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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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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적이 있다. 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책 제목을 볼 때마다 “기분이 태도가 된다는 건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지.”라는 생각을 종종 했다. 하지만 얼마 전 나는 기분이 태도가 돼, 좋은 기억을 남기기도 해서 기분이 태도가 되는 게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찰나의 감정’은 후회스러운 경험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지금부터 나는 내가 가지고 있던 찰나의 감정에 대한 좋은 추억이나 후회되는 경험을 써보려고 한다.

감정적으로 행동해서 누군가와의 관계가 악화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가? 필자는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 순간의 감정으로 단번에 멀어진 경험이 있다. 그 당시 나는 기분이 태도가 되어 타인을 마주했다. 오로지 나의 기분만 생각하며 대화를 하고, 내가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듣고 싶은 대로 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는 내 행동이 감정적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고 시간이 한참 흘러서야 당시 내가 너무나 감정적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도 조금은 웃기지만 그때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면 절대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찰나의 감정이 설명할 수 없는 행복감을 주기도 한다. 이 추억은 꽤 최근에 있던 일인데, 필자는 타지에서 서울로 올라와 학교에 다니고 있는 자취생이다. 자취를 시작하고 첫 이불 빨래를 친구와 함께 마치고 집에 돌아와, 보송해진 침구 위에서 오후 3~4시의 햇빛 아래서 낮잠을 잤다. 그 당시에 내가 굉장히 재충전되는 느낌을 받았다. 낯선 환경에서 편한 사람과 함께 날씨 좋은 날 낮잠을 잤던 기억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줬다. 요즘에도 그 추억 때문에 햇빛이 좋은 날이면 포근한 침구 위에서 낮잠을 자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알아챘을지는 모르겠지만, 필자는 경험했던 일들을 ‘경험 그 자체' 혹은 ‘추억’으로 나누는 습관이 있다. 뭐든지 일단 경험해 보고 좋다고 생각한 경험은 추억으로 남기고, 나빴다고 생각한 경험은 경험 그 자체로 담아두어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한다. 가끔은 내가 경험한 일들이 추억인지 경험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이럴 때는 경험한 일들에 대해 주변에 조언을 구하거나 끊임없이 생각하려는 노력을 하는 편이다.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은 힘들었던 일을 얼른 털어내고 싶어서 조급해하다 보면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올 수 있으니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사소한 행복을 가져다준 찰나의 감정은 잊어버리기 쉽지만 큰 후회를 주는 찰나의 감정은 잊어버리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도 필자가 아직도 기분이 태도가 되는 게 마냥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순간의 기분이 가끔은 커다란 추억과 행복을 남겨주기 때문이다. 어떤 경험을 하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경험자의 태도에 따라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이겨내야 한다면 이겨내고, 받아들여야 한다면 받아들이고, 기억하고 추억하고 싶다면 끊임없이 기억하면 된다.

이 글을 쓰면서도 ‘찰나의 감정’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보았다. 언젠가 누군가 필자에게 최근에 행복했던 기억이 뭐냐고 물었을 때, 친구와 이불 빨래하고 낮잠 잔 것이 행복했다고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했었다. 너무 사소한 일이라서 그랬는지, 아니면 행복했다고 자랑할 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날 대답하지 못한 것이 후회 되기도 한다. 작고 소중한 행복이면 어떻고 큰 행복이면 어떤가. 사소한 감정으로부터 추억이나 경험을 얻는다는 것은 굉장히 큰 일이라는 것을 오늘 다시금 알게 됐다. 독자들도 이 글을 읽으며 찰나의 감정이 어떤 추억이나 경험을 만들어 주었는지 생각해 보고, 사소한 행복을 찾거나 반성과 후회로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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