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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즐거움의 세계를 창조하다

게임 디자이너 권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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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과 나이, 문화 등을 불문하고 사람들은 게임 세계 속 즐거움으로 빠져든다. 그런 즐거움을 좌우하는 요소로 빠질 수 없는 것이 게임 디자인이다. 게임 속 세상의 창조자로서 우리를 무한한 즐거움으로 이끄는 권선영 게임 디자이너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온라인 딥러닝(Deep learning) 서비스인 'Stable Diffusion'을 통해 구현한 권선영 디자이너
▲온라인 딥러닝(Deep learning) 서비스인 'Stable Diffusion'을 통해 구현한 권선영 디자이너

 

Q. 게임개발사에서 UI 디자인 업무를 맡고 있는데 UI 디자인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사용자들이 게임을 진행하는 상황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궁금하다.

A. UI(User Interface) 디자이너의 사전적인 의미는 게임에 등장하는 다양한 정보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을 말한다. 예를 들면 캐릭터를 육성하는 화면 사용자들과 소통하기 위한 채팅창 옵션을 조절하기 위해 들어가는 환경설정 등의 화면을 유저가 사용하기 편리하게 배치하고 디자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UX(User eXperience) 디자이너와 UI 디자이너로 구분짓는 경우도 있지만, 현재 재직 중인 회사에서는 둘을 UI 디자이너로 통칭한다.

 

Q. 디자인 분야는 굉장히 다양한데, 그중에서 게임 디자인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A. 어렸을 때부터 게임, 만화책 같은 것을 좋아해서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에 <라그나로크>라는 게임을 접하게 됐는데, 부트(boot)와 도트(dot)로 해당 게임을 만들었다는 말을 듣고 해당 기술을 독학했다. 대학교 졸업 후 게임개발사에 입사하여 부트 디자이너로 업무를 시작함으로써 게임 디자인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게 됐다.

▲라그나로크 캐릭터 일러스트/ 출처: 라그나로크 공식 홈페이지
▲라그나로크 캐릭터 일러스트/ 출처: 라그나로크 공식 홈페이지

 

Q.  넥슨(NEXON)과 넷마블(netmarble) 등 국내 유명 게임개발사에서 근무했었는데, 각 회사에 몸담으면서 했던 작업들과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어떤 게 있는지 궁금하다.

A. 넥슨에서는 퍼즐게임이었던 <푸키푸키>, 타이쿤(Tycoon) 장르였던 <서울타이쿤>과 <패밀리마트타이쿤>, <던전앤파이터: 귀검사편>과 <던전앤파이터: 여거너편>, <메이플스토리M>까지 여러 장르의 게임들을 작업했다. 넥슨에서 근무할 때는 폴더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 시기였는데, 기술이 발전하면서 개발과정도 더욱 심도 깊어졌다. 폴더폰 시절에는 3개월~6개월마다 게임 하나가 개발됐다. 그런데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게임 하나를 2~3년에 하나씩 개발하는 등 개발 기간이 길어졌다. 업무도 세분화되다 보니 2D 리소스 전반을 작업하는 디자이너에서, 전문 UI 디자이너가 됐다. 그러한 경험들이 넥슨에서 중요한 기억으로 남았다. 넷마블에서는 이미 런칭 중이었던 <다함께던전왕> 국내 버전 관리와 글로벌 버전 개발을 맡게 되었다. 글로벌 버전으로 개발할 때 어떤 점을 신경 써야 하는지 등의 값진 경험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제일 기억에 남는 순간은 우리가 만든 게임을 플레이어들이 좋아해 줄 때이다. 팩토리얼 게임즈에서 <로스트 킹덤>이라는 RPG(Role Playing Game) 게임을 초기 단계부터 개발한 적이 있는데 그 게임이 사용자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았고, 심지어 국내 게임시장에서 1등을 해서 특히 기억에 더 남는다.

▲ 로스트킹덤 일러스트/ 출처: 로스트킹덤 공식 홈페이지
▲ 로스트킹덤 일러스트/ 출처: 로스트킹덤 공식 홈페이지

 

Q. 게임을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점이 무엇인가?

A. 게임 디자인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게임에서 독특하고 인상적인 요소를 UI에 옮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UI 디자인의 기본은 다양하고 많은 정보를 사용자들에게 시각적으로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있다. ‘게임 사용자의 사용성에 따라서 캐릭터가 어디에 위치해야 한다.’와 같이 직관적으로 게임을 설계해야 하는데 UI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직관과 반대로 해버리면 게임 사용자들이 혼란을 겪기 때문이다.

 

Q. 게임의 종류는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종류별 특성에 따라서 디자인이 많이 달라질 것 같다. 각 종류별 특성을 디자인 작업 시에 어떻게 반영하는지 궁금하다.

A. *MMORPG는 정보의 양이 굉장히 많은 편이다. 따라서 전반적인 디자인을 심플하게, 복잡해 보이지 않게 정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또 MMORPG에서는 화려한 액션 연출을 넣지 않는다. 반면, 액션게임 같은 경우에는 플레이 화면에 어떤 액션 연출을 넣느냐에 따라, 아니면 캐릭터에게 중요한 수치들을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사용자가 게임 과정에서 겪는 느낌이 달라진다. 서브컬쳐(Sub Culture) 게임의 경우 세계관과 같은 특징들을 어떻게 하면 UI에 반영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는 편이다.

