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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루판 지역의 독특한 장례문화

'영원한 삶의 집, 아스타나 고분'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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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포스터
▲전시 포스터

<영원한 삶의 집, 아스타나 고분>에선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아스타나(阿斯塔那) 고분 출토품을 통해 *투루판 지역의 독특한 장례문화를 엿볼 수 있다. 해당 지역 지배 계층의 공동묘지인 아스타나 고분은 중국 신장 자치구 투루판시에서 동남쪽으로 35km 떨어진 곳으로, 투루판의 옛 도읍인 고창고성 부근에 있다. 그곳에서 3세기경부터 8세기 후반까지 만들어진 400기 이상의 무덤들이 발견됐다. 그 출토품 중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85점을 이번 전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시에서 처음 만날 수 있는 왼쪽 벽에는 명기(名器)들과 나무 받침들이 전시돼 있다. 무덤의 중심부인 널방에서 출토된 명기는 토제(土製)와 목제(木製), 두 가지로 나뉘며 둘 다 검은색 바탕에 흰색과 붉은색 무늬가 그려져 있다. 이는 서아시아의 사산조 페르시아에서 유행한 ‘연속구슬무늬’로, 중앙아시아와 중국을 거쳐 통일신라에 이르기까지 널리 사용되었다. 토기 속에는 과자 등을 넣어뒀는데 건조한 기후 덕분에 잘 썩지 않았다고 한다. 이 그릇들은 망자를 위한 마지막 제사에 사용된 것으로, 과자 등을 담아 망자가 저승에서 영생하며 배불리 먹길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있다. 

▲나무 받침과 구슬무늬 토제 명기(6~7세기)
▲나무 받침과 구슬무늬 토제 명기(6~7세기)

전시실의 넓적한 가운데 벽에 전시된 것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묘표(墓表)와 진묘수(鎭墓獸)다. 묘표는 널방에서 출토된 것으로, 무덤 주인에 관한 정보가 적혀 있는 벽돌 돌판이다. 진묘수는 널방 입구에 쌍으로 놓여 무덤을 지키는 상상의 동물이다. 다만 전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건 진묘수의 머리뿐이다. 머리 위에는 뿔이 잘려 나간 흔적이 있고 목 아래에는 짐승의 털이 그려져 있다.

▲무덤의 인형들(7~8세기)
▲무덤의 인형들(7~8세기)

둘째는 무덤의 인형들이다. 널길 양쪽의 방에서 출토됐으며 종류는 △문인 △무인 △환관 △여인 △악사 등 다양하다. 문인상은 당나라의 관료가 사용하던 복두(幞頭)를 쓰고 있으며, 여인상은 7~8세기 당나라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는 당의 문화가 투루판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암시한다. 사진 우측의 말을 탄 무인상과 말을 탄 여인상은 따로 만들어진 말과 인형을 장난감 블록처럼 끼워 만들었다고 한다. 특히 말의 실감 나는 뒷다리는 나무살을 구부려 만든 덕이라고 한다. 죽은 사람이 현세에서 누렸던 삶이 내세까지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이러한 인형들에 담겨있다.

셋째는 다양한 부장품이다. △빗 △목조 건축모형 편(조각) △붓과 붓통 △목제 물새 △악목으로 구성된 이 전시품들은 널방에서 출토되었다. 특히 빗, 붓, 공 등에는 사용한 흔적이 있어 실제로 쓰던 것을 묻었음을 알 수 있다. 옆에는 함께 출토된 두 종류의 목조 건축모형 편(Parts of Wooden Architectural Models)이 전시돼 있다. 그 중 큰 조각에는 사신도(四神圖)의 일부가 남아 있다. 작은 조각 세 개는 건축 모형의 난간과 기둥의 일부이다. 함께 전시된 목적 물새와 악목은 내세관을 시각적으로 나타낸 상징물이다. 나무로 만든 물새는 사산조 페르시아의 국가 종교인 조로아스터교에서 죽은 자의 영혼을 저승으로 실어 나르는 새 카르십타(Karshipta)를 나타낸 것이며 악목은 시신의 손에 쥐어주는 나무조각이다. 

마지막으로 만나게 되는 전시물은 <복희와 여와 그림>이다. 복희와 여와 그림은 투루판 지역에서 6세기부터 8세기 중반까지 많이 그려졌다. 그림에 등장하는 복희와 여와는 중국 고대의 천지창조 신화에 등장하는 창조신이다. 왼쪽의 여와, 오른쪽의 복희는 상반신은 사람, 하반신은 뱀 모습을 하고 있다. 그들은 각각 컴퍼스와 구부러진 자를 들고 있는데 이는 둥근 하늘과 네모난 땅으로 이루어진 우주관과 관련이 있다. 배경에는 해와 달, 별자리를 그려 하나의 소우주를 나타냈다. 복희와 여와 그림은 주로 무덤 널방의 천장에 설치됐다. 이는 시신과 각종 부장품을 묻는 무덤 내부를 천상 세계와 연결해 주는 장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복희와 여와 그림>을 실물 크기로 만들어 무덤에 설치된 것처럼 천장에 매달았다.

▲(7세기) 219x94cm
▲(7세기) 219x94cm

전시를 차례대로 관람하다 보면 무덤 내 공간에 따라 진열된 전시물과 어두운 조명이 실제 무덤에 들어간 느낌을 준다. 그곳의 여러 부장품은 현세의 삶이 사후에도 이어지길 바라는 염원을 느끼게 한다. 전시를 통해 실크로드의 중심인 투루판 지역의 독특한 장례문화를 느껴보길 바란다.

 

*투루판: 중국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에 있는 도시로, ‘화주’라는 별칭이 있다.

 

전시기간: 2022.07.16(토)~2023.07.15(토)

전시장소: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137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3층 

세계문화관 중앙아시아실

관람시간: 월, 화, 목, 금, 일 10:00-18:00(입장 마감 17:30)

수, 토 10:00-21:00(입장 마감 20:30)

관람요금: 무료

 

서정인 기자 (c231116@g.hongik.ac.kr)

김혜빈 기자 (sunbean@g.hongik.ac.kr)

조승현 기자 (chovictory@g.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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