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젠 우리도, 마약과의 전쟁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 가지 물음을 던지며 시작하고 싶다. 우리는 ‘마약청정국’에서 살고 있는가? 마약청정국이란 마약으로부터 안전한 나라(Drug Free Country)를 의미하며, 지난해 10월 법무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인구 10만 명당 마약류 사범이 20명 이하인 국가를 말한다. 이 기준에 의거하면 대한민국은 이미 2015년부터 마약 사범이 1만 명이 넘어가면서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잃었다. 연예계와 재벌가, 심지어 최근엔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으로 대표되는 일반인들의 마약 문제까지. 누구나 몇 시간만 투자하면 힘들이지 않고 텔레그램(Telegram)을 통해 마약을 구할 수 있다. 이번 주제기획에서는 금기시되던 마약이 우리 사회 전반에 퍼진 현 상황을 다뤄보고자 한다.

 

【 마약 확산의 가속화 】

▲한국리서치 정기조사에 따르면 '현재 한국사회의 마약문제가 심각한가'에 대한 질문에 76%가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출처: 한국리서치 정기조사 여론 속의 여론
▲한국리서치 정기조사에 따르면 '현재 한국사회의 마약문제가 심각한가'에 대한 질문에 76%가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출처: 한국리서치 정기조사 여론 속의 여론

대한민국은 반도 국가라는 특수성과 북한이 아시아로 통하는 육로를 막고 있어 마약 단속에 유리한 지리적 환경을 가졌고 이로 인해 마약 범죄에 대한 피해가 적었다. 따라서 과거에는 마약 범죄에 대한 정책적 시도와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최근 SNS 메신저, 다크넷(dark net), 암호화폐와 같은 마약류 거래 수단의 다양화, 신종 저가 마약의 등장 그리고 국제적·조직적 대규모 밀수입 등으로 마약류 유통량이 급증하면서 다양한 연령과 계층으로 마약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마약 범죄에 대한 국민과 정부의 관심도 역시 덩달아 커지고 있다. 

지난해 5월 대검찰청에서 발간한 「2021년 마약류범죄백서」에 따르면 마약류 사범은 2019년부터 3년 연속으로 16,000명을 상회했다. 특히 대마사범의 경우에는 3년간 146.4% 증가했다. 또한 2021년 마약류 전체 압수량은 역대 최대인 1,295.7kg으로 이는 2020년(320.9kg) 대비 303.8% 증가한 수치이다. 특히 필로폰, 코카인, 대마, MDMA, 야바, 헤로인 등의 주요 마약류 압수량은 1,179kg으로 전년 대비 520.5% 증가했다. 이러한 마약류 범죄의 증가 추세는 2023년에도 이어졌다. 2023년 대검찰청에서 발간한 「2월 마약류 월간동향」에 따르면 2023년 2월 마약류 사범 단속 인원은 1,286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1.5% 증가했다. 또한 2023년 2월까지 국내 마약류 사범 단속 누계는 총 2,600명으로 20세~29세가 899명(34.6%), 30~39세가 734명(28.2%)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마약사범 증가 추세에 대해 국민들은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을까? 지난 12월 23일(금)부터   26일(월)까지 이러한 우려에 대해 한국리서치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마약과 관련된 전반적 인식을 조사한 결과, ‘현재 한국 사회의 마약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하십니까?’에 대해 응답자의 76%가 현재 한국 사회의 마약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했고, ‘대한민국은 마약청정국이다’라는 의견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에 대해 응답자의 79%는 현재 대한민국이 마약청정국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독성, 건강 유해성, 2차 범죄의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마약류, 임시 마약류, 환각물질(대통령령)에 대해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위험성의 정도를 각각 응답해주세요.’에 대해 마약은 위험하다는데 10명 중 9명이 동의했고, 마약 사용자에 대해 △도덕성 부족(80%) △사생활 문란(78%) △추가 범죄 경력 보유(67%)라는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처럼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마약에 대한 위험 인식 및 경각심, 그리고 마약 사용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국내 현행법상 마약 범죄에 대해 1년이상~무기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솜방망이 처벌과 같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에 대해 현재 마약 범죄에 대한 실제 처벌은 솜방망이에 불과하다고 88%가 답했고, △마약범죄 특별수사팀 설치(78%) △마약청 신설(78%) △일상생활 마약 상품명 금지(64%)와 같이 단속, 예방을 위한 강한 정책을 요구했다.

