‘처음의 상태’인 신문사는 무엇일지 고민하고 돌아올 테니, 독자들도 본지가 회귀해야 하는 처음이 어디인지 조언해주길 바란다. 

*분산: 주어진 변량이 평균으로부터 떨어진 정도를 나타나는 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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