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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의 이야기꾼

도슨트 최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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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품전시회에 가면 마냥 어렵기만 하고 이해되지 않는 작품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사람이 있다. 멀게만 느껴지는 미술의 매력에 빠지게 도와주는 전시회의 이야기꾼, 도슨트(Docent)이다. 최예림 도슨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최예림 도슨트
▲최예림 도슨트

 

Q. 도슨트라는 직업을 갖게 된 계기와 도슨트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A. 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는데, 내가 열심히 그림을 그려 작가가 되는 것보다 친구들에게 어째서 이런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 물어보고 듣는 걸 더 좋아했다. 동기들이 나를 리포터라고 놀렸을 정도다. 그때부터 내 작업보다 다른 작가의 이야기가 더 궁금했던 것 같다. 그리고 대학생 때, 미술 전공이라고 하면 “우와, 난 보는 건 좋은데 미술을 잘 몰라서.”라는 이야기를 항상 듣곤 했다.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미술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을 꼭 부끄러운 일처럼 이야기했다. 그래서 어렵지 않은 전시를 보여주고 싶어 갤러리 큐레이터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다른 업무들이 더 많다 보니 실질적으로 관람객에게 작품을 소개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게다가 부촌에 있던 갤러리 특성상 대중을 위한 관람보다는 투자의 개념으로 돌아가는 ‘그들만의 세계’를 보고 어린 나이에 충격과 배신감을 느꼈다. “내가 생각했던 예술은 이게 아니야!”라고 하면서, 더 많은 관람객과 소통하고 전시해설에 집중할 수 있는 도슨트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됐다.

 

Q. 최근 전시회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12년간 도슨트를 진행했는데, 과거에 비해 현재 미술이나 전시에 대한 대중의 흥미와 관심의 차이를 느끼는지, 차이가 있다면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A. 실제로 전시회 티켓 예매율이 매해 늘고 있다. 전시에 관한 관심이 늘면서 도슨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것을 느낀다. 본인이 좋아하는 도슨트를 선택해서 보는 전시 문화도 생겼다. “도슨트님, 차기 전시는 무엇인가요? 미리 예매해두려고요.”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다. 또, 해설을 들으면서 관람할 때와 해설 없이 관람할 때의 차이를 느낀 분들이 도슨트를 찾기도 한다. 어떤 도슨트와 함께하느냐에 따라 전시 만족도도 달라지기 때문인 것 같다.

 

Q. △팀 버튼 특별전 <The World of Tim Burton>,  △오르세 미술관전,  △픽사 애니메이션 : 30주년 특별전,  △살바도르 달리전 등 많은 전시의 도슨트를 진행했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전시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팀 버튼 특별전<The world of Tim Burton>을 잊을 수 없다. 팀 버튼전은 팀 버튼(Timothy Walter Burton, 1958~)의 작품과 스타일을 탐구하고, 그가 창조한 세계를 경험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전시회인데, 그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다양한 아트웍(Artwork), 소품, 드로잉, 사진, 스케치 등을 전시했다. 2012년과 2022년, 두 번 모두 서울에서 열렸는데 두 전시회 다 도슨트를 담당했다. 팀 버튼 감독이 내한해 10년 만에 다시 만난 것은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10년 만에 다시 만나니 서로 더 성숙해져 있었다. 팀 버튼이 고맙다고 감사함을 표현했던 기억도 난다. 그렇게 살아있는 대작가를 만나고 그 작가의 작품 해석을 진행하면 무게감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왜곡 없이, 그리고 더 재밌게 해설에 임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팀 버튼전 포스터
▲팀 버튼전 포스터

 

Q. 도슨트를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는지 궁금하다.

A. 최근 앙드레 브라질리에(Andre Brasilier, 1929~)의 전시를 해설할 때 눈물을 흘리시는 분들이 많았다. “힘든 인생 속에서 겨우겨우 힘들게 시간을 내서 왔는데, 그림을 보고 도슨트님의 해설을 들으면서 큰 위로를 받고 간다.”라고 이야기했다. 덕분에 행복해졌다는 말, 아무도 날 위로해주지 않았는데 그림과 도슨트님의 목소리가 위로된다는 말과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그들의 표정을 보며 나도 위로받았다.

 

Q. 도슨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작가와 작품에 관한 많은 공부가 필요한데, 한 전시의 도슨트를 위해 어떤 공부를 하고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하는지 궁금하다.

