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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과거, LP의 세계를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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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고 열풍에 따라 집에서 LP를 재생하는 사람들, 가게 인테리어를 위해 LP를 구비한 사장님. 우리는 LP를 직접 재생해보지는 않았더라도 주변 혹은 거리에서 한 번 정도 접해봤을 것이다. 비록 CD에 밀려 유행이 오래가지는 못했을지라도 LP는 음악을 재생하는 기능을 갖췄고, 미관상으로 비치하기 충분했기 때문에 그 명성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렇다면, LP는 어떻게 재생되며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을까. LP에 담긴 흥미로운 세계로 들어가보자.

 

[LP의 원리와 구조]

▲LP의 구조 /출처:아트인사이드
▲LP의 구조 /출처:아트인사이드

 

LP는 ‘Long Playing Record’의 약자다. 우리말로 해석하자면 ‘장시간 음반’이다. LP는 이전의 음반 형태인 SP음반(Standard Playing Record)의 수록 시간을 보완했다. 1분에 약 78회 회전하는 SP에 비해 LP는 1분에 33과 1/3회 회전해, 대략 30분 분량의 음악을 수록할 수 있다. 음악을 재생하기 위해서는 녹음 작업이 필요하다. LP에 소리를 녹음하기 위해서는 LP판을 일정한 속도로 회전시키며 V자형 바늘로 홈을 파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 이 홈을 기록된 소리의 파형이라고 하며 소리골이라 부른다. 음악을 재생하기 위해 좌, 우, 상, 하에 음성 진동의 변화를 기록하여 홈을 판다. 파여진 홈을 바늘이 읽으면서 LP 레코드판에서 소리가 재생된다. 그리고 축음기의 바늘을 이 LP판 위에 놓고 *턴테이블(turntable)이 회전하게 하면, 바늘이 미세한 홈의 골의 강약에 따라 움직이고 이 움직임이 고막으로 전달될 때 나팔관을 지나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변환된다. 또한, 음악이 안정적으로 나오기 위해서 레코드판은 일정한 속도로 돌아야 한다. 이를 위해 턴테이블의 가장자리가 무겁게 되어 있기 때문에 큰 관성을 가져, 회전축을 돌리는 모터의 회전이 다소 불규칙하더라도 무거운 테두리가 진동을 흡수해 일정한 소리가 나올 수 있다. 즉, LP판은 음원을 직접 기록하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작동하며, 이것이 LP판만의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소리를 발생하게 하는 것이다.

 

▲ik-c3090lp 레트로 축음기 턴테이블 오디오 시스템
▲ik-c3090lp 레트로 축음기 턴테이블 오디오 시스템

 

[LP 시장의 성장과 침체]

LP는 미국 전자 회사였던 RCA 빅터(Radio Company of America)에서 처음 개발됐다. 그러나 빅터에서 제작한 LP는 유행에 실패했고, 이후 콜럼비아 레코드에서 플라스틱계 재질을 활용한 초기 LP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컬럼비아 레코드(Columbia Records)에서 제작한 초기 LP는 한 면당 수록 시간이 22분 30초였다. 이후 미세 소릿골 커팅 기술(버라이어블 피치)이 적용돼 30분 이상 수록을 가능하게 했다. LP는 SP에 비해 제작 단가나 과정이 저렴하고 간소화되었기 때문에, 개발되기 이전 음반 제작 및 판매를 주저하던 군소 음반사나 신생 음반사들도 쉽게 레코드를 제작해 음악 시장에 뛰어들 수 있게 했다. 즉, LP의 발전은 음악시장의 폭발적 발전을 야기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P에는 많은 단점이 존재했다. 우선은 외부적 문제다. 픽업 바늘의 질이 나빠 LP를 재생하거나 바늘로 레코드 표면을 긁었을 경우 흠집이 자주 나며, 떨어뜨리면 파손되거나 휘어지는 등 외부의 자극에 취약하다. 또한, 합성수지의 특성상 정전기로 인해 음반 표면이나 소릿골에 먼지가 달라붙어서, 세밀히 관리하더라도 튀는 잡음이나 음반의 마찰로 생기는 필연적인 표면 잡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두 번째는 가격의 문제다. 당시 LP 시장이 작았기 때문에 LP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다. 그래서 천정부지로 솟는 가격을 억제하지 못해, 당시 매니아층만 LP를 향유하는 경향이 있었다. 1980년대 위의 문제를 해결한 CD가 등장해, LP 시장은 서서히 침체되기 시작했다. 아무리 초기 CD와 그 플레이어의 값이 비쌌다고 하더라도, 작아진 음반의 크기와 적어진 잡음, 재생할 수 있는 음역의 확대, 수록 시간의 증가라는 CD의 장점은 LP 등 기존의 음반 규격을 대체하기 충분했다.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음반 ‘Thriller’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음반 ‘Thriller’

