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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속이는 목소리, 보이스피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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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검찰 혹은 경찰로 소개하는 사람의 전화나 해외 계좌로 몇십만 원이 빠져나갔다는 문자를 받아본 경험이 있는가? 이는 모두 보이스피싱에 해당하는 사례로, 무언가 어색한 문자와 수상쩍은 상황 때문에 어쩌면 본인은 당하지 않을 것이라 자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은 갈수록 교묘하게 변화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나이, 직업, 성별 등을 불문하고 다양한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번 시사파수꾼에서는 심각한 경우 피해자를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기에 ‘경제 살인’이라고도 불리는 범죄 행위인 보이스피싱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출처: Freepik
▲출처: Freepik

 

【보이스피싱에 대하여】

개인정보(Private Data)와 낚시(Fishing)의 합성어인 피싱(Phishing), 그리고 음성(Voice)과 피싱(Phishing)이 합쳐진 단어인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은 ‘음성(전화)을 이용해 개인정보를 낚아 올린다.’라는 뜻으로 스마트폰과 같은 전기전자통신 수단을 이용해 피해자를 속여 재산상의 손해를 입히는 사기 범죄를 말한다. 아마 모두들 한 번쯤은 접해 봤을 것으로 주로 경찰 및 검찰을 포함하는 공공기관이나 금융회사 혹은 친인척을 사칭한 연락을 통해 입금을 유도한다. 이러한 보이스피싱은 1997년 대만에서 처음으로 시작됐다. 그 후 2000년대 초반, 대만에서 보이스피싱 피해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하자 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대응책을 발동했다. 이에 보이스피싱 범죄 세력은 감시 단속을 피하여 중국으로 본거지를 옮기게 된다. 국내에선 2006년 5월 18일 800만 원 가량의 피해가 발생한 ‘국세청 직원 사칭 환급금 사기 사건’이 최초의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다.

한 번쯤 들어봤을법한 ‘김미영 팀장’으로 잘 알려진 ‘김미영 팀장 보이스피싱 사건’이 국내 보이스피싱 사건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일명 ‘김미영 팀장 조직’으로 불리는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은 ‘김미영’이라는 가상 인물을 설정하여 불특정 다수에게 대출을 해주겠다는 문자를 보낸다. 문자에 반응한 피해자들에게 대출 상담을 명목으로 전화를 하여 개인 정보를 얻어낸 후 돈을 뜯어내는 방식을 주로 사용해 범죄를 저질렀다. 해당 사건으로 인한 피해자는 수만 명으로, 공개된 피해액만 80억 원에 달하며 총 피해 추정 금액은 400억 원에 해당한다고 알려졌다. 김미영 팀장 조직은 2012년 필리핀에 콜센터를 개설하는 것을 시작으로 점점 세력을 확장시켜 이후 조직원 수가 100여 명에 달하는 기업형 범죄 조직으로 변모했다. 또한, 실적이 우수한 조직원에게 성과금이나 휴가를 지급하는 등 일반 기업처럼 조직을 운영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조직은 지난 2013년 충남 천안동남경찰서에 의해 조직 2대 총책인 김 씨를 포함한 조직원들이 검거되면서 쇠퇴하기 시작하며 막을 내렸다. 이후 8년이 지난 2021년, 경찰은 필리핀 마닐라에서 1대 총책인 박 씨까지 검거에 성공했다. 여기서 밝혀진 충격적인 사실은 박 씨가 과거 사이버 범죄 수사팀에서 보이스피싱 사건을 담당하던 전직 경찰관 출신이었다는 것이다. 근무 당시 보이스피싱 사건 관련 실적이 우수해 특별 승진까지 했었지만 2008년 뇌물 수수 혐의로 파면된 후 김미영 팀장 조직을 창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2013년 검거된 김 씨에게는 징역 9년이 선고됐고 사장급 조직원들은 징역 5~6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박 씨의 경우 아직 필리핀 이민청 수용소에 수감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아직 국내에서의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변화하는 보이스피싱】