이러한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여론을 반영한  마약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다. 2022년 10월, 윤석열 정부는 범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마약 범죄 소탕 작업인 일명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러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는 마약의 국내 유입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하에 검찰과 경찰을 중심으로 국가정보원, 관세청 등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합동 수사단을 구성하여 마약의 국내 유입경로를 차단하겠다는 계획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지난 4월 10일(월) 급증하는 마약사범과 지능화되고 있는 마약 범죄에 대응하고자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이 출범했다. 특수본은 향후 중점 수사 대상을 △청소년 대상 마약 공급 △인터넷 마약 유통 △마약 밀수출·입 △의료용 마약류 제조·유통 4가지 항목으로 설정했다. 특히 특수본은 청소년 대상 마약 공급을 이 중 첫 번째 우선순위로 꼽았다. 실제로 현재 청소년 마약 사범 증가 문제는 심각하다. 검찰청에 따르면 19세 이하 마약류 사범 수는 2012년 38명에서 2022년 481명으로 10년 만에 약 12배 증가했으며, 전체 사범 중 청소년의 비율도 2012년 0.4%에서 2022년 2.6%로 7.5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출처: 구글맵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출처: 구글맵

이처럼 정부는 마약류 단속에 힘을 싣고 있다. 그렇다면 마약 복용을 예방하고 중독자들을 치료하는 시설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본지에서는 마약 퇴치에 앞장서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마약 재활센터를 운영하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관계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최근 여러 통계에서 확인되듯이 마약류 사범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재활 센터에 등록하는 인원들도 증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A. 확실히 많이 증가하고 있다. 재활 센터 서비스에 등록한 인원이 2021년엔 500명 정도였다면 작년엔 800명으로 급증했다. 검찰에서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마약류범죄백서」에 나와 있듯이 20대와 30대가 많이 적발되고 있다. 센터 등록자 분포 역시 20~30대에 몰려있고 10대는 특별히 많지는 않다.

 

Q. 중독자들이 주로 어떤 마약을 복용하고 등록했는지 궁금하다. 또한 복용 약물이 과거와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주로 필로폰과 대마를 복용한다. 최근 펜타닐이 많이 이슈가 되고 있지만 실제로 센터 등록자 중 펜타닐 복용자는 많지 않다. 아무래도 펜타닐은 일부 의료용으로도 쓰이기 때문에 복용자들이 중독이라고 인식하지 않는 게 이유인 것 같다. 일반적으로 필로폰과 대마가 주류다.

 

Q.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는 마약 퇴치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A.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프로그램을 통한 중독 예방이고 둘째는 재활을 동반한 중독 재발 방지다. 중독 예방 자료를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예방 교육과 홍보를 시행한다. 또한 홈페이지를 통해 마약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있게 해 예방에 힘쓰고 있다. 재활 센터를 찾은 분들에게는 개별상담, 집단재활프로그램, 가족 지원 등 단계별 중독회복관리를 제공해 성공적으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마약류 중독자의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 마약 자체가 가진 불법성, 스스로 중독됨을 인정하지 않는 성향 때문에 숨어있는 마약 복용자들을 여러 프로그램을 만들어 발굴하기도 한다.

 

Q. 늘어나는 마약류 사범에 비해 재활센터의 수는 적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는 마약 관련 법률에 따라 운영하는 법정 기관이며 대한민국 중앙행정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산하기관이기도 하다. 따라서 경찰이 마약류 사범을 단속해 검찰로 보내면 치료 보호를 목적으로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의무적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센터는 현재 서울과 부산 두 곳에 두고 있는데 충청도에도 재활센터를 지어 확장해 갈 예정이다. 권역별로 중독자 센터를 설립하는 것이 목표다.