▲작업 모습
▲작업 모습

 

Q. PC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모바일 환경과 콘솔(Console) 등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기는 다양하다. 이러한 기기의 종류에 따라서 게임디자인이 달라지는지 궁금하다.

A. 최근 PC버전과 모바일버전을 같이 개발하는 ‘멀티 플랫폼(Multi-Platform)’이 대세가 되면서 고민이 많다. 양쪽 버전을 하나로 통일할 수 있을까에 대한 얘기들을 회사에서 많이 한다. 하지만 모바일과 PC가 하나의 UI를 사용하게 될 경우 기기별 사용성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한쪽의 게임 화면은 이용이 불편할 것이다. 각 기기의 특성을 고려해서 개별적으로 작업하는 방법이 가장 좋은 것 같다. 한편, 지금까지 모바일 게임이 PC 게임에 비해 사양이 낮았기 때문에 세부적인 부분까지는 신경 쓰지 못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모바일 게임의 사양이 좋아졌기 때문에 게임 디자인에 있어서 세부적인 부분도 신경 쓸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Q. 우리나라 게임 산업은 ‘K-콘텐츠’의 일부로서 해외 시장으로도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국내 게임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향후 전망이 궁금하다.

A. 예전에는 내수 시장만 바라봤기 때문에 시장 자체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해외 시장을 공략하면서, 굉장히 작은 규모의 게임개발사가 일매출이 수백억 규모로 나오기도 할 만큼 게임 시장 규모 자체가 커졌다. 특히 중국으로 수출을 시작했을 때 국내 게임 시장이 눈에 띄게 성장했다. 그런데 중국에서 게임을 출시하려면 중국 정부의 ‘판호(版號)’라는 일종의 허가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중국에서 판호를 받는 것이 상당히 까다로워졌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게임개발사에서 판호를 받았다는 소식이 들리면 해당 게임개발사의 주가가 바뀔 정도이다. 넥슨에서 <블루아카이브>라는 게임이 판호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발표된 그날 넥슨 주가가 상승한 적이 있었다. 매출의 규모가 커지다 보니 투자 액수도 커졌다. 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게임 소재나 장르도 이전보다 다양해지고, 개발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도 더 늘어났다. 이런 현상들은 게임산업에 있어서 긍정적인 신호라고 본다. 해외 시장에 진출하면서 저작권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중국 게임 시장은 저작권의 중요성에 대한 개념이 한국보다 낮은 편이다. 중국의 한 기업에서 한국의 게임을 표절했는데, 너무 인기가 많다 보니 법적인 문제를 피하기 위해 한국의 게임개발사에 돈을 주고 저작권을 사 온 적도 있다. 또한 해외 시장을 바라보면서, 주로 모바일이나 PC게임만 바라보던 게임 업계가 콘솔과 멀티 플랫폼 시장을 고려하기 시작한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Q. 게임 디자이너로서 이 직업을 선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은 언제인지 궁금하다.

A. 나는 흔히 말하는 게임 ‘덕후’이다. 캐릭터에 대해 동료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재미있다. 게임을 좋아하는 덕후들이 이 일을 한다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루 중 근무하는 8시간을 인생 전체로 계산해 보면 1/3이다. 일하는 게 즐거워야 삶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회사 다닐 때 행복하고, 이 직업을 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좋아하는 것과 일하는 것이 같은 소위 ‘덕업일치’라고 볼 수도 있다.

 

Q. 게임 디자이너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A. 당연히 게임을 런칭하고 사용자와 소통하는 순간이다. 업계 특성상 프로젝트가 중도에 취소되는 일이 많은 만큼, 우리가 개발한 프로젝트를 좋아해 주는 분들과 소통하는 그 순간이 제일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

 

Q. 본인이 생각하는 게임 디자인의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A. 모든 사람들에게 어떤 주제를 가지고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도록, 머릿속의 상상을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현실로 꺼내 놓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게임 디자인이라는 것은 혼자만 보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

 

Q. 게임 디자이너를 꿈꾸는 독자들에게 조언의 한마디 부탁드린다.

A. 이 직업을 택한 이후 일하는 20년 동안 후회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어디를 가든 자랑스럽고 행복했다. IT업계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에 대해 만족하면서 일하고 있다. 게임하는 것 또는 캐릭터와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직업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첫 회사를 선택할 때 명성이 있는 회사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데, 회사의 명성보다는 그 회사가 진행한 프로젝트와 사수를 잘 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사수는 정말 중요하다. 사회에 처음 나온 분들이 사수에게 가스라이팅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좋은 사수를 만나서 많은 것을 얻어갔으면 좋겠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과 현업에서 만날 수 있는 날을 고대한다.

 

*MMORPG(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 수십 명 이상의 플레이어가 인터넷을 통해 동시에 같은 가상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롤 플레잉 게임. 한 명 또는 두세 명이 즐기던 고전적인 롤 플레잉 게임과 다르게, RPG에 머드게임의 특성을 결합한 것이다. 스토리가 있는 RPG의 특성을 가져옴으로써 게임에 참여하는 모든 플레이어가 스토리를 즐길 수 있고, 대화를 나누거나 아이템 거래 등을 할 수 있다.

 

김진희 기자(cyril0330@g.hongik.ac.kr)

최윤학 기자(C331238@g.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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