최근 SNS 등을 통해 보이스피싱의 수법이 많이 알려지면서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매년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오히려 피해액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의 통계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2018년 3만 4,132건 △2019년 3만 7,667건 △2020년 3만 1,681건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다. 하지만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2018년 4,040억 원 △2019년 6,398억 원 △2020년 7,000억 원 △2021년 7,744억 원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보이스피싱에 당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보이스피싱범은 목소리의 높낮이, 발음뿐만이 아니라 통화 내용도 사실인 것처럼 위장하여 피해자와 접촉하기 때문에 당하는 입장에선 진위를 구별하기 쉽지 않다. 또한 통화 초반에 실제 은행 직원이나 경찰관을 구체적으로 사칭하여 자신을 소개하기 때문에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순간적으로 신뢰감을 느껴 경계심이 허물어질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또한, 보이스피싱의 수법은 날이 갈수록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이미 저장된 발신자명으로 전화가 걸려 오기도 하며, 국내 조직원이 설치한 발신 번호 변작 중계기에 의해 해외 인터넷 전화번호의 앞자리가 010, 02 등으로 바뀌기도 한다. 2017년도부터는 비트코인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가상 통화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피해가 급증했다. 가상 통화가 현금과 달리 인출 한도가 없는 데다가 자금 추적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가상 자산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은 2020년 82.6억 원에서 2022년 199.6억 원으로 2.4배가 증가했다. 또한, 대포통장에 대한 법적 제재가 강화되면서 보이스피싱 조직이 현금 수거책을 고용하여 피해자와 만나 현금을 대면 편취하게 하는 방식이 증가했다. 여기서 현금 수거책은 보통 겉으로는 아르바이트 공고처럼 위장하여 해당 사건과 아무 관련 없는 제삼자를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구인 구직 사이트에 기업 정보를 밝힌 채로 구인 공고를 하므로 의심하기 쉽지 않으며, 고액 급여를 통해 사람들을 유도하기에 주로 돈이 필요한 사회초년생들이 많이 걸려든다고 한다. 또한 코로나19를 핑계로 비대면 면접 과정이 설득력을 얻게 됐으며 채용된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현금을 전달받고 이를 보이스피싱범에게 이체를 하는 현금 수거책 역할 즉, ‘인간 대포통장’의 역할을 하게 된다. 현금 수거책은 아무리 모르고 행한 일이라고 해도 형사법적으로 미필적인 인식도 고의로 인정이 되어 처벌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고의가 아니었다고 해도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최근 보이스피싱을 통한 금융 범죄는 70대 이상 고령층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연령층에서 막대한 재산 피해를 낳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청의 2021년 연령별 보이스피싱 피해자 비율 자료를 참고하면, △60대 이상 19.1% △40대 21.8% △30대 이하 28.3%로 보이스피싱이 비단 전자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나이, 직업, 성별, 학력 등을 불문하고 누구나 당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단일 사건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인 41억 원가량의 피해를 입힌 보이스피싱 범죄 사례가 발생했다.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은 40대 중반의 한 의사에게 본인의 계좌가 보이스피싱의 자금 세탁에 사용됐다는 이유로 고소장을 보냈고, 이에 피해자는 금융감독원, 경찰청 등에 전화를 걸어 여러 차례 확인하지만 계좌가 자금 세탁에 도용됐다는 답을 듣는다. 이후 보이스피싱범의 지시에 따라 행동했고 3주가 지난 뒤 전 재산에 달하는 액수의 돈을 잃은 후에야 보이스피싱에 당한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처럼 보이스피싱은 이제 비단 특정 집단이 아닌 누구든지 당할 수 있는 범죄로 떠올랐다.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해】

보이스피싱은 사기죄, 컴퓨터 등 사용 사기죄 혹은 공갈죄에 의거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한 보이스피싱 조직은 형법상의 범죄 단체에 해당하고 조직의 업무를 수행한 피고인들에게 범죄 단체 가입 및 활동에 대한 고의가 인정되며, 사기 범죄 행위가 범죄 단체 활동에 해당하면 형법상 범죄 단체 등의 조직죄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 다만 보이스피싱 조직의 근거지가 해외에 위치해있는 경우가 많아 추적이 어렵기 때문에 처벌하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다. 따라서 보이스피싱의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금융감독원이 장려하는 보이스피싱 대처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보이스피싱 전화 또는 문자를 받고 피싱범에게 계좌이체를 한 경우 먼저 △경찰청(112) △금융감독원(1322) △송금·입금 금융회사의 고객센터에 즉시 피해 사실을 신고하여 계좌 지급 정지를 신청한다. 또한 신분증이나 계좌번호 등 개인 정보가 유출되거나 URL 접속으로 인한 악성 앱 설치가 의심될 경우 기존 공인인증서를 폐기 및 재발급하고 악성 앱을 삭제한다. 또한 명의가 도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와 휴대전화의 개설 여부를 조회한다. 마지막으로 가까운 경찰서를 방문하여 사건사고사실확인원을 발급하고 이를 지급정지를 신청한 금융회사의 영업점에 제출하여 피해금 환급을 신청해야 한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27일(화) ‘내 계좌 지급정지’ 서비스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본인의 명의로 개설된 모든 금융 계좌 현황을 일괄 조회한 후 금융 사기 피해가 우려되는 계좌를 전체 또는 일부를 선택해 즉시 지급 정지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그동안은 피해자가 범죄를 알아채더라도 금융회사별로 각각 연락을 취해 지급 정지를 개별 신청해야 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번거롭고 시간이 오래 걸린 반면, 해당 서비스는 일괄 조회 후 즉시 지급정지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본인도 모르게 등록된 오픈뱅킹이나 비대면으로 개설된 계좌를 이용한 범죄가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또한, 지난 2월, 행정안전부에서 보이스피싱범 검거에 활용할 수 있는 ‘보이스피싱 음성 분석 모델’을 개발하여 수사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기술은 인공지능 딥러닝을 활용한 것으로 국내외 약 6,000명으로부터 추출한 100만 개 이상의 외국어와 한국어 음성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처럼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는 보이스피싱 수법에 발맞춰 보이스피싱 대응법도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보이스피싱범을 잡아낸다 하더라도 낮은 처벌 수위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며 지적하기도 한다. 보이스피싱의 피해자는 범죄 발생 이후 재산적 피해뿐만 아니라 정신적 피해를 함께 입으며 극단적인 경우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고질적인 사회 문제 중 하나인 보이스피싱, 해결을 위해선 개인 차원의 예방을 넘어서 국가 수준의 대응과, 외국에 근거지가 있는 보이스피싱의 특성을 고려하여 인터폴을 앞세운 전 세계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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