 

[복고 유행과 함께 다시 떠오르는 LP]

경제 발전과 대중문화 발달이 다소 늦었던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부터 복고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1970년 문화에서 1980년 문화로, 최근 들어서는 1990년 문화로 그 유행의 객체가 변하고 있다. 빌보드와 MRC데이터가 공개한 2020년 미국 음악시장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LP는 총 2천 754만 장이 판매됐다. 이는 전년도와 비교해 약 46% 오른 수치로, MRC 데이터가 집계를 시작한 1991년 이래 최대 성장 폭이며, 15년 연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LP 앨범 판매량 증가가 음반 산업의 수익에 미치는 영향을 불문하고, 약 100년 된 기술이 거의 멸종되었다가 되살아나는 모습은 놀라운 일이다. 물리적인 재화가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가치를 인정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음악 소비 경향이 스트리밍 서비스로 이동하면서 지난 10년 동안 미국에서 전체 앨범 판매량은 점차 감소한 반면 LP는 디지털 시대의 물리적 토큰으로 인기를 얻었다. MRC 데이터에 따르면, 2007년과 2021년 사이 음반 판매량은 5.19억 장에서 1.9억 장으로 떨어졌다. 한편 LP 판매량은 250만 장에서 4,170만 장으로 증가했고 스트리밍 시대에도 살아남았다.

▲왼쪽은 지난해 CD와 LP 판매량 /출처:RIAA
▲왼쪽은 지난해 CD와 LP 판매량 /출처:RIAA

 

그렇다면, LP는 어떻게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일까. LP가 단순 음향기기를 넘어 MZ세대에게 새로운 가치를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MZ세대는 LP를 통해 음악을 단순히 듣는 차원에서 끝내지 않고, 보고 만지고 느끼는 경험을 얻는다. 이는 디지털 음원과 가장 큰 차이점으로, 실체로 존재하기 때문에 시각적 효과와 그에 대한 소장가치가 두드러진다. 즉, MZ세대들이 LP를 단순히 음악을 감상하는 것이 아닌 인테리어 용도로 사용하기도 하며, 카페 혹은 음식점은 미관을 위해 LP를 비치하기도 한다. LP를 감상하며 당시 문화를 생각해보기도 하고, 이러한 LP의 성격 자체에서 시대적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바로 이러한 LP만이 주는 감성 그 자체가 새로운 가치적 요소로 주목받는 것이다. 즉, LP는 단지 음악 감상 도구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처럼 LP는 그 원리나 구조, 유행에 의해 크게 발전해왔음을 알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LP 음반이자 1억부 이상 판매된 마이클 잭슨의 <Thriller>를 토대로, LP 음반은 단순히 외적 요인뿐만이 아닌 음반으로서의 독자적 가치를 증명한다. 즉, LP는 음악을 감상하는 도구에 더해, 미관적 요인으로 LP판을 비치해두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눈과 귀를 모두 사로잡는 LP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는 건 어떨까.

 

*턴테이블: 축음기 이후 LP 및 EP판을 재생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자 제품.

 

[참고문헌]

하이파이클럽, 아날로그(LP)와 디지털(CD)의 음질적 차이 [https://biochemistry.khu.ac.kr/lab/?p=2333](https://biochemistry.khu.ac.kr/lab/?p=2333)

두산백과,LP레코드,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125890&cid=40942&categoryId=32372](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125890&cid=40942&categoryId=32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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