A. *전시 도록과 책 등 관련 자료는 전부 다 수집한다. 또 기획자들과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살아있는 작가일 경우 인터뷰나 개인 SNS도 참고 자료가 된다. 그리고 나는 작가에게 궁금한 것을 직접 물어본다. 특히 이 전시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에 대해 꼭 질문한다. 세상에는 많은 자료가 있지만, 결론적으로 그 많고 깊은 내용 중 관람객들이 어떤 이야기에 흥미를 느껴 할까, 어느 정도까지가 어렵지 않은 선인가 등을 분별하는 일이 공부만큼이나 더 중요한 준비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또, 그림이나 작가에 대한 정보를 관람객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서 전시회를 난생처음 보는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추고 어려운 미술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다. 항상 현장 반응을 살피며 대중들이 잘 받아들이고 있는지 확인한다.

 

Q. 자신만의 독자적인 도슨트 진행방식이나 다른 도슨트와의 차별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A. 관람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장 줄리앙(Jean Julien, 1983~) 전시에서는 관람객들과 사진을 찍어서 장 줄리앙에게 보내주기도 했었고, 앙드레 브라질리에 전시에서는 두 작품을 함께 소개할 일이 있을 때 관객들에게 더 마음에 드는 작품 앞에 서 보라며 게임 형식으로 진행한 적도 있다. 이렇게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기면 관람객들은 더 재밌어하고 분위기도 더 부드러워진다. 또한, 듣기 좋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 항상 노력한다. 편안한 발성이나 정확한 발음은 사람들 앞에서 얘기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요소라고 생각한다. 관람객들이 유쾌하다는 말을 많이 해주시는데, 작가의 삶이나 그림 속에 유머 코드를 많이 찾으려고 한다. 긴 시간 동안 서서 들어야 하는 전시회 특성 상 지루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어디에 검색해도 볼 수 없는 전시 관련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려주려고 노력한다. 인터넷이나 책, 오디오 가이드와는 차별점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시회를 관람하는 사람들
▲전시회를 관람하는 사람들

 

Q. 도슨트가 갖춰야 할 태도와 자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A. 도슨트는 오디오 기계가 아닌 사람이기 때문에, 매주 업데이트되는 전시장 소식들과 감정을 전할 수 있는 소통 능력과 유연성도 필요하다. 인기 전시의 경우 수백 명의 인원을 통제하고 끌고 가야 하므로 어느 정도의 카리스마도 필요하다. 또, 호감을 줄 수 있는 단정한 언어 사용과 비언어적 태도도 중요하다. 도슨트는 그림 설명만 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 앞에 서는 일이기 때문에 필요한 요건들은 다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런 부수적인 것 외에 가장 중요한 것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그림을 보게 하는 일이다. 절대 목적을 잃어서는 안 된다.

▲앙드레 브라질리에전 포스터
▲앙드레 브라질리에전 포스터

 

Q. 인터파크에서 ‘수요아트살롱’ MC로 활동하고 있는데, 수요아트살롱을 진행하면서 인상 깊었던 전시나 추천하고 싶은 전시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최근 도슨트로 참여했던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앙드레 브라질리에 특별전이 가장 인상 깊다. “인생은 짧고 불안정하므로 서로 사랑의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그것이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다.”라고 말한 앙드레 브라질리에의 위로의 문장이 좋았다. 브라질리에는 90대의 나이에도 하루에 12시간 이상 캔버스 앞에서 작업을 한다. 말이 12시간이지, 8시간 기본 근무만 해도 힘들지 않은가. 그리고 그림을 그릴 때 입는 옷도 보면, 정장을 갖춰 입고 그린다. 이는 그가 그림과 예술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다. “노년의 나이에 바람이 있다면, 신이 내게 시간을 조금만 더 주셔서 위로의 그림을 그리고 싶다. 그게 안 된다면, 훗날 천국에 붓이 많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작가다. 그래서 이 전시에서 삶과 업에 대한 그의 열정과 신념을 느낄 수 있었다. 나에게 큰 자극과 동시에 위로가 되는 전시회였고, 많은 관람객이 눈물도 흘리고 위로받고 가기도 했다.

 

Q. 추후 직접 도슨트를 해보고 싶은 작가가 있는지, 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유럽 최대 현대미술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Musee National d’Art Moderne) 전시의 도슨트를 꿈꿨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최근 3년 동안 한국에서 원화 전시가 열리기 힘들었고, 특히 전 세계에서 현대미술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국립미술관에서 원화들이 서울에 들어오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는 5월 한국에서 《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전 : 라울 뒤피》 전시가 열린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미술관과 화가의 전시가 열리는 것은 흔치 않기 때문에 꼭 방문해보기 바란다.

▲도슨트를 진행하는 최예림 도슨트
▲도슨트를 진행하는 최예림 도슨트

 

*전시 도록: 전시하는 내용을 그림이나 사진으로 엮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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