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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란, '정, 화음' 1986, 캔버스에 한지, 180x225cm 

박물관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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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란,  1986, 캔버스에 한지, 180x225cm 
▲윤미란, 1986, 캔버스에 한지, 180x225cm 

작가 윤미란(1948~)은 홍익대학교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각각 1971년, 1982년에 졸업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에서의 수학 후 홍익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윤미란은 1980년대부터 단색화 작업을 시작한다. 그는 1985년 <에꼴 드 서울>, 1986년 <한국미술의 어제와 오늘> 등의 단체전에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 나간다. 하지만 윤미란은 동시대에 활동한 다른 단색화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은 시기에 주목 받는다. 이는 추상미술계에서의 여성 화가 연구가 비교적 최근에 시작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그는 한지와 실이라는 전통 소재를 활용하여 물성을 표현한다. 윤미란의 작업은 물감을 표면에 두껍게 도포하여 두꺼운 표면을 보여주는 다른 단색화 작업과는 다르게, 얇은 평면을 보여준다. 그의 작업에서는 물성에 대한 주목과 함께, 반복적 행위를 통해 일종의 수행적 모티프를 읽어낼 수 있다. 얇고 구겨지기 쉬운 한지 조각을 캔버스에 올리고, 수평과 수직으로 교차한 실을 사용하여 그것을 캔버스 위에 규칙적으로 부착한다. 한지를 붙이는 작업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캔버스 위에는 실이 한지를 가로지르고 지나간 기하학적 무늬가 남게 된다. 기법적 측면에서 콜라주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러한 작업 과정을 통해서 형성되는 그리드는 캔버스를 균질하게 분할한다.

홍익대학교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정, 화음>에서도 이러한 특성을 엿볼 수 있다. 날실과 씨실이 교차하며 만들어진 직물처럼, <정, 화음>의 표면은 실들이 한지의 표면에서 붙었다가 떨어져나간 흔적들로 구성되어 있다. 다수의 수평선과 수직선의 교차로 구성된 각각의 그리드는 그것보다 더 큰 단위의 그리드 속에서 균형감을 이루며 직조된다. 캔버스 위에 누적된 한지 특유의 질감과 색은, 다른 단색화 작업들과 구분되는 윤미란 작가만의 고유한 특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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