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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큐레이터

박파랑(예술92) 동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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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파랑(예술92) 동문/출처: 포토뉴스
▲박파랑(예술92) 동문/출처: 포토뉴스

미술관에 전시돼 있는 작품 옆에는 작품 설명이 적힌 *캡션(Caption)이 있다. 대다수는 그 캡션을 읽는 것만으로 작품을 이해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진정으로 그 작품에 대해 이해한 것일까? 관람객들이 미술 작품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작품의 진정한 가치를 알려주는 큐레이터 박파랑 동문(예술92)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본교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큐레이터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과 특성상 졸업하면 미술관에서 일하는 게 거의 정해진 진로였기 때문에 큐레이터 일을 시작하게 됐다. 그 당시만 해도 예술학과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람들이 예술학과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 부모님 주변에 미술사를 전공하고 학교에 근무하는 분들이 계셔서 그분들의 조언으로 예술학과에 진학하게 됐다.

▲미술관에서 큐레이터의 모습으로 일을 하는 동문의 모습
▲미술관에서 큐레이터의 모습으로 일을 하는 동문의 모습

Q.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로 오래 활동했다. 특별히 기억에 남은 경험 또는 전시가 있는지 궁금하다.

A. ‘피에르 앤 쥘(Pierre et Gilles)’이라는 프랑스 출신의 사진작가들과 협업을 한 적이 있다. 그 작가들은 자신들의 작품을 어떤 공간에 어떻게 전시할지, 벽면의 색은 어떤 걸로 칠해야 하는 지에 대해 굉장히 관심이 많았다. 그렇게 프랑스 작가들과 의견을 조율해 가면서 전시 **카탈로그(Catalog)를 만들었다. 특별히 기대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카탈로그가 굉장히 독특하고 멋져서 전시가 끝난 후에도 프랑스 작가의 팬이라는 사람이 그 전시에 대한 카탈로그를 살 수 있냐고 연락했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프랑스 문화예술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인식이 낮았다. 일을 함께하는 과정에서 한국 큐레이터와 한국 스태프들이 일을 어떻게 진행하느냐에 따라 한국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Q. 진행했던 강의에서 미술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었다. 이를 위한 본인만의 노력이 있는지 궁금하다.

A. 미술사는 하나의 진주 목걸이다. 왜냐하면 각각의 알을 따로 알아봤자 소용이 없다. 그건 흩어지는 목걸이가 아니라 알에 불과하다. 그 알들이 이어져 진주 목걸이가 되는 것처럼 미술사를 안다고 하려면 미술 전체에 대해 알아야 한다. 20세기의 한국 미술을 알고 싶다면 서양 미술 전체를 알아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공부하면 할수록 굉장히 방대한 영역의 공부라는 것을 알게 됐다. 작품에 대한 새로운 테마를 맡을 때마다 수험생처럼 공부한다. 깊이 들어갈수록 작품 별로 알아야 할 것들이 매우 많다. 새로운 작품, 잘 아는 작가라고 할지라도 그 작가의 새로운 작품 앞에 서면 또다시 수험생처럼 공부해야 비로소 그 작품에 대해서 제대로 알 수 있게 된다.

 

Q. 저서『큐레이터와 딜러를 위한 멘토링』의 작가 소개에 따르면 뜻한 바가 있어 2008년 말 현장에서의 활동을 정리했다고 했는데, 당시 뜻한 바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A. 미술관에서 전시를 하면서 다른 큐레이터에 비해 예산 규모가 큰 전시를 많이 다뤘었다. 2005년에 진행됐었던 모스크바 교류전을 포함해 다양한 전시를 준비했었는데, 하다 보니 쳇바퀴가 돌아가듯 계속 같은 일이 반복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외부 기관에 자문해 미술관에서 전시를 기획하는 반복적인 일에 흥미를 잃게 된 것이다. 오히려 그 작가에 대한 다양한 자료들을 찾아서 그 작품을 이해하는 과정들이 훨씬 재미있게 다가왔다. 수수께끼를 푸는 것처럼 여기저기 힌트들이 있고 그것을 다 찾아서 연결했을 때 짜 맞춰지는 느낌이 내겐 더 잘 맞았다. 그리고 사람들이 미술사에 관심이 있음에도 제대로 된 안내를 받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지식을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강의를 시작하게 됐다.

▲동문의 저서 『큐레이터와 딜러를 위한 멘토링』
▲동문의 저서 『큐레이터와 딜러를 위한 멘토링』

Q. 미술 작품의 진정한 가치를 알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A. 앞서 말했듯이 지금까지 나온 미술을 모두 다 알아야 한다. 하지만 그것을 알기는 쉽지 않다. 과거의 내가 미술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아 고민했듯 지금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갤러리(Gallery)들은 자신들이 팔 수 있는 그림을 전시하고 콜렉터(Collector)들한테 판매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그림에 대해 좋은 얘기를 할 수 밖에 없다. 과자 만드는 회사에서 계속 신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갤러리들도 마찬가지다. 날마다 좋은 작가들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무리수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딜러(Dealer)들이 콜렉터들한테 작품을 권하는데 그들이 아는 것은 기껏해야 작가와 가격에 대한 정보 정도다. 하지만 이런 얘기들은 미술 전공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기에 그들을 정말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미술관에서 그림을 감상하는 동문의 모습
▲미술관에서 그림을 감상하는 동문의 모습

Q.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큐레이터란 어떤 직업인지 묻고 싶다.

A. 큐레이터는 영화감독과 같다. 영화감독은 시나리오를 가지고 연출을 한다. 감독이 어떤 배우를 등장시키고 촬영 기사는 누구이며 이 장면에서 어떤 방식으로 극적인 연출을 할 것인지 고민한다면, 큐레이터는 배우 대신 작품에 대해 고민한다. 뻔한 테마라도 새로운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준다면 사람들은 열광할 것이다. 감독이 어떻게 연출을 하느냐에 따라 작품이 달라지는 것처럼 큐레이터가 이 작품을 어떤 식으로 보여주는지에 따라 관객들이 새롭게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큐레이터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Q. 현재는 ‘예술의 창조적 소통’에 대해 고민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대다수 관람객은 소통이 아닌 작가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받는 느낌을 받는다.  이것에서 탈피하려면 어떤 방법을 시도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A. 그 작품에 대한 자신만의 시각이 있어야 한다. 그게 잘 안된다면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어야 한다. 그게 전문가다. 작가가 어떤 작품을 내놨다고 하면 미술에 조예가 깊지 않더라도 상식적인 선에서 몇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작품의 창작 계기, 이러한 방식으로 작품을 표현한 이유 등 말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이렇게 정보를 습득함으로써 그 작품에 대해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그림을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작가에 의해 일방적으로 전달받는 느낌에서 탈피하는 첫 번째 순서일 것이다.

 

Q. 큐레이터님처럼 예술학 분야를 희망하는 학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린다.

A. 프로가 되려면 치열하게 그리고 반복해서 그림을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 여러분들을 항상 응원한다.

 

*캡션(Caption): 독자들이 관련 콘텐츠나 기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사진 설명

**카탈로그(Catalog): 해당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을 다 모아놓은 일종의 책자

***갤러리(Gallery): 미술품을 진열ㆍ전시하고 판매하는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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