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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글을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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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펜을 쥐고 종이에 글을 적으면 유난히 손이 아프다.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매일 필기하고 문제를 풀다보니 기자의 중지에 두껍게 자리 잡은 굳은살은 사라질 줄을 몰랐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펜을 쥐지 않은 건 고작 3달 정도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미 굳은살이 연해진 기자의 손가락은 이전처럼 장시간 펜을 쥐기 어려웠다. 이번에도 그랬다. 거진 3주 만에 글을 쓴다. 더군다나 올해부터 매주 발간으로 바뀐 탓에, 기사를 쓰지 않은 3주가 더 길게 다가왔다. 어떻게 기사를 시작할지, 어떤 단어를 사용할지 조심스럽고,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마치 처음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망설여진 만큼, 기자로서의 사명을 되찾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 휴간 기간 동안 기자는 기자의 모든 책임을 내려두고 대학생, 아르바이트생, 친구, 딸, 그저 20대의 한 사람으로서 생활했다. 신문사가 사라진 일상에 기자는 빠르게 적응했다. 기획서를 쓰지 않고, 인터뷰를 하지 않고, 기사를 작성하지 않고, 마감을 진행하지 않아도 기자의 삶은 너무나 바빴다. 여전히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무슨 이유에선지 오히려 신문사에서 일하던 시기보다 더 깊은 피로감을 느꼈다. 신문을 발행하는 기간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기자는 어느 순간 날짜 감각마저 둔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런 기자에게 신문사 활동이 끼어들 자리라곤 없었다. 결국에 또 기자를 모니터 앞에 앉힌 건 기자가 밥 먹듯이 하는 한 마디였다. “싫어도 해야지, 뭐 어쩌겠어.”

신문사가 기자에게 주는 의미가 이토록 없는 것인가 싶었다. 스스로 원해서 시작한 일이 아니었던가? 억지로라도 스스로를 달래가며 해야만 하는 일이었던가? 사실 기자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다. 감정의 폭이 넓은 사람이고, 그래서 작은 것들에도 애정을 느끼고, 눈물을 흘린다. 기자가 가지는 애정의 크기만큼 잘하고 싶은 마음도,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그러나 이런 마음들이 되려 기자를 잠식하려 했고, 남아있는 건 부담과 불안뿐이었다. 언제는 일주일 내내 울면서 등교한 적도 있었다. 그제야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기자는 더 이상 온갖 것들에 마음을 주지 않기로 했다. 기자를 슬프게 하지 않을 것들만 사랑하기로 했다. 열정이 넘치면 힘들어질 뿐이라고 생각한 기자는 신문사에 애정을 주지 않으려 했다. 적당히 제 할 일만 잘 해내면 된 것이고, 나설수록 힘들어질 것이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미 기자의 일상은 신문사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리고 기자는 그것을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있다가 갑자기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으면, 기자의 친구들은 “신문사야?”라고 묻는다. 그러면 기자는 언제나 “어떻게 알았어?”하고 놀란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기자가 SNS에 올린 기차 밖 풍경은 취재를 위해 세종캠퍼스로 향하는 길이었고,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놀자며 온 연락에는 늘 신문사에 일하러 가야 한다는 이유로 퇴짜를 놓았다. 학교에서 친구를 기다릴 때는 언제나 “기자실에 가 있을게.”라고 이야기한다. 이런 기자가 신문사에서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는 말은 기자의 주변 사람들에겐 어이없는 소리로 들릴 것이 분명하다. 기자가 어떻게든 외면하려 해도 부정할 수 없는 기자의 일부였다. 애정을 버리기 위해 모른체하려 했지만, 수많은 보람도 얻고 있었다.

처음에는 신문이 발행되고 이를 가족들에게 보여주는 것에 즐거움을 느꼈다. 기자의 노력이 담긴 어떠한 결과물을 가족들이 봐준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했지만, 뿌듯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이후에는 친구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줄 수 있다는 것에 행복을 느꼈다. 신문을 만드는 데에는 투고 글을 비롯해 짧은 인터뷰까지 지인들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많다. 글을 써달라거나, 인터뷰를 통해 의견을 내달라거나, 기사 사진에 출연을 부탁할 때 기자의 친구들은 모두 흔쾌히 도움을 준다. 이에 기자는 막대한 고마움을 느꼈다. 그리고 신문이 발행되면 기자의 친구들은 자신들의 이름이 적힌 신문을 보고는 기자의 생각보다 더 큰 즐거움을 느낀다. 이에 기자는 덩달아 그들의 감정에 동화된다. 기자가 한 일이라곤 짧은 글을 써보지 않겠냐는 권유뿐이었지만, 그에 비해 얻을 수 있는 행복은 상상 이상이었다. 얼마 전, 기자의 친구가 SNS에 자신이 나온 기사 사진을 찍어 ‘신문사 친구를 두면 생기는 일’이라며 업로드했다. 그 짧은 글은 기자가 이번 주에도 기사를 쓰고, 마감을 진행할 힘을 줬다. 그리고 기자는 신문사가 선사하는 새로운 즐거움을 어떻게든 또 찾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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