 

 

【 잡아라, 예방하라 】

본지는 마약 문제에 대한 경찰 측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포경찰서 마약수사팀의 이형방 경위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형방 경기는 “청소년들의 마약 범죄가 증가하고 있어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매년 마약류 검거 사범에 대한 통계를 분석해 보면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고, 해마다 그 인원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 신설된 특수본에서도 경찰청은 유관기관뿐만 아니라 지방 경찰청, 경찰서를 통해 청소년 대상 마약 공급과 인터넷 마약 유통, 대규모 밀수입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수사하는 역할을 맡았다.”라고 말했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검찰에서는 △청소년에 대한 마약 공급 △청소년을 이용한 마약 유통 △무고한 청소년을 마약중독 시킨 범죄 등에 대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최대 사형을 구형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내놓았다. 강경한 대응이 예고된 것이다.

한편 마약 범죄의 선제적 단속 및 예방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는 “마약류 범죄는 그 범행이 은밀한 공간에서 목격자 없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다. 특히 마약류 판매자 검거 등을 통해 마약류 확산을 방지하여야 하나 추적이 거의 불가능한 특정 어플을 통해 마약류 거래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고, 해외 배송을 통한 직거래도 많아 선제적인 단속 및 예방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라며 곤란함을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마약 단속 정책(일명 ‘마약과의 전쟁’)에 관한 견해를 묻자 “최근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으로 인해 마약류 범죄의 심각성이 커지고 사회적인 관심도도 높아진 만큼 가족과 사회를 병들게 하는 마약 범죄를 단죄할 필요성이 있다.”라며 수긍했다. 또한 마약 단속 정책의 바람직한 방향으로는 밀반입 마약류에 대한 단속 강화를 꼽았으며 정부가 제시한 형량 강화를 통한 경각심 제고, 재활 치료시설 확충 등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처럼 정부는 마약 범죄의 ‘형량 강화’와 ‘치료 및 재활 확대’ 정책을 동시에 행하고 있다. 전자는 강한 형벌로 마약 밀수와 유통 등 공급을 차단, 후자는 중독자를 치료하여 마약에 대한 수요를 억제하려는 의도다. 두 정책의 지향점은 같지만 그 과정은 다르다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적 변화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여러 논문을 참고해 마약 정책 선도국인 미국의 사례를 분석해봤다. 미국은 1990년대 전후까지 엄벌주의 위주의 정책을 채택해왔다. 엄벌주의 정책은 초기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수형자가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유지비용의 상승과 새로운 교정시설 설치비용의 증가라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이에 1989년 미국은 플로리다에서 처음으로 약물 법원제도를 시행함으로써 기존의 엄벌주의 정책에서 ‘치료 및 재활 제도’로 기조를 전환한다. 그 효과는 재범률 및 경제적 비용의 감소로 나타났고, 2003년 보고서에 따르면 약물 법원 프로그램 이수자의 75%가 수료 후 적어도 2년간 체포되지 않는 상태에 있었다고 한다. 또한 기존의 교정시설 과밀 수용과 그에 따른 구금 비용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다.

이처럼 과거 미국은 엄벌주의보다 치료 및 재활에 집중하여 이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당시의 미국과 다르다. 특히 최근의 마약 범죄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인터넷과 SNS 덕에 마약에 접근하기도 쉬워졌다. 젊은 나이에 멋모르고 마약을 접했다가 몸도 마음도 피폐해진 채 살아가게 될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이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도 심각성을 깨닫고 ‘마약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이젠 우리도 '마약과의 전쟁'이다. 꼭 승리해   대한민국에서 마약이 근절되기를 응원한다.

▲지난달 10일(월) 강남 학원가에 퍼진 '마약 음료' 사건 관련 범인들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달 10일(월) 강남 학원가에 퍼진 '마약 음료' 사건 관련 범인들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텔레그램: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채팅 프로그램. 보안에 특화돼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참고문헌]

Roman et al, 「Recidivism rates for the drug court graduates: Nationally based estimate」, National Drug Court Institute, 2003

김지웅, 김상운, 「마약류 사범 재범방지를 위한 방안 연구」, 『문화와 융합』, 한국문화융합학회, 2023

한우재, 이성규, 성혜연, 「한국적 약물법원 도입과 운영을 위한 소고 : 미국의 성공적인 약물법원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바탕으로」, 『한국중독범죄학회보』 ,한국중독범죄학회, 2021

 

김민규 기자(alomio1224@g,hongik.ac.kr)

이강민 기자(leegm0909@g.hongik.ac.kr)

조승현 기자(chovictory@g.hongik.ac.kr)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

하단영역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